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김승환의 내 인생의 책 ④]
[경향신문]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 그가 누구인지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겠지만, 제 눈에 비친 그는 자기만의 길을 갔던 사람입니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추구하는 부와 권력과 명예의 길 대신, 대자연과 대화하면서 겸허하게 살아간 사람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빌린다면 그를 가리켜 생태주의자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호칭으로 그를 말하기에는 그의 삶의 깊이가 너무도 깊고, 그것이 주는 울림의 여운이 비장하리만치 강합니다. 그 여운이 얼마나 컸던지 ‘소로 협회’가 생겨났을 정도입니다.
그의 삶을 오롯이 담아낸 책이 있습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강승영 옮김 <월든>(1993·5, 은행나무)입니다. 책 제목인 월든(Walden)은 지은이가 1845년 3월부터 1847년 9월까지 살았던, 콩코드 마을 근처에 있는 호수 이름입니다. 지은이는 그곳에서 무위자연과 같은 숲 생활을 했습니다. 월든은 수없이 많은 생명체가 태어나고 삶을 영위하고 번식하는 자연 그대로의 공간이자 생명의 보고였습니다.
소로는 이 책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상가, 철학자, 학자들을 끌어들이고, 인도와 중국의 철학과 철학자들의 말도 빌리지만, 이 책의 전체적인 맥락과 그 속에 있는 주옥같은 문장들은 모두 소로 자신의 삶이 빚어낸 것들입니다.
저는 책을 읽다가 눈에 번쩍 띄는 곳이 있으면 밑줄을 긋고 여백을 이용해 초록합니다. 이 책에는 최소한 절반 이상에 밑줄을 그어야 할 정도로 언어의 연금술이 현란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당신의 인생이 아무리 비천하더라도 그것을 똑바로 맞이해서 살아나가라. 그것을 피한다든가 욕하지는 마라. 그것은 당신 자신만큼 나쁘지는 않다. 당신이 가장 부유할 때 당신의 삶은 가장 빈곤하게 보인다.”
독자들이 놓쳐서는 안 되는 것 하나가 옮긴이입니다. 옮긴이 강승영은 이 책을 완벽하게 번역했다기보다는 초집중해서 번역했다고 말하는 것이 적정할 것 같습니다. 그가 이 책을 번역하는 데 1년 이상의 세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김승환 전북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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