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11일..송철호와 청와대 사이에 무슨 일이
산재모병원 예타 탈락 위기 놓인 상황
강길부 의원 부탁으로 청와대 담당 행정관 만나
"산재모병원 예타 발표 연기 청탁 한 적 없어"
"예타 기각이 유리하다"는 농담조 발언에 오히려 핀잔 줘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2017년 10월 11일 청와대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당시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이던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기소 위기에 놓였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됐다.
지난 2018년 6월 13일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울산시장 선거에서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경쟁 관계였던 김기현(현 국민의힘 의원) 전 울산시장의 핵심 공약인 ‘산재모병원’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조사 발표를 늦추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송철호 울산시장이 입을 열었다.
■ “이진석 실장 묵묵히 듣고 특별한 언급 없어”
송 시장은 26일 오후 울산시청 기자실을 찾아 간담회를 갖고 이진석 당시 비서관을 만나게 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이 비서관은 묵묵히 설명을 들었을 뿐 특별한 말이 없었다고 송 시장은 기억했다.
설명에 따르면 당시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은 그 날 송 시장이 만난 청와대 관계자 중 3번째 인물이다.
그 전 상황은 이렇다. 송 시장이 이날 만난 첫 번째 인물은 장환석 청와대 균형발전행정관이다.
송 시장은 “울산 산재모병원 건립사업이 예타 조사 탈락에 위기에 몰리자 강길부 의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당시 장환석 청와대 균형발전행정관을 만나 예타 통과 조건을 보완할 수 있도록 설득해보라는 연락이었다”고 말했다.
송 시장은 강길부 의원이 “당신이 10년 전에 노무현 대통령에게 산재병원의 필요성을 주장하지 않았느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으니 이제 송 변호사가 나서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또 산재모병원이 예타를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을 묻자 강 의원은 “통과 조건인 비용대비편익(BC)값을 높여야 하는 데 현재 너무 낮아 울산과기원(UNIST)의 R&D 기능을 추가해 BC값에 반영되도록 설득해 달라 했다”고 송 시장은 말했다.
이후 강 의원실 정재원 보좌관의 소개로 2017년 10월 11일 점심시간 때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장환석 행정관을 만났다.
문제의 발언인 “산재병원이 예타에서 기각되는 것이 송 변호사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고 송 시장은 밝혔다.
이 자리에는 당시 울산시장 선거캠프를 함께 준비하고 있던 송병기(전 울산경제부시장), 정몽주(전 울산시 정무특보) 씨가 함께 했다.
송 시장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이들 중 한 사람이 농담조로 이같은 발언을 했고, 저는 시민에게 유리한가의 여부가 중요한데, 이를 선거와 연결하면 되느냐며 오히려 핀잔을 준 기억이 남아 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산재모병원 건립은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이 추진한 공약사업임에도 선거 상황을 떠나 울산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강 의원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 들이고 이를 돕기 위해 나섰다는 입장이다.
■ 시간 남아 청와대 방문, 임종석 이진석 각각 만나
점심시간 끝나고 장환석 행정관과 헤어진 송 시장은 청와대 인근까지 온 김에 평소 알고 지내던 임종석 비서실장과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을 각각 만났다고 밝혔다.
이진석 비서관은 울산 출신으로 송 시장과는 안면이 있었다.
송 시장은 "울산 출신으로 평소 알고 지내던 이 실장이 사회정책비서관으로 있기에 울산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평가해달라고 부탁했다“며 당시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청와대 행정관과 비서관을 만나 김기현 시장의 산재모병원을 좌초시키려했거나 선거에 유리한 여건을 만들 위해 발표 시기를 조절하려고 시도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 산재모병원 좌초에 공공병원 건립도 사실상 포기
울산시장에 당선됐지만 송 시장은 자신이 공약했던 공공병원 건립도 사실상 자신이 없었다고 밝혔다. 예타 통과는 기대 밖의 일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또 당시 산재모병원 건립사업은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2018년 5월 28일 예타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이 결정으로 더 이상 산재모병원은 예타 신청을 못하게 됐고 송 시장이 공약한 비슷한 성격의 공공병원건립 사업 또한 이로 인해 예타 통과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2018년 11월 1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전국 각 시도에 국가균형발전 기반구축사업(예타 면제 사업) 2개를 선정해 우선 순위를 정해 올리라는 공문이 왔다.
■ 신청한 예타면제사업은 ‘공공병원 아닌 ‘광역철도 건설’
이에 울산시는 1순위에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건설, 2순위에 울산~양산 광역철도 건설을 사업을 제출했다. 산재모병원이 예타에 탈락된 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공공병원을 예타 면제 사업으로 선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아예 언급도 하지 않았다는 게 송 시장의 설명이다.
반전의 계기는 이후 11월 13일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전국 순회 중 울산을 방문하면서 찾아왔다. 송재호 위원장에게 지역 현안을 구두로 건의하는 과정에서 3위로 공공병원 건립을 예타면제사업에 포함시키고 싶다고 송 시장이 말했고 이후 부지제공 제안 등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공공병원 건립이 최종 예타 면제 사업에 포함됐다.
이 내용은 송 시장이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 자세히 나와 있다.
■ 황운하 경찰청장과는 두 번 만나
한편 송 시장은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당시 울산경찰청장)과의 만난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송 시장은 “황 청장이 부임 후 9월과 12월 두 차례 만났으며 첫 만남에서 경찰수사권 독립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고, 두 번째 만남에서는 울산 동구의 한 식당에서 주민 2명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세상살아 가는 이야기를 한게 전부”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1월 29일 송 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한 바 있다.
검찰은 송 시장이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에게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청탁하고 또 청와대 관계자에게 ‘산재모병원’ 예비타당성조사 발표 연기를 부탁했다고 보고 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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