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원치 않는 성범죄 수사 옳은가.. '2차 가해' 목소리도

이종민 2021. 1. 2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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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 피해자인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이 '공동체적 해결을 원한다'고 밝혔지만 제3자인 시민단체가 김 전 대표를 경찰에 고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성폭력 전문 국선변호사인 신진희 변호사는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원치 않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또다른 가해행위"라며 "고발 단체가 정말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고발한 것인지 의도를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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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김종철 고발 논란
시민단체, 장혜영 반발 아랑곳 안해
피해자 위해 없앤 '성범죄 친고죄'
"제3자 악용.. 되레 부담" 비판론
경찰 수사 제대로 될지도 미지수
일각 "장 의원 주장, 사법체계 무시
당대표 성비위는 개인 일탈 아냐"
여성계선 "피해자 의사 존중해야"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 연합뉴스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 피해자인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이 ‘공동체적 해결을 원한다’고 밝혔지만 제3자인 시민단체가 김 전 대표를 경찰에 고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자가 원치 않는데도 사법적 절차를 밟는 것은 ‘친고죄 폐지’를 악용한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고발 자체가 ‘2차 가해’라는 목소리도 높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전날 시민단체 ‘활빈단’이 김 전 대표를 성추행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다음달 1일 고발인 조사를 시작으로 참고인·피해자 조사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수사가 원활히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장 의원이 경찰 수사를 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장 의원이 진술을 거부할 경우 사건 규명은 어려울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규정과 피해자 의사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는 시민단체가 김 전 대표를 고발할 수 있는 것은 2013년 성범죄 친고죄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성범죄 친고죄 조항은 피해자에게 고소에 대한 부담을 지우고, 가해자가 무리한 합의를 종용하는 등 피해자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피해자를 위한 변화였던 셈이다.

그러나 이번 고발은 오히려 피해자의 목소리를 지우고 비친고죄를 악용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장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의 의사를 무시한 채 고발한 것에 아주 큰 유감을 표명한다”며 “왜 원치도 않는 고발을 통해 피해 사실을 상기하고 설명하고, 그 과정에 수반될 2차 가해를 감당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활빈단은 고발이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홍정식 활빈단 대표는 “성범죄에 대한 무관용 소신에 따라 정의롭게 고발을 한 단체에 비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고발을 취하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각에선 정당 대표의 성비위 사건인 만큼 사법절차가 필수적이란 의견도 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정의당은 성범죄를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에 서 있었다”며 “(정의당과 장 의원은) 친고죄 부활을 원하는 것인지 명확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반면 법조계와 여성계에서는 피해자가 원치 않는 성범죄 고발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폭력 전문 국선변호사인 신진희 변호사는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원치 않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또다른 가해행위”라며 “고발 단체가 정말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고발한 것인지 의도를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도 “유명인이 피해자인 사건에서 제3자가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피해 사실을 알리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며 “피해자를 억지로 불러내는 것 자체가 2차 가해다. 과연 피해자를 위한 일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김현영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기획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핵심은 피해자 권리가 존중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범죄 친고죄 폐지는) 당사자의 의견에 ‘반해서’가 아니라 당사자가 ‘자유로운 의사표명을 하기 어렵거나 본인의 곤란한 사정으로 문제 해결을 원치 않는 특수한 사정이 있는가 살피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가 조직이나 기관, 단체 내 해결을 더 신뢰한다면 이런 해결을 시도하고, 가능하지 않으면 사법절차로 가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종민·권구성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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