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건설조합에 정부 개입.. 업계 "관치 강화" 반발

진중언 기자 2021. 1. 28.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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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투명성 강화 명분 내세워
운영위 구성 방식 시행령 개정안

국토교통부가 입법예고한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 시행령 개정안에 건설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은 건설 관련 공제 조합의 운영위원회 구성과 선출 방식을 바꾼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정부는 공제조합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운영 방식을 혁신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하지만 건설 업계는 “순수 민간 기관인 조합의 자율성을 해치고, 정부가 관치(官治) 운영을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에 속한 전국 건설사들은 최근 공동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고, “개정안을 철회하라”는 탄원서 7만2000여부를 국회와 국토부, 법제처, 국무조정실 등에 전달했다.

국토부 개정안은 조합원(건설사)을 대표하는 협회장이 공제조합 운영위원회에 참여할 수 없게 하고, 조합원 중에서 선출하는 운영위원을 기존 13명에서 9명으로 줄였다. 또 현재 각 공제조합의 운영위원과 위원장의 임기를 강제로 종료하고, 위원회 안건을 국토부와 사전에 협의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이에 대해 건설 업계는 “조합원인 건설사들이 출자해 조합을 만들었는데, 주인(主人)이 조합을 운영하지 못하게 막는 비상식적인 법령”이라며 “국토부가 조합을 손아귀에 넣고 좌지우지하려는 의도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건설공제조합 조합원 비대위 관계자는 “농협·축협·수협을 비롯해 엔지니어링공제조합 등 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조합은 조합원 주도로 자율 경영할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한다”며 “유독 국토부 산하 3개 공제 조합은 비전문가인 외부 인사를 이사장으로 임명하고, 조합원의 감독 기능마저 축소하는 등 관치가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장을 조합 운영에서 배제한 것과 관련, 부산의 한 건설사 대표는 “건설공제조합 조합원의 약 84%가 대한건설협회 회원인데, 업계를 대변하는 협회장은 운영위원회에서 빠지고 기재부와 국토부 공무원이 들어가 있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그는 “조합이 제대로 운영되는지를 감독하는 운영위원회에 조합 이사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게 더 이상한 구조”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공제조합 운영 개선에 나선 것은 박덕흠 의원(무소속)이 전문건설협회장이던 2009년 전문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장을 겸임하면서 한 골프장을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에 대해 건설 업계는 “정부가 개인적 일탈과 제도의 문제를 혼동하고 있다”며 “10여년 전 박 의원의 행동과 지금 협회장들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박한다.

건설공제조합 조합원 비대위는 지난 20일 국토부 관계자들을 만나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한 참석자는 “민간 기관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 아닌 조합 운영에 불법이 있는지 감독하고, 건설 업계의 애로 사항을 지원하는 게 국토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이번 시행령 개정안뿐만 아니라 건설 관련 공제 조합 경영 전반의 효율화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건설공제조합은 27일 전체 직원 명의로 “그동안 협회장이 조합 운영위원장이 돼 여러 문제점이 발생했다”며 “건산법 시행령 개정 작업은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문건을 국무총리실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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