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부자 1·2위의 '우주 전쟁'
[경향신문]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인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설립자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우주의 부동산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위성 인터넷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아마존이 위성 발사를 위해 선점한 영역에 스페이스X가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아마존이 “스페이스X의 사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아마존은 “경쟁을 방해하는 건 (업계 선두인) 스페이스X에만 이익이 된다”고 맞받았다.
미국 CNBC 등은 26일(현지시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두 사람이 위성 인터넷 사업과 관련한 연방 규제를 두고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의 순자산은 2090억달러(약 231조원), 베이조스의 순자산은 1920억달러(약 213조원)로 나란히 세계 부자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신경전의 발단은 두 회사가 우주에서 벌이는 위성 인터넷 사업이다. 스페이스X는 2018년부터 초고속 위성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스타링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목표는 2020년대 중반까지 소형 위성 약 1만2000기를 쏘아 올리는 것인데, 이미 발사한 위성 약 1000기로 상용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반면 아마존은 2029년까지 3000개 이상의 위성을 쏘아 올려 위성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카이퍼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아직 1기의 위성도 발사하지 못했다. 2000년 ‘블루 오리진’을 설립하며 한 발 먼저 로켓 개발에 뛰어든 아마존을 스페이스X가 멀찍이 앞서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스페이스X가 기존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허가를 받은 영역보다 고도가 더 낮은 곳으로 위성 발사를 계획하면서 발생했다. 아마존은 스페이스X의 위성이 고도를 낮출 경우 자사의 위성과 영역이 겹쳐 신호 간섭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아마존이 반발하고 나서자 머스크는 지난 13일 트위터에 “빨라봐야 운영까지 몇 년은 더 걸릴 아마존 위성 시스템을 위해 스타링크를 방해하는 것은 공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아마존은 “스타링크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카이퍼의 시스템을 설계했는데, 이제는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의 시스템 설계를 바꾼다고 한다”며 “걸음마 단계의 경쟁을 억누르는 것은 스페이스X에 이익이 되지만, 공익에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주에 갈수록 많은 위성이 배치되는 최근 상황이 이 같은 우주 영역 다툼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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