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67] 마이애미의 아르데코 지역
1925년 파리의 세계장식박람회에서 시작된 건축, 디자인 양식은 ‘아르데코(Art Deco)’라 불렸다. 미국의 휴양지 마이애미 해변에도 그 양식을 추종한 ‘아르데코 지역’<사진>이 있다. 1920년대 인디애나주 출신의 카를 피셔가 “경제공황 중에도 사람들이 휴양할 장소는 있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개발을 시작한 곳이다. 약 20㎞가 넘는 해변의 이면 도로가 3층 정도 높이의 아르데코 양식 건물들로 가득 메워져 있다. ‘카사블랑카’ ‘티파니’ ‘버클리’와 같은 친숙한 이름의 호텔들과 레스토랑, 상점이 즐비하다. 휴양지로 호황기를 누렸던 이 지역은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함께 건물들이 미 해병대 숙소로 사용되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1984년 시작된 NBC TV 드라마 ‘마이애미의 두 형사(Miami Vice)’는 대히트였다. 특히 고급 정장 속에 와이셔츠 대신 티셔츠를 입고 맨발에 구두를 신은 주인공과, 대조적으로 머리를 뒤로 묶은 범인 남성들의 패션이 크게 화제가 되며 세계적으로 ‘따라 하기’ 열풍이 일었다. 드라마가 유행하면서 배경으로 보이는 파스텔 색조의 건물들에도 큰 관심이 생겼다. 한동안 잊혔던 이곳의 디자인은 부활했고, 미국 최초의 역사 보존 지역(U.S. Historic District)으로 지정되었다. 지금은 미국 대학생들이 봄방학 여행지로 가장 선호하는 장소다.
이 거리의 매력은 걸어 다니면서 느낄 수 있는 휴먼 스케일이다. 낮은 높이의 건물들은 가깝고 친근하게 행인과 교류한다. 또 한 가지는 지역성. 열대 휴양지의 특성을 고려해 연한 파스텔 색조로 칠해진 외관과 펠리컨, 그레이하운드, 야자수 등의 문양이 이국적 느낌을 물씬 풍긴다. 색과 패션, 디자인으로 기억되는 장소의 독특함이 존재한다. 알 파치노 주연의 ‘스카페이스’나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버드케이지’ 영화의 배경으로도 등장한 이 거리에는 이탈리아의 패션디자이너 베르사체(Gianni Versace)가 살았었다.
정글을 갈아서 아름다운 마을을 건설하고자 했던 청년 사업가 카를 피셔의 비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치보다는 겸손, 급조해서 만들지 않은 연륜과 역사가 지속적으로 방문객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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