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가짜정보 버블'에 갇힌 사람들
편향된 정보만 습득.. 극단 치달아
불신 풍토 속 각종 음모론 분출
정치인·정당도 가세 위기 부추겨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선도 국가로 각인되어 있는 미국. 그 나라에서 분노에 가득차 연방 의회 건물로 돌진하는 군중. 마치 영화에서 보았던 좀비들의 돌진을 연상시켰다. 무단으로 의원 사무실에 들어가 인증샷을 남기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선거 과정에 내가 모르는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가 혼동이 올 지경이었다.
다음으로 냉전시기 두 개의 가치가 선명하게 대립되던 시기를 벗어나면서 그 자리를 메운 개인주의 성향은 권위(주의)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다.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의 토로에는 생존의 위기를 호소하는 내용이 많았지만, 코로나19가 정부의 음모라는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휩쓸린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정부의 마스크 착용 명령이 불필요하게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전 세계에 퍼져 있다. 세 번째는 정치와 정치인들의 실패다. 잊을 만하면 다시 등장하는 정치인들의 부정부패, 성추문 등은 도대체 저 사람들을 우리가 믿고 국정을 맡겨도 되는가 하는 회의를 자아냈다.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의 뜻을 받들게 되어 있는 사람들이 평범한 시민의 상식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 국민들은 자신이 던진 표에 대한 본전 생각을 하게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선정주의 언론은 작은 일을 크게 부풀리거나 오직 특종에만 목을 매는 행태로 독자들의 냉소와 불신을 가중시켰다.
이러한 불신의 풍토에서 등장한 소셜미디어와 같은 가상공간은 시끌벅적한 광장 못지않은 흡인력이 있다. 사람들은 클릭에 클릭을 거듭하면서 특정 시각을 바탕으로 왜곡된 정보에 차근차근 빠져들게 된다. 게임에 푹 빠져들면 밥먹는 것도 잊고 일상을 망각하게 되는 것처럼, 몰입은 극도의 쾌감을 주고, 그러한 쾌감은 다시 사람들을 컴퓨터 앞에 돌아오게 만든다. 이러한 흡인력은 때때로 가치관의 전환을 불러오기까지 한다. 유튜브에서 극단주의 시각으로 편집된 정보들은 무심코 지나쳤던 정보의 편린들을 실타래처럼 꼬아 하나의 음모이론으로 대중을 인도한다. ‘아 그때 보았던 그 뉴스가 사실은 이거였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되는 ‘아하’ 모멘트가 진실이 아닌 가짜의 버블(공기방울)로 사람들의 전신을 휘감는다. 일단 그 거대한 버블에 빠지면 바깥의 모든 정보는 하나의 노이즈일 뿐이고, 자신과 같은 버블에 빠진 사람들을 찾아야만 마음의 평정을 회복하게 된다. 가상공간이야말로 코로나19 음모론이라는 버블, 백신은 절대 맞으면 안 된다는 가짜정보의 버블(필터버블), 선거결과는 외국의 개입으로 비틀어졌다는 미확인 정보 버블의 분수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필터버블’에 갇힌 사람들은 언제나 더 자극적인 가짜뉴스를 갈구하게 된다. 그러한 심리를 간파한 극단주의 미디어는 더욱더 교묘하게 진실을 호도한다. 그리고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면 결국 사람들은 오프라인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게 된다.
그런데, 더욱 어려운 상황은 진짜 정보 사이에 교묘히 조작된 가짜 정보가 슬쩍 끼어들었을 때다. 합리적 상식을 갖춘 사람들조차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여기에 소셜미디어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경도된 매스미디어까지 가세한다. 그리고 정치인들과 정당까지 그런 혼란을 부추기고 이용하기 시작하면 연방 의회 난입사태까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위기는 그렇게 일어난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인간컴퓨터상호작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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