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 사칭해 성폭행 유도..죗값은 고작 2백만 원?

박연선 2021. 1. 27.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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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전]
[앵커]

한 채팅 어플 대화방에 전 여자친구의 사진과 개인정보를 올린 뒤 본인인 것처럼 행세해 성폭행을 유도한 20대 명문대 졸업생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 남성을 단순 모욕죄로 처리했고, 검찰도 벌금 2백만 원의 약식기소를 하는 데 그쳐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박연선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20대 여성 A 씨는 모르는 남성으로부터 황당한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랜덤 채팅 앱에서 성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왜 갑자기 사라졌냐"는 얘기였습니다.

대화를 나눈 적 없는 A씨는 이 남성에게 따져 물었고, 누군가 자신을 사칭한 걸 알게 됐습니다.

대화 내용을 확인했더니 중요부위에 유사성행위를 해라, 엉덩이를 만지겠다는 등의 수치심이 드는 내용이었습니다.

[A씨/피해자/음성변조 : "사람들이 다 나로 믿겠구나 생각돼서 무섭고 소름 끼치고 잠도 못 자고 그랬어요."]

심지어 대화방에는 A 씨의 연락처와 사진, 신체적 특징 등 구체적인 개인정보까지 공개됐습니다.

A 씨가 경찰에 고소했고, 수사 결과 범인은 놀랍게도 6년 전 헤어진 전 남자친구 B 씨였습니다.

B씨는 전 여자친구를 가장해 불특정 남성들에게 성폭행을 해달라고 요구하며, 실제 일하고 있는 위치까지 알려주고 유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이 B 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단순 '모욕죄'.

통신매체를 이용해 A씨에게 직접 가한 음란행위가 아니고 공개한 사진도 얼굴 사진에 불과해 현행 성폭력처벌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또 지난해 5월 신설된 형법상 강간 예비 음모죄도 증거가 부족하다며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너무 소극적인 해석이라고 지적합니다.

[전희정/변호사 : "이를 적용하지 않고 가볍게 넘겼다는 것은 수사기관에서 실행의 착수, 또는 강간 범행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했던 것이 아닌가…."]

검찰 역시 B씨를 정식재판에 넘기지 않고 벌금 200만 원으로 약식기소해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연선입니다.

촬영기자:박평안

박연선 기자 (zi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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