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몰랐다'..집단감염에 드러난 IM선교회 '합숙교육'
[경향신문]
IM선교회가 운영하는 광주의 비인가 교육시설에서 100명 넘게 확진자가 발생해 27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00명대 중반으로 치솟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559명이라고 밝혔다.
전날(349명)에 비해 200명 넘게 늘어난 수치로, 500명대 확진자는 지난 17일(520명) 이후 열흘 만이다. 최근 완만한 감소세를 보인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IM선교회 관련 집단감염 탓에 다시 확산 국면으로 돌아서자 방역당국은 급히 후속대응에 착수했다.
당국은 IM선교회 관련 시설 40곳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현재 운영 중인 32개 시설을 중심으로 검사 명령 또는 권고를 통보했다. IM선교회와 관련해 이날 오후 6시까지 대전(176명), 광주(152명), 울산(3명), 경남 양산(6명), 경기 안성(2명), 용인(7명)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IM선교회 관련 확산의 중심에는 집단합숙 형태로 운영되는 산하의 ‘국제학교’가 있다. 이 시설들은 교육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았는데도 ‘사립학교’라고 소개한다.
많게는 100여명의 청소년이 공부했지만 학교도, 학원도, 대안교육기관도 아닌 이 시설들에 대해 당국은 전혀 알지 못했다. ‘영성과 실력을 겸비한 국제지도자 양성’이라는 구호 아래 집단생활을 하며 ‘영어학습’에 내몰린 청소년들의 실상은 감염병 창궐 이후에야 드러났다.
■인가 안 받고 ‘사립학교’로 소개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IM선교회 산하 국제학교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사립학교 인가를 받지 않은 불법시설이다. 사립학교는 법인을 설립한 뒤 법이 정한 기준을 갖춘 뒤 시·도 교육감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법에 따라 학력이 인정되는 외국인학교와 대안학교는 ‘학교’ 명칭을 사용할 수 있지만 IM선교회 시설은 여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IM선교회도 “TCS국제학교는 비인가 학교로 학력 인정을 받기 위해 검정고시를 치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IM선교회는 입학지원서에서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 사립학교”라고 소개하며 “학부모는 교육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인가를 받지 않고 ‘학교’ 명칭을 사용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대안교육기관은 교육청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신청하지도 않았다. 광주시교육청은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지만 IM선교회처럼 해당 시설이 공모사업 등을 신청하지 않으면 현재는 존재 자체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교육기관으로 등록하고 실태조사를 하도록 하는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이 지난 12일 제정됐지만 내년부터 시행된다.
■원룸 11명…교사들 조사 비협조
IM선교회가 밝힌 인재상 중 하나는 ‘두 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는 글로벌 인재’다. 전남 여수에서 진행한 입학설명회에서는 “모든 교육과정이 성경적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초·중·고교 전 과목을 영어로 학습하는 자기주도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과 신앙, 공동체를 바탕으로 선교사를 양성한다는 IM선교회에서 전국에서 모인 청소년들은 교사와 함께 집단생활을 해왔다. 광주TCS국제학교의 경우 학교 건물에서 자동차로 10여분 떨어진 곳에 원룸 2개층과 일반 건물 한 곳을 빌려 기숙사로 사용했다.
원룸 크기에 따라 많게는 11명이 한방에서 생활했다. 다른 숙소에서도 대여섯 명씩 합숙을 했다. 식사는 대부분 배달음식으로 해결했다. 청소년들은 휴대전화도 갖고 있지 않아 역학조사를 진행한 방역당국은 교사들과 통화해야 했다.
전국적 집단감염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지역 간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시급하지만 IM선교회 관계자들은 비협조적이다.
송혜자 광주시 감염병관리과장은 “IM선교회 교사들이 이동 동선 등에 대해 진술하지 않고 굉장히 비협조적이어서 감염고리를 아직 찾지 못했다”면서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을 활용해 전국 시설 교사들 간 교류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역 지침을 따르지 않아 무더기 확진자가 나왔다는 뉴스를 본 시민들은 이날 TCS국제학교 건물에 날계란을 투척하기도 했다.
강현석·조형국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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