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정권에 '작심 비판'.."노력도 배신하는 세상"

박준우 기자 2021. 1. 27. 19: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앵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오늘(27일)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문재인 정권을 향해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는데요. 방역, 경제, 부동산 등 모든 분야에서 박한 평가를 내놨습니다. 야권 후보 단일화도 일주일 정도면 끝난다며 서두를 것 없다는 태도를 보였는데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서는 여전히 냉랭한 모습이었습니다. 박준우 반장이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JTBC 정치부회의 '야당 40초 뉴스' (2016년 3월 10일) :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전날 자신을 향해 정치를 잘못 배웠다는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에게 '모두까기 차르'라고 비난했습니다. 차르는 옛 러시아 황제를 일컫는 말입니다.]

[안철수/당시 국민의당 대표 (2016년 3월 10일) : 요즘 젊은 사람들이 모두까기 인형하지 않습니까. (김종인 대표는) 그러면 모두까기 차르인 셈인데요. 지금 우리나라가 그러면 여왕과 차르의 시대라는 말인데 정말 국민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다 생각이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과거 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맡았을 때 자주 하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공천이나 당론 결정 과정에서 다른 이와 상의하기 보다는 독단적인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옛 러시아 황제를 일컫는 '차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5년여가 흐른 지금 김종인 위원장은 여전히 '여의도 차르'로서의 면모를 유감 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문재인 정부 집권 4년 세상은 달라졌습니다.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신뢰는 깨지고 '노력도 배신'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말입니다. 김 위원장의 타깃은 문재인 정부였습니다. 코로나 방역부터 경제·부동산·대북 정책까지 모두 실패했다며 거침 없이 비판했습니다. 말 그대로 모두까기였습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원칙 없는 방역 기준 적용으로 의료시스템은 한계에 봉착했고, 소득주도성장을 포함한 소위 '네 바퀴 성장론' 중 어느 것 하나라도 성과를 낸 것이 있는지, 부동산 대란은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기인한 만큼, 잘못된 외교안보정책으로 냄비 속의 개구리와 같은 위기에…]

한 가지 빼먹을 뻔했습니다.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립 과정에서 정부여당이 비민주적 행태를 보였다며 날을 세웠습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집권세력이 앞장서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원리가 작동을 멈췄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라고 해서 모두까기 차르의 칼날을 피해갈 순 없었습니다. 안 대표의 단일화 실무협상 제안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단칼에 잘라 말했습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한쪽에서만 급하다고 빨리 단일화하자고 해서 단일화가 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너무나 그러니까 서울시장 후보가 된다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이 계속 그렇게 몸 달아하는 거 같은 그런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야 한다마는…]

연민일까요, 애증일까요? 안 대표 이야기만 나오면 한층 더 차가워지는 김 위원장, 둘 사이의 악연의 역사는 제가 잠깐 설명해드린 적 있지만요. 이 두 사람 유독 단일화, 연대, 통합 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엇박자를 냈습니다. 여기서 시간을 잠시 2017년으로 돌려볼까 합니다. 박 반장의 슬기로운 과거탐구생활! 줄여서 '과탐생활', 김종인과 안철수 2편 시작합니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의 20대 총선을 승리로 이끈 이후 지난 대선에서는 안 대표와 손을 잡았습니다. 안 대표가 대선을 열흘 앞두고 김 위원장을 선거캠프에 영입한 겁니다.

[김종인/당시 개혁공동정부준비위원장 (2017년 4월 30일) :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요청에 따라서 모든 국민을 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 개혁공동정부 준비위원회를 오늘부터 가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어제의 적은 오늘의 동지'가 딱 맞는 말인데요. 하지만 이때도 서로 죽이 맞지 않는다는 점만 확인했을 뿐이었습니다.

[김종인/당시 개혁공동정부준비위원장 (2017년 4월 30일) : (홍준표 후보도 개혁공동정부 대상인지 궁금합니다) 뭐 지금 말씀드린 대로 개혁공동정부라고 그럴 거 같으면 모든 정파가 어우르는 그런 정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디를 특별히 배제하거나 그러지 않을 겁니다.]

[안철수/당시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 (2017년 4월 30일) : (홍준표 후보랑도 함께하실 수 있습니까?) 제가 후보 사퇴 요구를 했습니다. 국정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김 위원장이 '연대론' 카드를 꺼내 들자 안 대표가 곧바로 찢어버린 거죠. 둘은 짧은 대선 선거운동 기간 내내 삐걱거렸습니다. 안 대표는 TV 토론회 등에서 거듭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며 초반 지지율을 깎아 먹었는데요.

[안철수 (화면제공 : KBS) : 제가 '갑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 제가 MB 아바타입니까? 그만 좀 괴롭히십시오. 실망입니다.]

결국 3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이때 김 위원장은 단순히 감정적인 측면을 넘어 안 대표의 정치력에 '완고한 불신'을 갖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번 야권 단일화도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안 대표, 마음이 급해진 걸까요? 오늘 한 언론에 안 대표가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 관련 의견을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국민의당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는데요. 김 위원장은 더 강한 어투로 부인했습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그런 제의를 받아본 적도 없고 제가 보기에 지금까지 태도로 봐가지고서 그러한 일이 일어나리라고 상상도 하지 않습니다. 단일 후보 만드는데 한 일주일 정도면 단일 후보 만들 수 있는 것이지.]

'안철수 입당설은 뇌피셜 보도다', '후보 단일화도 시간 오래 안 걸리니까 안철수 너무 조급해 하지 마라' 이런 얘기인데요.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 조금씩 파열음이 들리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단일화를 두고 너무 여유를 부리는 것 같다는 불만이 있는 건데요. 올드보이들이 연이어 훈수에 나섰습니다. 김무성 상임고문에 이어 이재오 상임고문도 오늘 한 마디 보탰습니다. 3자 대결은 야당 필패라고 말이죠. 여기에 국민의힘 청년 조직 일부도 국민의당과 함께 단일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성관/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장 직무대행 (어제) : 우리 양당 청년들은 3자 구도로는 승리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야권 단일화로 정권 교체를 하자는 국민적 여망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김 위원장은 그냥 쿨하게 넘기는 모습입니다.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이런 이야기도 있구나 하는 것을 들을 뿐이지 거기에 대해서 내가 별다른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저는 봅니다.]

김 위원장에 대한 당내 불만은 또 있습니다. 바로 '옛날 사람' 발언 때문인데요.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앞으로 우리나라의 지도자감으로서 70년대 이후에 출생했고 전문지식을 가진 분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이거는 내 개인의 희망사항입니다.]

새 인물이 없다고 얘기하는 겁니다. 재·보선 공천 면접까지 이미 다 마친 상황에서 말이죠. 근데 그건 인재 영입을 못한 김 위원장한테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장제원 (음성대역) : 이미 선거가 시작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내부 총질을 하고 있습니다. 40대 경제전문가를 영입하겠다고 해놓고 영입을 못 한 건 김 위원장 아닙니까]

김 위원장도 이런 목소리를 알고 있었나 봅니다.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라면서 진화에 나섰습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당이 과거보다 완전히 새롭게 달라졌다, 이런 모습을 갖다 보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 가장 변화를 갖다 표시하는 것이다 하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던 거예요.]

김종인 위원장, 기자회견 말미에는 스스로를 위한 변명도 내놨습니다. 독선적이란 얘기는 과거부터 들어왔지만 그렇다고 내가 혼자서 마음대로 결정한 건 없다고 말이죠.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우리 당의 전체를 모두를 상대로 해가지고서 소통을 하고 해가지고서 결정을 할 수 있는 그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거를 다 참작해서 할 것 같으면은 아무것도 결정을 할 수가 없어요.]

모두의 말을 다 들을 수는 없으니 가능한 범위에서 소통을 하고 선택을 했을 뿐이라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갑자기 생각나는 인물이 있는데요. 과거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도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선택 능력 만큼 어려운 것은 없기 때문에 선택 능력보다 가치 있는 것은 없다.' 차르와 나폴레옹, 묘하게 어울리는 조합 같기도 하네요. '여의도의 차르' 김종인,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나갈지 궁금해집니다.

오늘 야당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김종인, 문재인 정권 작심 비판…"안철수, 몸 달아하는 모습 안타까워" >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