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붙잡는게 일상이다" 방역지원 종료에 속타는 의료현장

이태윤 입력 2021. 1. 27. 22:25 수정 2021. 1. 28.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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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0일 서울 구로구 한 요양병원에서 레벨D 방호복을 입은 병원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그만 두겠다는 직원 설득하는 게 일상이에요.”

서울 강남구의 한 요양병원 간호부장 A씨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A씨는 과로에 지친 직원을 달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과부하가 걸린 의료 현장을 지원하기 위해 방역 보조 인력을 지원해왔다. 이 사업이 지난 22일 끝나면서 벌어진 일이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8월 보건소·병원·선별진료소 2573곳에 4549명의 방역 보조 인력을 지원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출입관리, 코로나19 의심 환자 명단 작성, PCR 검사 결과 작성 등 업무를 맡았다. 당초 지원 기간은 지난해 9~12월까지 였으나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이어지면서 의료 붕괴 조짐마저 보이자 지난 22일까지로 한 차례 기간을 연장했다.

신규 확진자 수는 감소 추세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유행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방역 보조 인력 지원이 종료되면서 의료 현장 곳곳에서는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서 파견 인력을 지원받은 보건소 등은 상황이 좀 나았지만, 요양병원은 당장 비상이다.

A씨는“인력 지원 기간이 끝나 출입관리 업무를 원무과와 간호과에서 나눠 할 상황에 부닥쳤다. 관두겠다는 직원마저 나왔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직원 사기도 떨어지고 실적도 안 좋지만 어쩔 수 없이 관련 직원 계약을 병원 예산으로 두 달만 연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이 끝나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광주광역시 북구 에버그린요양원에 출입통제를 알리는 입간판이 설치돼 있다. 이날 기준 이곳 요양원에서 35명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프리랜서 장정필


방역수칙이 엄격해지면서 최근 업무 부담이 증가한 요양병원에서 불만이 가장 거세다.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전국 요양병원에 대해 PCR 선제 검사를 주 2회로 실시하도록 했다. 원래 주1회 실시하던 것을 늘렸다. 요양병원 종사자들은 매주 퇴근 이후, 주말의 예상 동선을 관리대장에 기재하고 직원이 5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에 참석하는지, 결혼식장 등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있는 장소에 가는지 등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강남구의 또다른 요양병원 관계자는 “PCR 검사만 하면 끝나는게 아니라 결과와 명단을 작성해 보건소에 제출해야 한다”며 “명단 작성과 확인 업무가 2배로 늘었고 동선 관리 등 문서 만드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일주일에 4일은 이런 업무에만 매달리고 있는데 지원까지 끊겨 막막하다”고 말했다. 성북구에 있는 요양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이 끝난 것도 아닌데 대책 없이 인력 지원부터 끊으면 어떡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의료기관도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인천의 한 대형병원 전공의는 “선별진료소 의료진이 연락받지 않는 의심환자의 명단을 보며 일일이 전화를 돌릴 수는 없다. 방역 지원 업무가 원활히 돌아가야 PCR 검사 등도 속도가 붙는다”며 “코로나19 환자가 많아 감염내과의 경우 여전히 한 달의 절반을 야근해야 하는 지경인데 인력 지원이 끊겨 답답하다”고 말했다.

의료 현장의 요구에도 당분간 추가 인력 지원은 어려울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5000여명의 인력을 의료기관에 지원했던 사업으로 지난해 3차 추경 후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연장했지만, 현재 예산을 다 써 종료했다”며 “추가 지원 계획은 있지만, 올해는 해당 사업을 위해 편성된 예비비 등 예산이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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