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사측, 합의 지켜라" 총파업 선언
[경향신문]
분류 전담인력 투입 규모·시기 등 합의문 해석 두고 갈등
노조 “정확한 필요인력 산출 없어 현장 부담 전혀 줄지 않아”
택배사 “약속한 6000명 투입 위해 최선…별도 수수료 못 줘”
택배노조가 설 명절을 10여일 앞둔 29일부터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1일 사회적 합의기구가 도출한 1차 합의안은 6일 만에 깨질 위기에 처했다. 1차 합의문에서 노사는 택배노동자 과로사의 주범으로 꼽히는 분류작업을 택배사 책임으로 한다는 데 합의했는데, 분류 전담인력의 투입 규모·시기에 대한 합의 문구 해석을 놓고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는 27일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밤 열린 노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파업을 결정했다”며 “29일부터 무기한 사회적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파업에는 CJ대한통운·한진택배·롯데글로벌로지스·로젠택배 등 민간택배사 소속 조합원 약 2800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분류작업을 거부하고 배송작업만 수행할 방침인 우체국본부 소속 조합원 약 2650명까지 포함하면 파업 인원은 5450명으로 불어난다. 앞서 택배노조가 지난 20~21일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91%가 파업에 찬성했지만 지난 21일 1차 합의안이 도출되자 노조는 파업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이번에도 쟁점은 분류작업이다. 1차 합의문은 분류작업을 택배사 책임으로 명시했다. 택배사는 분류작업 설비 자동화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자동화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택배사와 영업점이 분류 전담인력을 투입하거나 불가피하게 택배기사에게 분류작업을 맡길 경우 적정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했다.
문제는 분류 전담인력의 투입 규모와 시기다. 지난해 하반기 택배사들은 CJ 4000명, 한진·롯데 각 1000명 등 총 6000명의 분류 전담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는데, 1차 합의 이후에도 택배사들이 이 인력만 투입하겠다고 한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정확한 필요인력을 산출하지 않고 택배사들이 자체적으로 정한 이 인력만 투입되면 택배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류작업 부담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조는 “자동화 설비가 구축된 CJ와 달리 한진·롯데는 각 4000명의 분류인력이 필요하다”며 “택배사들이 발표한 대로만 인력을 투입할 경우 택배노동자들은 이전과 똑같이 공짜 분류노동으로 과로사 위험에 내몰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합의 내용을 반영해 법적 강제력이 있는 노사협정서를 체결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택배사들이 무시하고 있다고도 했다.
택배사 입장은 다르다. 한국통합물류협회 관계자는 “약속한 분류인력 6000명을 설 전까지 투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투입 현황은 국토교통부에 매일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택배비·택배요금 등 거래구조 개선작업이 완료되는 6월 말 이전에는 택배사가 약속한 분류인력 6000명을 투입한다는 합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그렇기 때문에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을 하더라도 별도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의문을 해석한다.
택배사와 대리점 간에도 갈등이 불거졌다. CJ택배대리점연합은 29일부터 분류전담인력 3500여명을 현장에서 철수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CJ가 분류인력 비용을 대리점에 전가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설연휴를 앞두고 택배노조 파업과 분류인력 철수가 동시에 이뤄질 경우 혼란이 예상된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검찰 “김 여사, 녹취록 보여주자 ‘내가 이런 대화를 했어요?’ 진술”
- ‘한강 신드롬’ 기여한 한국문학번역원…과거엔 ‘블랙리스트’로 한강 배제 지시 받아
- “박지윤, 정서적 바람”vs “최동석, 의처증” 파국의 이혼 전말 공개
- 법원 “‘2인 방통위’의 MBC PD수첩 과징금 부과는 위법”
- ‘마지막까지 힙하게’…멤버 장례식장서 추모공연 펼친 ‘칠곡할매래퍼’
- 트럼프 “난 시험관 시술의 아버지”···해리스 “기괴한 발언”
- 일본 이시바 총리, 야스쿠니신사에 공물 봉납
- “사장님, 그거 들어왔어요?” ‘품절대란 원조’ 그 과자, 벌써 출시 10년
- 북한, 경의선·동해선 도로 폭파에 “한국 ‘적대 국가’ 규제한 헌법의 요구”
- 초년과 노년, 햇살론 대출 급증…‘빈곤 가속화’ 위험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