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가짜 성장과 진짜 성장

입력 2021. 1. 28.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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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샌가 우리 경제의 저성장이 당연한 것이 됐다.

앞으로 성장률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조차도 아주 당연한 것처럼 말한다.

성장률 하락에 둔감한 것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저성장에 대한 인식이다.

성장률 하락은 단순히 국내총생산이 늘어나는 정도가 둔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치와 경제, 사회시스템을 균열시키는 악성 바이러스가 점점 더 퍼지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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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으로 성장률 높이는 건 가짜
저성장의 악성 바이러스 퇴치할
구조적 생산성 증대 시스템 절실"
강석훈 <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

어느샌가 우리 경제의 저성장이 당연한 것이 됐다. 앞으로 성장률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조차도 아주 당연한 것처럼 말한다. 실제로 여러 예측기관이 한국 경제가 2020년대에는 2%대 성장을 하고, 2030년대에는 1%대 성장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경제 이론으로 저성장의 원인은 쉽게 설명할 수 있다. 경제성장률 결정요인은 노동, 자본, 생산성이다. 향후 저출산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노동 투입량 증가율은 정체되거나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우리 경제가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면서 자본의 투자수익률이 낮아지고, 따라서 투자의 양적 증대도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인적 자원의 축적을 기반으로 기술혁신, 제도 혁신이 쉬지 않고 진행돼야 한다. 우리 상황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현 정부하에서 생산성 증대는 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5년 단임제의 변덕스러운 정치체제였지만, 국회와 청와대 등의 정치세력과 공무원과 전문가 그룹의 정책 세력 사이에 상호 존중하는 전통이 있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는 양자의 관계가 상하 또는 주종관계로 전락했고, 정치 논리를 따라가지 않는 정책 세력은 반개혁세력으로 내몰리고 있다. 생산성 증대나 경쟁력 강화, 구조조정 등과 같이 잠재성장률과 관련된 단어들은 거의 금기어가 됐다. 성장에 대한 깊은 고민은 없고 소득이 늘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황당한 성장론이나, 부채를 일으켜서 더 많이 돈을 뿌리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부채 만능 성장론만 난무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에도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은 쉬지 않고 하락하고 있다.

성장률 하락에 둔감한 것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저성장에 대한 인식이다. 성장을 이야기하면 언제까지 그 지긋지긋한 성장 우선 논리를 계속할 것이냐며 냉소를 보낸다.

그러나 사실 많은 사람이 성장 패배론이나 성장 등한시론에 빠지는 이유는 저성장의 진정한 무서움을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성장률 하락은 단순히 국내총생산이 늘어나는 정도가 둔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치와 경제, 사회시스템을 균열시키는 악성 바이러스가 점점 더 퍼지는 것과 같다.

성장률이 하락하면 괜찮은 일자리 창출이 어렵고,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격차가 확대된다. 정부는 빈곤층 지원과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 복지지출을 확대하게 되지만, 성장률 저하에 따른 재정 수입 감소와 국가부채 급증에 직면하게 된다.

저성장은 저출산의 원인이 된다. 미래의 경제적 여건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출산은 행복이 아니라 인생을 거는 모험이 된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는 성장잠재력을 잠식하고 다시 저출산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저성장은 기회 상실을 의미한다. 기회의 창이 닫혀버린 사회에서 신기득권의 따뜻함을 지키려는 ‘인싸’와 기득권 바깥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아싸’ 간의 기회쟁탈전이 죽기살기식으로 벌어진다.

저성장의 악성 바이러스가 이미 퍼져있지만, 대유행을 하기 전에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 그동안 악성 바이러스에 대해 복지 확대라는 사후 치료제를 사용했다. 이제부터는 가장 강력한 예방 백신인 성장률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 성장률이 높아진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성장률을 높이지 않고서는 어떤 문제도 풀기 어렵다.

모두가 부채를 이야기할 때 누군가는 성장을 이야기해야 한다. 부채로 조달한 재정지출 확대로 성장률 수치를 높이는 성장은 지속되기 어려운 가짜 백신이다. 구조적으로 생산성이 증대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진짜 백신이다. 우리 경제에게 진짜 백신이 필요하다. 물론 진짜와 가짜의 구분은 ‘타짜’인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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