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혜영 의원·정의당의 성추행 대응이 주목받는 이유
[경향신문]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장혜영 의원 성추행 사건 후 정의당을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성추행이라는 사건 자체는 참담하지만 이후 대처가 기성 정당과 다르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피해자인 장 의원을 향한 연대와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당에 불리할 수 있는 문제도 과감히 드러내 극복하려는 노력이 권력형 성범죄를 넘어서고자 하는 시대적 요청에 부합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정의당은 지난 25일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실을 발표하고 단호하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 피해 신고 후 일주일 동안 자체 조사를 거친 뒤였다. 정의당은 모든 과정에서 ‘2차 가해 방지와 피해자의 일상 회복’이라는 목표와 원칙을 명확히 했다. 사건 조사 전 과정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고, 브리핑에서도 본질과 무관한 질문은 차단됐다. 당 지도부는 “피해자 책임론, 가해자 동정론과 같은 2차 가해가 발생할 경우 누구라도 엄격하게 책임을 묻고 징계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제보를 요청했다. 2차 가해의 싹을 원천적으로 자른 것이다. 장 의원은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일상화된 성범죄를 근절하자고 제안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장혜영을_일상으로_국회로’ 해시태그 운동과 소액 기부 운동이 벌어지며 성추행 피해를 용기있게 밝힌 장 의원을 향한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와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연대의 뜻을 표명했다. 젠더 사안에 목소리를 높여온 전문가들이 정의당의 대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이다.
정의당의 이런 대처는 민주당에 비추면 너무나 뚜렷이 대비된다. 민주당은 26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피해자와 국민에 사과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의 박 전 시장 성희롱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 발표 다음날에야 사과를 해 “선거용 뒷북 사과”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낙연 대표가 27일 처음으로 ‘피해자’라는 용어를 쓰며 사과했지만 시민들은 사과의 진정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 6개월간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부르는 등 온갖 2차 가해를 방치해온 탓이다.
정치권은 그동안 권력형 성범죄 대처에 미온적이었다. 그 이면에는 온전한 사태 해결보다 정치적 계산에 따른 가해자 동정론이 작동했다. 정의당의 대응에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정의당의 대응과 그에 대한 호평은 이제 더 이상 기성 정당의 대응방식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높은 성인지 감수성을 바탕으로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예외 없는 엄단 관행이 정치권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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