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수처 가동 전 '산 권력' 수사 철저히 하라

2021. 1. 2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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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선거개입·불법출금 수사 박차
공수처에 넘기자는 주장은 시간끌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본격 가동을 앞두고 검찰이 이른바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 수사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들 사건에는 하나같이 정점에 ‘청와대’가 등장하는 게 공통점이다. 대전지검의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수사는 키맨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소환조사하면서 정점으로 가고 있다.

이 사건은 “(월성 1호기)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되느냐”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시작됐다. 백 전 장관은 “너 죽을래”라고 협박까지 하면서 공무원들을 조작으로 내몰았고, 공무원들은 한밤중에 증거를 인멸했다. 이 사안을 보고받고 지시한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이 조사를 받게 된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및 청와대 하명 의혹 수사의 최대 수혜자는 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철호 울산시장이다. 송 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공약 마련을 돕고, 상대 후보에 대한 ‘하명 수사’를 벌였다는 혐의로 지난해 1월 말 송 시장 등 13명이 기소됐다. 내일이면 기소한 지 1년이 되지만 재판은 그대로 멈춰 있다. 선거 지원 관여 의혹을 받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한 수사도 지난 4·15총선 이후 진척이 없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산다. 검찰은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와 관련해선 이규원 검사가 허위 사건번호와 내사번호를 기재해 긴급 출금을 요청하는 과정에 누가 개입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검찰은 2019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불법 정황을 발견한 안양지청 수사를 막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어제 대검 반부패·강력부 사무실까지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죽은 권력’뿐 아니라 ‘산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거악 척결을 통한 사회 정의의 실현이 검찰 본연의 책무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집단적 반발 움직임이 나와 우려스럽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와 여당 의원이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 날 국민권익위원회가 “관련 공익신고 사건을 공수처 등에 수사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맞장구쳤다. 공수처법 제24조에 따르면 공수처는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에 대해 이첩을 요청할 수 있고, 해당 수사기관은 응해야 한다. 하지만 공식 출범은 했지만 정상적 수사 조직이 갖춰지지 않은 공수처에 사건을 이관하라는 건 시간끌기이자 억지다.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성역 없이 수사해 죗값에 맞게 단죄함으로써 지체된 정의를 바로 세워라. 공수처가 수사 조직을 갖추기 전, 두 달이 마지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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