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심판 선거 될라' 몸 낮춘 민주당

박홍두 기자 2021. 1. 2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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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은 "박원순 피해자에 사과"..불씨 차단 나서
박영선·우상호도 "인권위 판단 존중..사과는 당연"

[경향신문]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 인권위 조사결과 기자회견 김정재 국민의힘 성폭력대책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을 비롯한 당 소속 여성 의원들이 27일 국회에서 고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 자체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 선거에서 ‘성범죄 심판론 구도’가 재점화하자 수습에 고심하고 있다. 이낙연 대표가 27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정치인의 위력 성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까지 약속했다. 선거에 나선 후보들과 당내 인사들도 앞다퉈 ‘사과’에 나섰다.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과 국가인권위원회의 박 전 시장 직권조사 발표가 겹쳐 나오면서 성범죄 심판론이 다시 부각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뒤늦은 사과와 후속 조치라는 비판도 함께 잇따르고 있어 난감함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시장과 관련한 인권위의 ‘성희롱’ 판단에 대해 “인권위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 피해자와 가족들께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별 격차를 조장하는 낡은 제도와 관행을 과감히 뜯어고치겠다. 우리 사회의 여성 억압구조를 해체하겠다”며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성범죄가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서는 관련 법을 고쳐서라도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공식 사과 표명은 박 전 시장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7월 이후 두 번째다. 당시엔 ‘피해 고소인’으로 불렀지만 이번에는 ‘피해자’라는 단어를 썼다.

민주당은 전날 신영대 대변인 논평을 통해 “피해자와 서울시민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지난 25일 “충격을 넘어 경악”이라고 논평했던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늘 반성하겠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 자성 없는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이 거세자 자세를 바짝 낮춘 것이다. 최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해명하면서 ‘내시반청’(남을 탓하기보다 스스로를 먼저 성찰하고 남의 충고를 경청한다), ‘조고각하’(자기 발밑을 잘 보라)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하기도 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자들도 인권위 판단을 존중한다고 입을 모으면서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강조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진심으로 사과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우상호 의원도 통화에서 “인권위 결과를 존중하고 재발 방지 권고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낮은 자세’는 성범죄 심판론이 선거의 전면에 떠오르자 조기 차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당 소속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들의 성범죄 문제로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정당인 만큼 최대한 말을 아끼는 식으로 대처해왔지만, 당내에서부터 “우리가 먼저 반성과 성찰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다.

하지만 박 전 시장 사건의 경우 발생 후 6개월간 2차 가해를 막지도 못해놓고 이제서야 사과와 후속 조치를 내놓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자칫 선거용으로 비춰질까 우려하는 시각도 제기된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진정성 있는 사과를 위해선 재발 방지 입법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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