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산 공원 조성" 12년째 말뿐인 인천공항
[경향신문]
절토 조건으로 근린공원 약속
고도제한 피하고 골재도 확보
일석이조 효과 거둔 후엔 방치
수차례 공원 계획도 흐지부지
공사, 경영 어렵자 ‘개발’ 제기
인천시 “자연 훼손 복구 당연”
27일 인천 중구 용유도 오성산. 산을 오르는 시멘트길과 흙길은 누더기로 변했다. 길옆엔 쓰레기가 방치돼 있고, 산 정상에는 오성산 출입을 막는 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펜스에는 ‘이곳은 인천국제공항공사 토지로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지만, 낡고 오래돼 글씨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산 둘레에는 나무가 무성했지만 인천공항 건설을 위해 파헤쳤던 돌과 흙 등 시뻘건 흔적이 그대로 남아 흉물스러웠다.
원래 172m 높이였던 오성산은 인천공항 건설로 120m가 잘려나가 현재는 52m의 언덕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전히 정상에서는 인천공항 활주로와 여객터미널이 보인다. 무의도와 실미도 등 인천의 섬을 비롯해 서해 바다도 한눈에 들어온다. 인천공항과 용유도의 비경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명소이다.
인천공항의 활주로 중심 반경 4㎞ 이내는 항공기 안전운항을 위해 해발 52m 이상에 대해 고도제한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장애구릉사업을 벌여 오성산을 절토했다. 2003∼2009년 파낸 돌과 흙은 인천공항 2단계 건설에 사용했다. 공사 입장에선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2001년 인천공항공사는 절토를 조건으로 오성산에 도시근린공원을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장애구릉사업이 끝난 뒤 12년째 방치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2014년 절토된 오성산 88만214㎡에 870억원을 들여 관광형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흐지부지됐다. 또 지난해에는 오성산 보상비 730억원을 포함해 공원 조성비가 1000억원을 넘으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이를 피해가기 위해 2025년까지 260억원만 투입하기로 했다. 공원 조성도 산책로와 수목원, 축구장, 야구장, 주차장 등을 만드는 게 전부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영이 어렵자 최근 인천공항공사 내부에서는 공원을 조성하는 대신 개발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4091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는 7569억원의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한 푼이 아쉬운 판에 260억원을 들여 특색도 없는 공원을 만들기보다는 장애구릉사업을 벌여 골프장을 조성했던 신불도와 삼목도처럼 오성산도 개발하자는 것이다. 공원을 조성해봐야 용유도 주민은 3371명에 불과해 경제성이 없고, 매년 13억원 정도의 관리비가 들어가 예산 낭비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일단 공원 조성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2월4일 환경영향평가(초안) 공람과 주민설명회를 할 예정이다. 오는 8월이면 오성산은 도시근린공원으로 결정된 지 20년이 지나 ‘공원 일몰제’에 해당돼서 도시계획시설이 해제된다. 공원 조성이 안 되면 도시공원법 위반으로 고발되고, 다시 보존녹지(산림)로 복원해야 한다. 따라서 향후 개발을 위해서라도 공원 조성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자연을 훼손했으면 복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지역 주민뿐 아니라 인천공항 이용객도 관광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원으로 조성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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