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후드'가 띄운 미 증시, 제2의 닷컴버블 될까

정원식 기자 입력 2021. 1. 2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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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네어' 등장 등 '하이퍼 성장주'에 쏠린 투자..거품 논란 키워
미 조사업체 "성장주 거품 수준, 과거 버블 붕괴 전보다 높아" 경고
역대 최저 수준 금리에 높은 저축률.."꺼지는 데 10년" 낙관론도

[경향신문]

한국에 ‘동학개미’가 있다면 미국엔 ‘로빈후드’가, 코스피에 ‘구만전자’가 있다면 나스닥엔 ‘테슬라네어’(테슬라 주식으로 백만장자가 된 사람들)가 있다.

코로나19로 풀린 유동성이 증시에 쏠리면서 미국에서도 거품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과열된 분위기가 닷컴버블을 연상케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향후 경제 회복 가능성과 유동성을 고려하면 주가 폭락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낙관론이 교차한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나스닥지수 등 뉴욕증시 3대 지수는 20일부터 25일(현지시간)까지 4거래일 연속으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로이터통신은 26일 주식 급등, 공모시장 과열, 초보 투자자들의 과열된 투자 열기로 주가 급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월가에서 증시 거품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앱솔루트 스트래터지 리서치(ASR)는 지난 21일 미국 ‘성장주’의 거품 수준이 1980년대 일본의 거품경제나 1990년대 중후반 기술주 중심의 닷컴버블을 떠올리게 한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시티그룹의 ‘공포·낙관’ 지수의 낙관 대비 공포 비율이 닷컴버블이 붕괴하기 전보다 높은 수준이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조사에서도 현재 주식시장이 위험하다고 보는 펀드 매니저들의 인식이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미국 온라인 증권사 이트레이드가 이달 1~7일 100만달러(약 11억원)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는 18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은 미국 주식시장이 이미 거품 상태이거나 거품에 근접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봉쇄로 남아도는 시간을 주식 투자에 쏟아붓는 초보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도 전문가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면서 이들의 투자가 테슬라 같은 전기차 제조업체 등 ‘하이퍼 성장주’에 쏠려 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주가가 8배 뛰었다. 테슬라 주식으로 백만장자(밀리어네어·millionaire)가 됐다는 뜻의 ‘테슬라네어(Teslanaire)’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한국의 ‘서학개미’들도 올해 들어서만 7억7889만달러(약 8592억원)를 순매수하는 등 테슬라 열기에 올라타고 있다. ‘로빈후드’들은 ‘제2의 테슬라’ 만들기에 뛰어들고 있다. 비디오게임업체 ‘게임스톱’은 지난 4일 주당 17.25달러였으나 25일 주당 76.79달러를 기록했다.

문제는 거품이 예고 없이 터지는 경우다. 헤지펀드 투자사 바우포스트그룹 창립자인 세스 클라먼은 많은 투자자들이 시장 리스크가 사라진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을 뜨거운 물속의 개구리에 비유했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전례 없는 통화완화 정책과 재정부양책으로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이 같은 기조가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과열이 아니라고 말한다. 가계와 기업이 쌓아두고 있는 현금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낙관론자들의 근거 중 하나다. 자산운용사 파인브리지 인베스트먼트의 멀티에셋 부문 대표 마이클 켈리는 “지금은 저축률 상승과 양적완화 정책에 힘입어 시장이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런 분위기가 가라앉으려면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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