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월성 원전 삼중수소 논란, 쟁점 짚어보니
경북 월성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 삼중수소 검출과 이에 따른 안전성을 둘러싸고 과학계와 환경단체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민간조사단을 구성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달 26~27일 양측은 각각 토론회를 개최했지만, 그간의 주장을 각자 되풀이하며 입장차만 확인했다. 원자력 전문가들의 모임인 '그린뉴크'는 유튜브 채널 ‘핵공감클라쓰’에서 26일 특별세션을 열고 삼중수소의 인체 영향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전환포럼을 포함한 원자력 관련 6개 단체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월성 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과 안전 문제 대응 긴급토론회'를 개최하고 모든 피폭은 가능한 낮게 억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입장차를 정리했다.
○ 삼중수소 인체 영향…“피폭 효과 미미” vs. “피폭 수준 무조건 낮춰야”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삼중수소의 인체 영향이다. 월성 원전 부지 내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면서 삼중수소에 의한 원전 인근 주민의 피폭 여부가 쟁점이 됐다.
정용훈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지난 1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월성 주변 지역 주민이 1년간 삼중수소로 받는 피폭량이 바나나 6개 수준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 논란은 바나나에 자연 방사선인 포타슘40이 함유돼 있고, 포타슘40이 삼중수소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주장에 따라 논란의 초점이 포타슘40으로 옮겨 갔다.
최성민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핵공감클라쓰 특별세션에서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방사선 에너지와 생물학적 효과를 모두 고려해 피폭 효과를 계산했을 때 삼중수소의 피폭 효과가 1이라면 포타슘40은 340”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삼중수소에 의한 인체 피폭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포타슘40은 삼중수소보다 70~80배 높은 방사선을 방출한다”며 “삼중수소는 체내에 흡수되면 10일 후 양이 절반으로 줄어들지만 포타슘40은 30일이 지나야 절반이 된다”고 덧붙였다. 또 최 교수는 “삼중수소가 특별한 효과가 있어 포타슘40보다 위험하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에너지전환포럼 토론회에서 삼중수소의 방사선량을 바나나에 비유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포타슘40은 체내에서 이온으로 존재하고, 삼중수소는 유기물과 결합하기 때문에 작동하는 방식이 다르다”며 “물리적인 에너지인 방사능을 생물학적인 에너지로 단순 환산하는 것은 기계적인 사고”라고 반박했다.
삼중수소는 분자 상태로 따지면 수소가 아니라 물인데, 물은 광합성을 통해 포도당을 비롯한 여러 유기물로 변하고 유기물이 먹이사슬을 통해 체내에 들어오면 에너지원과 신체 구성요소로 쓰이는 만큼 삼중수소의 인체 영향을 정확하게 환산하려면 환경 조건과 생체 작동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과거 국내에서 방사선량을 환산할 때 쓴 방법을 보면 환산계수가 전부 다르고 모든 핵종을 고려하지 않고 계산했다”며 “국내에는 아직 방사선량을 정확하게 환산하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백 교수는 ‘알라라(ALARA·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원칙을 언급하며 “(피폭을) 어디까지 낮추라는 게 아니라 무조건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알라라는 1997년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확립한 방사선 방호의 기본 원칙으로, 사회적·경제적 요인을 고려해 피폭 수준을 합리적으로 달성 가능한 한 낮게 억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백 교수는 “삼중수소가 100년, 200년 뒤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른다면 원자력공학의 기본원칙인 알라라에 따라 좀 과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지언정 영향이 없다고 하는 건 공학자의 도덕성 문제”라고 비판했다.
○ 사용후핵연료저장조 누출 원인…“균열 보수 완료” vs. “벽 침투”
월성 원전에서 삼중수소가 누출된 원인을 놓고도 입장차가 크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핵공감클라쓰 특별세션에서 월성 원전 1호기의 삼중수소 누출 원인이 사용후핵연료저장조(SFB)의 차수막 파손 때문이라는 의견에 대해 “구조상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정 교수 설명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저장조는 이삼중으로 된 차수막이 둘러싸고 있어 저장조를 둘러싼 차수막에 균열이 생기면 차수막 사이에 물이 생기고 이 물의 방사성 농도를 분석하면 원자로 안의 저장조의 물이 유출된 것인지 바깥에 있는 지하수가 유입된 것인지 알 수 있다. 정 교수는 “균열을 통해 감마핵종이 빠져나올 수 있는데, 1호기 차수막 상부에서 수집한 물에서 감마핵종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월성 원전 1호기의 차수막 손상이 최근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2018년 차수막 손상이 확인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됐고, 이후 조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최근 월성 원전 4호기에서 감마핵종이 누수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 교수는 “이미 수리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에너지전환포럼 토론회에서 한국수력원자력 자료를 토대로 “(삼중수소가 포함된 물이) 벽을 타고 흘러내리면서 시멘트를 관통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수원 자료에 따르면 월성 원전 1호기의 저장조 차수막 근처에서 단위부피(m³)당 1000만~10억Bq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한 소장은 “이 정도면 벽 자체가 침투를 허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우현 기자 mnchoo@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