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형석 (32) 휴전선 밑 '김형석·안병욱 철학의 집'.. 제2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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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 한림대학교에는 안병욱 숭실대 교수의 아들과 내 큰아들이 교수로 재직했다.
아마 철학과에 있던 내 아들보다 경영학과의 안 교수가 활동 분야가 더 넓었던 듯싶다.
우리 둘은 90세가 넘었으나 실향민이어서 갈 곳이 없으니, 북한 땅에서 가장 가까운 휴전선 밑에 자리 잡도록 돕자고 합의를 보고 시작된 게 양구인문학박물관 내 조성된 '김형석·안병욱 철학의 집'이다.
그해 12월 '김형석·안병욱 철학의 집' 개관식이 열렸지만, 안 선생은 참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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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 한림대학교에는 안병욱 숭실대 교수의 아들과 내 큰아들이 교수로 재직했다. 현 안동규 부총장과 김성진 철학과 명예교수다. 아마 철학과에 있던 내 아들보다 경영학과의 안 교수가 활동 분야가 더 넓었던 듯싶다. 춘천의 북쪽인 양구의 유지들과 협의해 안병욱 교수와 나를 위한 기념관을 장만키로 한 모양이었다. 양구의 유지들이 새로 조성되는 용머리공원에 문화적 공간을 남기고자 고민하다가 안 선생과 나를 떠올린 것 같다. 우리 둘은 90세가 넘었으나 실향민이어서 갈 곳이 없으니, 북한 땅에서 가장 가까운 휴전선 밑에 자리 잡도록 돕자고 합의를 보고 시작된 게 양구인문학박물관 내 조성된 ‘김형석·안병욱 철학의 집’이다.
2012년 4월, 뒤늦게 아들에게 소식을 들은 나는 작업이 진행 중인 양구를 찾았다. 이전에는 양구에 들러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새로 꾸며지는 공원에 2층 건물이 세워져 인테리어가 진행되고 있었다. 분에 넘치는 사랑에 고마운 마음이 솟아올랐다. 이제 양구는 안 선생과 나의 더없이 고마운 제2의 고향이 된 셈이다.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시인 화가 음악인 소설가를 위한 기념시설은 많아도 철학자를 기념하는 곳은 찾기 힘들다. 우리나라 역시 철학도를 위한 기념관은 처음이어서 참 송구스러웠다. 그것도 막역한 친구인 안 선생과 함께니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해 5월 나는 양구 분들과 집에서 요양 중인 안 선생 댁을 방문했다. 이날 방문이 나와 안 선생의 마지막 만남이 됐다. 안 선생 병이 깊어지기 전에 개관식을 서두르려 했으나, 2시간 거리를 왕복하긴 무리가 있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안 선생 댁을 떠날 때 “나 갈게요”라면서 손을 잡았더니, 안 선생도 예전처럼 밝게 웃으며 “또 봅시다”라고 답했다. 안 선생 아들의 배웅을 받고 나서 큰아들 차에 올랐는데, 왜 그런지 계속 눈물이 났다. 일 많은 세상에 나 혼자 남는 것 같았다. 그해 12월 ‘김형석·안병욱 철학의 집’ 개관식이 열렸지만, 안 선생은 참석하지 못했다.
2013년 10월 안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났다. 김태길 선생이 간 지 4년 뒤다. 나는 두 날개를 잃은 새같이 됐다. 안 선생은 한때 나와 통화하다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 셋이 릴레이로 뛰고 있는데, 아마 김 선생이 마지막 주자가 될 거 같아. 누구도 순서는 모르지만….”
이 말대로 내가 마지막 주자로 남게 됐다. 안 선생 장례식에서 송별사를 맡은 나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안 선생 옆에 잠들기 전에 조국의 통일 소식을 접하게 되면, 내가 제일 먼저 그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내게는 또 하나의 짐이 지워졌다. 양구 분들을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돼야겠다는 책임이다. 첫 한 해 동안은 매달 철학의 집에서 강의했다. 이듬해에는 안 선생을 대신해 흥사단에서 강연했다. 지금도 양구군민을 위해 나와 내 제자, 후배 교수들이 강의를 하고 있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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