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학업성취..'교육 양극화' 10년새 더 깊어졌다

최원형 2021. 1. 28. 05: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교육개발원, 교육 양극화 지수 첫 개발]
"소득 하위 20%가 교육 분야서
상위 20% 될 가능성 급속 감소"
클립아트코리아

소득 하위 20% 집단이 사교육비나 학업성취 등 교육분야 핵심 지표에서 상위 20%에 속할 가능성이 지난 10년간 더 악화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이 처음 개발한 교육 양극화 지수를 바탕으로 살펴본 결과다.

27일 한국교육개발원이 펴낸 ‘교육 분야 양극화 추이 분석 연구’ 보고서를 보면, 교육분야 양극화 지수 가운데 하나인 ‘이동성 감소’(불균등 배분)의 2010년 대비 2020년 변화를 나타내는 변동성 지수가 117.3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소득 하위 20% 집단이 교육분야 핵심 지표에서 상위 20%에 속할 가능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변동성 지수가 100보다 높을수록 10년간 양극화 정도가 심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세부 지표에서 보면 사교육비와 역량(학업성취) 등에서 양극화 수준이 심각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앞서 지난해부터 교육분야 양극화 추이를 분석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이번 보고서는 5년간 이루어지는 연구 가운데 1차 연도의 결과를 담았다. 교육분야에서 양극화 현상을 진단하기 위한 지표와 지수를 제안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보고서는 “개인의 배경 등에 의해 교육의 기회, 과정, 결과에서 상하집단으로 쏠리게 되면서 중간층이 감소하고 집단 간 이질성이 커지는 가운데, 집단 간 이동성이 약화되는 현상”으로 교육 양극화를 규정했다.

연구진은 교육 양극화 지수를 4가지로 분류했는데, ‘이동성 감소’(117.3)에 이어 ‘중간층 감소’(104.6) ‘집단 간 차이 증가’(101.8) ‘집단 내 차이 감소’(98.8) 등의 차례로 변동성 지수(2010년 대비 2020년 수준)가 컸다. 지난 10년간 양극화가 더 심화된 순서다. 중간층 감소는 소득 중위 집단이 하위 집단에 더 가까워지는 것을 의미하며, 집단 내 차이는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집단의 차이를 말한다. 지수를 구성하는 교육분야 핵심 지표 10가지는 유아 인지발달, 사교육비, 부모의 학습 지원, 부모의 문화 지원, 학습시간, 교사열의, 학업성취, 성인역량, 대학 진학, 대졸자 첫 소득 등이다.

2020년 기준으로는 4가지 양극화 지수 가운데 ‘집단 간 차이 증가’ 지수가 157.1로 양극화 정도가 가장 심했다. ‘이동성 감소’ 지수가 155.5로 뒤를 이었다. 반면 ‘집단 내 차이 감소’와 ‘중간층 감소’ 지수는 각각 104.9와 100.5로 양극화 수준이 덜했다. 연구진은 “상하위 계층 간 간극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교육보다 가정의 소득수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교육비 투자에서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특징도 드러냈다. 2020년 기준 사교육비 양극화는 ‘집단 간 차이 증가’ 지수가 354.2일 정도로 심했고, ‘이동성 감소’ 지수도 288.9에 달했다. 부모의 문화 지원, 역량(학업성취), 학습시간, 대학 진학 등 가정 배경과 연관이 있거나 그에 대한 결과라 할 수 있는 지표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사교육비에서는 ‘중간층 감소’ 지수가 100 이하로 나타났다. 이는 소득 중위 집단이 상위 집단만큼 사교육에 돈을 쓰게 되는 일종의 ‘따라잡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진학한 비율을 살펴본 대학 진학 지표에서 변동성 지수가 100을 넘지 않은 것은 의외의 결과로 꼽힌다. 김경애 한국교육개발원 교육복지연구실장은 “지난 10년 동안 대학 입학에서 소외계층을 별도 선발하는 기회균형전형 확대 등의 정책적 접근이 양극화 정도를 완화한 사례가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며 “사교육에서 주로 나타나는 양극화 현상을 보완하기 위해 공교육이 제도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에 교육의 계층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는 국정과제를 내세웠지만,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치로 치솟는 등 교육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이에 따라 교육계에서는 교육 불평등 지표·지수를 만들고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