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회의 중 귀 만지는 부장님... 듣기 싫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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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로나19 유행으로 원격 수업, 줌(zoom) 콘퍼런스, 재택근무 영상 회의가 기본적인 소통 수단과 사회 활동이 됐다. 만나서 하던 회의나 미팅 대부분이 이제 비(非)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 화상 회의 시대에서는 첫 인사말이 “안녕하세요?”가 아니라 “잘 들리세요?”라는 우스개도 나온다.
직접 얼굴 보고 만나서 대화할 때는 상대 목소리 톤이나 얼굴 표정 변화, 섬세한 제스처 등을 느끼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나해란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 교수는 “뇌는 언어와 대화 분위기, 고개 기울어진 각도, 몸짓 등을 취합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며 “상대가 말로는 ‘다음에 차 한잔해요’라고 해도, ‘다시 보기 어렵겠구나’라고 판단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비대면 영상 모니터 대화에서는 아무래도 그런 미묘한 변화를 파악하기 어렵다. 자칫 상대의 감정과 반응을 놓쳐 제대로 된 소통에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니터 속에 등장하는 얼굴 표정과 손동작은 그나마 선명한 뉘앙스를 반영하기에, 여기에 관심을 기울이면 상당한 비(非)언어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정신과 의사들과 행동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손 움직임은 몸으로 하는 언어
어떤 이가 손으로 한쪽 턱을 괴고 먼 산 보듯 하고 있다면, 지금 대화에 관심이 없거나, 딴생각 중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손짓 언어의 고전이다. 이처럼 손가락 동작에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2015년 호주에서 의과대학 학생들을 상대로 한 실험에 따르면, 학생들은 강의를 들으며 한 시간에 23회 이상 손으로 얼굴을 만졌다. 사람은 손을 얼굴로 올려 무의식으로 뭔가를 뜻하는 몸짓 언어를 쓴다. 말로는 ‘괜찮다’라고 하고, 몸으로는 ‘싫은데’라는 상반된 내용을 표현했을 때, 상대편 뇌는 말보다 ‘보디랭귀지’를 더 진심으로 받아들인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마와아무드 교수팀은 대화 시 손을 얼굴 어디에 어떻게 놓는지에 따라 속마음을 엿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다양한 인종의 대화를 비디오 카메라로 찍어 분석하니, 손동작만 보고도 어떤 마음 상태인지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위치가 의중과 심리를 반영
집게손가락이 눈가에 고정된 채 대화를 듣는다면, 관심이 있다는 의사 표현이다. 손가락 하나를 입술에 대거나 톡톡 치는 행동을 한다면, 뭔가 불확실한 상태를 내포한다. 의심 가는 구석이 있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고개를 기울인 채 손을 입술과 턱에 대거나 만지고 있다면, 말 대신 생각 좀 하겠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 어떤 선택을 고민하고 있을 때도 그런 동작을 취한다.
코를 만지거나 코밑을 손가락으로 비빈다면, 뭔가 께름칙한 말을 시작하려고 하거나, 거짓말이나 속임수 쓸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행동이라는 평이다. 물론 의도를 갖고 일부러 그런 행동을 취한다면 의중을 속단할 수는 없다.
간혹 정치인 기자회견에서 한쪽 눈꺼풀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눈꺼풀 비비기는 낭패감이나 믿음이 깨지며 실망감을 느낄 때 나오는 동작으로 본다. 귀를 만지거나 귓불에 손을 갖다 되면, 상대의 말을 애써 외면하고 싶을 때나, 듣기 싫은 말을 들을 때 무심코 나오는 동작이다. 대화 중 뒷머리나 목을 손가락으로 긁으면, 당신 말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무언의 표시이거나 이해가 안 될 때이다.
회사 CEO나 조직의 결정권자가 뭔가를 발표하고 손으로 양쪽 볼살을 잡고 턱 쪽으로 반복해 쓰다듬어 내린다면, 의견을 구하거나 뭔가를 결정하기 전의 제스처로 해석된다. 나해란 교수는 “감정이 드러나는 손동작을 할 때 뇌를 MRI로 촬영하면 언어 중추 외에 또 다른 의사 표현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이 관찰된다”며 “대면이건 비대면이건 말의 내용에만 집중하지 말고, 손동작 등 상대 전체를 보는 습관을 들이면 소통을 원활하게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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