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몸동작의 각별함.. 기억에 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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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맣게 잊은 사람의 짤막한 몸짓 하나가 예기치 않게 떠올라 멈칫할 때가 있다.
출입구에서 마주 보이는 벽면 전체를 스크린으로 삼아 병치시킨 '뒷모습'(4분 43초)과 '숨'(2분 22초)은 각각 작가 아버지의 몸짓과 어머니의 손동작을 모티브로 했다.
그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한 사람의 습관적인 동작과 몸짓이 여러 가지 이유로 변화하는 것을 작업을 통해 확인하며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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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6일까지 씨알콜렉티브
2월 6일까지 서울 마포구 씨알콜렉티브에서 열리는 박성연 작가의 개인전 ‘You Are Here’는 사람의 몸동작이 지닌 고유성을 돌이키게 하는 신작 영상 작품을 모은 전시다.
출입구에서 마주 보이는 벽면 전체를 스크린으로 삼아 병치시킨 ‘뒷모습’(4분 43초)과 ‘숨’(2분 22초)은 각각 작가 아버지의 몸짓과 어머니의 손동작을 모티브로 했다. ‘뒷모습’은 몇 해 전 작고한 부친의 병원 입원실에서 작가가 지켜봤던, 숨결에 따라 미세하게 오르내리는 몸의 움직임을 모델의 연기로 재현해 촬영한 것이다. 낮은 의자에 앉아 환자를 바라보고 있으면 오랫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작은 움직임들을 감지하게 된다. 그런 간병인의 시선을 반영했다.
‘숨’은 모친의 손을 촬영한 동영상에 이미지 윤곽만 남긴 드로잉을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짤막하게 오버랩한 작품이다. 박 작가는 2009년에도 어머니의 손이 움직이는 모습을 담은 영상 작품을 발표했다.
그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한 사람의 습관적인 동작과 몸짓이 여러 가지 이유로 변화하는 것을 작업을 통해 확인하며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반대편 벽의 ‘도시락 싸기’(1분)는 병원에 가져갈 음식을 도시락 통에 나눠 담는 작가 자신의 손동작을 촬영한 뒤 손의 윤곽 드로잉과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남긴 애니메이션이다. 출입구 곁 모니터의 영상 속에서 흘러가는 맥락 없는 내용의 텍스트는 부모의 곁을 오가며 나눴던 대화, 자신이 할 일을 적은 메모를 편집한 것이다.
나란히 걸려 반복 재생되는 노부부의 몸짓과 숨소리, 건너편 벽에 비친 딸의 손동작은 한 시점의 공간에 함께 모여 존재했던 것들이 아니다. 당연한 듯 가족과 마주 앉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간의 유한한 특별함을 문득 돌아보게 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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