[인터뷰] 그루작, 로컬에서 만나는 정원의 세계

신기영 2021. 1. 2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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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작 사람들

농촌 현실에 발을 딛고, 녹색에 손을 뻗는 정원사. 들판 가운데서 초록으로 채워지는 보석함을 만났다.



interviewee 강영아, 정의지

식물문화공간이면서 예비 사회적기업, 로컬크리에이터, 농업회사법인인 ‘그루작’의 두 창업 멤버. 경상북도 예천에 자리한 그루작은 그린하우스를 바탕으로 한 초록놀이터부터 다양한 클래스, 강연에 이어 플랜테리어와 특수조경작물 재배, 조경까지 식물을 주제로 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나무를 세는 단어인 ‘그루’에 지을 ‘작(作)’을 더해 만든 이름처럼 늘 새로운 초록으로 농촌을 빛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www.instagram.com/gruzak_family




멀리 낙동강까지 무엇 하나 걸리지 않고 시원스레 펼쳐진 시골 들판에 마치 그림으로 그려낸 듯 하얀 폴리카보네이트 온실 두 동과 나무질감의 심플한 농막 한 채가 서 있다. 로컬이라는, 흔히 한계처럼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을 오히려 정원의 정체성으로 만든 그루작의 온실에서는 매주, 매일 새로운 즐길거리와 아이디어가 주택의 안팎 정원으로, 굿즈와 키트로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 한파의 추위와 거리두기의 쓸쓸함이 가득한 이번 겨울, 녹색과 온기를 품은 그린 하우스에서 그루작 핵심 멤버인 두 사람을 만났다.


얼마 전 ‘로컬크리에이터’를 수료했다고
강영아 대표(이하 강) -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서 주최로, 지역에서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는 경북지역 9개 업체 중 하나로 참여해 최우수 성적으로 수료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쉽지 않았지만, 우리가 지역과 연계되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그리고 농촌이라는 환경에서 정원을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 고민해온 것을 알아봐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정의지 실장(이하 정) – 2020년은 정말 많은 실험을 해왔다. 여건이 되는 한 아이디어 닿는 대로 다 해보려 했다. 요즘은 과거와 달리 물리적인, 심리적인 지역 간 거리도 많이 줄어서 어디든 다 찾아가는 시대니까, 식물과 정원이라는 주제만 남기고, 메인프로그램인 온실에서의 식물 체험부터 키트 제작, 클래스, 식물 에듀케이팅, 조경까지 다양하게 해보았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상황으로 인해 비대면 프로그램을 시도해보기도 했다. 체험 키트를 제작해 발송한 다음,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비대면 클래스도 열었다.

그중에서도 ‘키트’의 존재가 두드러진다
– 키트는 우리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부분으로 고민했지만, 하나하나 다 애착이 가는 소중한 제품이자 실험 과정이었다. 앞서 소개한 다양한 활동과 키트의 존재로 ‘그루작은 뭐 하는 곳이야?’라며 정체성을 궁금해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저 우리가 사랑하는 식물이라는 존재로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기존 업역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실험하고, 올해는 이를 더 다듬어서 데이터를 쌓아가고 싶다.

건축디자인그룹 ‘플레이서스’와 함께 제작한 농막. 온실 시공에서도 함께 협력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그린하우스(온실)는 어떻게 이용되나
- 두 개 동이 있어 하나는 식물이 길러지는 곳, 다른 하나는 각종 클래스나 전시, 작업 등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쓴다. 작년까지만 해도 ‘초록 놀이터’라는 개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체험이 주를 이뤘던 온실은, 일종의 실험실이 되어주기도 한다. 이론과 실재가 다른 것처럼, 식물도 지식으로 알고 이미지로 보는 것과 직접 기르고 변하며 살아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무척 다른데, 적용해보고 싶은 작물을 미리 심어보는 등 조경 실험인 것이다.

폴리카보네이트를 적용해 채광과 단열을 함께 충족하고자 한 온실 내부

온실을 갖추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 사실 이렇게까지 힘든 일일지 몰랐다. 원래 마스터플랜은 2,000평 땅에 온실과 더 많은 체험공간, 스테이가 포함됐는데, 지금이 규모를 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 논인 땅이었기에 성토를 어마어마하게 했다. 그럼에도 작물이 자주 죽어 토지 개량도 이뤄졌다. 해충 문제도 해결해야 했고, 가을 무렵엔 태풍이 지붕을 뜯어가 긴급 보수가 필요하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가 인복은 있었는지, 좋은 사람들을 만나, 그때마다 돌파구를 마련해서 이겨냈다.

그루작 그린 하우스의 전경. 온실 중 왼쪽 동이 식물로 둘러싸여 초록놀이터가 펼쳐지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어떻게 그루작을 키워나갔나
– 서울에서 정원사로, 플라워리스트로 열심히 일했지만, 정원과 식물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켜가는 것은 땅 한 뼘 식물로 채우기 어려운 도시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그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던 차에 오래 협업해온 정 실장이 예천으로 이사를 갔고, 안부 차 그녀를 만나러 가는 와중에 지금의 그루작 그린하우스 터를 만나게 됐다. 장소 선정은 강한 인상에 이끌려 충동적으로 정했지만, 지금의 방향성과 모습 갖추는 일은 전부터도, 예천에 와서도 오래 이어온 화두였다. 그 과정은 나에게도 있었던 농촌에 대한 선입견과의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와 같았다. 이곳에 온실을 짓고, 농막과 정원을 갖추는 과정에서 나도 농촌 그리고 지역에 대한 이해와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작년 여름, ‘건축사사무소 반’과 함께 작업한 속초 한옥 리모델링 조경 현장. 기존 한옥의 정원 요소를 자연스럽게 유지, 조정하는 작업이 중심이 되었다. ⓒ김한석


초록 놀이터 온실의 내부. 오는 3월을 목표로 새로운 모습을 준비 중이다.

지역과 그루작은 어떻게 연결고리를 갖고 있나
- SNS를 하다 우리 방향에 맞겠다 싶은 지역 작가를 보면 컨택하곤 한다. 예를 들어 독립서점과 인연을 갖고, 우리는 식물을, 서점은 식물 관련 도서를 큐레이션 해서 여기에서 즐기게 하는 방식이다. 또한, 계약재배로 지역과 고리를 맺기도 한다. 우리 작업에 필요한 관상용 작물이 있다면, 계약을 맺고 맡긴다. 정원 및 조경과 재배는 또 전문 영역이 조금은 다르기 때문이다. 작년엔 경북 의성의 홉 농장이 그랬고, 올해도 여러 지역 농가들과 함께 계약재배를 더 늘리는 등 농촌과의 접점도 늘려가려고 한다.

농촌과 정원은 어떻게 이어질 수 있었나
– 재배한 식물이 언젠가 출하되어 다른 곳에 식재될 예정이라고 해도, ‘길러질 때 좀 더 세심하게 배치를 고민해서 심어보면 좋겠다’라는 것이 그루작의 온실과 정원의 취지였다. 그간 여러 곳에서 ‘농사도 아름답다’고 이야기해온 맥락과도 같다. 효율성과 디자인에 대한 고민은 계속 하고 있다.
- 한편, 도시 사람들은 농촌에 대해 선입견이 많지 않나. 미디어에서도 시골을 항상 ‘촌스럽게’ 그려내기도 하고. 언제 한 번은 모방송국에서 우리를 인터뷰하러 왔는데, 몸빼 바지 작업복에 삽질하는 모습을 요청했다. 그때, 도시가 농촌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여러 생각을 했고, 농촌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떤 분은 우리를 ‘농촌을 새로 보는 창’이라고도 표현해주셨는데, 감사할 따름이다.

온실 밖 정원도 그루작의 작업 공간이자 실험 공간이다.


그루작 농막 안에서는 클래스와 작업이 종종 이뤄진다.

농촌뿐만 아니라 전국을 무대로 조경 작업을 하고 있다
– 작년에 진행했던 속초 한옥 리모델링 정원과 양평 신축 주택 정원은 서로 상반된 성격이면서도 흥미로운 지점들이 많아 즐거웠다. 속초 현장의 경우 ‘정원의 정리’ 차원에서 접근했는데, 세월이 만든 근사한 나무를 활용해 ‘원래 그 자리에 있던 느낌으로 꾸미는 것’을 구현해볼 수 있었다. 양평 현장은 제로에서 시작하는 정원인데다 정원주가 많은 부분을 일임해줘서 자유롭게 접근했다. 후반부에는 정원에 흥미를 붙인 정원주의 의견으로 많은 부분이 바뀌게 되었지만, 전반적인 설계의 틀을 정원주가 이해해줬고, 또 장기적인 정원 관리에 있어 그런 관심은 큰 양분이 되기에, 시간 여유만 있다면 변경사항은 나쁘지 않다고 봤다.


그루작이 정원을 전하는 방식 중 하나인 그린 에튜케이팅. 외부 전문가와 협력해 풍부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조경구독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다고
– 식물 구독이나 꽃 구독 서비스처럼 조경을 구독하는 서비스는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정원을 조성해도 유지보수가 꾸준히 이뤄져야 아름다움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정원주도 어려움을 토로하고, 전문가 입장에서도 유지보수는 책임 소재의 문제 등으로 반기는 일은 아니다. 그래도 만족감 높은 정원에 꼭 필요하다면 피하기보다는 풀어나가는 방법을 찾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일년에 3~4차례 정도라도 정원을 케어해주는 포멧을 다듬어보고 싶다.
– 한편으론, 일정한 섹션은 포트째로 식재해 시즌이나 계절별로 교체해주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예컨대, 조경의 모듈화라고 할까. 야생화 섹션, 그라스 섹션 등을 나눠 시즌 별로 변화를 주면 시공 측면에서도, 정원 만족도 측면에서도 일년내내 다이나믹한 정원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예천군 삼강문화단지 캠핑장 조경 설계도. 이외에도 지역과 연계한 여러 조경 프로젝트 등을 준비 중이다.

올해 활동 방향은
– 작년은 ‘모르는 일은 하지 않는다’와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 사이에서 방향성을 탐구하던 시기였다. 올해는 활동을 늘리기보다는 그간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내실을 갖춰 발전해 선보이는 과정을 거쳐보려고 한다. 올해는 구근, 파스텔톤 꽃을 키워 온실에서 꽃밭놀이터를 할 계획인데, 3월쯤부터 변화된 모습을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 거시적으로 는 농막과 조경을 함께 제공하는 패키지 프로젝트도 점차 궤도에 올리고자 한다. 언제, 어디서든 초록과 정원을 즐겼으면 좋겠다.


정원사가 추천하는 실내를 더 쾌적하게 만들어줄 고무나무 셋

뱅갈고무나무
고무나무는 대체로 공기 중 화학물질을 정화하고 먼지를 흡착·분해하는 능력이 좋은 식물로, 뱅갈고무나무도 마찬가지다. 다른 고무나무보다 수고가 낮지만, 가지가 옆으로 잘 뻗고 생장속도가 빨라 고무나무 중에서도 변화를 보기 좋고 풍성한 멋을 낸다.
떡갈잎고무나무
우리의 산과 들에 흔한 떡갈나무 잎을 닮아 좀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고무나무다. 우글우글한 잎이 크고 시원하며 색도 진해 다른 고무나무들과 비교해서도 중후한 멋이 있다. 초보자도 관리가 가능할 정도로 잘 살지만, 겨울철 과습에는 조금 더 주의해야 한다.
멜라니고무나무
처음 잎이 나올 땐 붉은 빛을 띄고, 점차 자라며 짙은 녹색으로 변해가는 다양한 얼굴을 가진 고무나무다. 다른 고무나무 보다 좀 더 두툼한 잎을 가지며 특유의 빛깔과 질감으로, 적은 잎으로도 고무나무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수종이다. 비교적 큰 2.5m 수고까지도 자란다.



취재_ 신기영  |  사진_ 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1년 2월호 / Vol.264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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