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야 재밌다" FC서울 독하게 바꿔가는 박진섭
[스포츠경향]
FC서울의 1차 동계훈련지 경남 창원축구센터는 차가운 겨울 공기도 녹이는 열기로 채워졌다. 강등권에서 겨우 살아남은 지난 시즌 악몽을 되풀이지 않겠다는 의지가 선수들의 땀방울을 통해 전달됐다. 새로 지휘봉을 잡은 박진섭 신임 감독의 새 전술에서 눈도장을 받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까지 더해졌다.
박 감독은 “팬들이 즐거워할 만한 축구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팬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건 결국 승리다. 그는 “결국 즐거운 축구는 이기는 축구 아닌가. 기동력과 많은 움직임을 통해 활발한 공격축구를 선보일 것”이라며 박진섭표 ‘FC서울’의 방향성을 이야기했다. 서울은 지난 시즌 팀 득점 최하위였다.
서울은 2016시즌 K리그1 정상에 오른 뒤로 과거의 영광과 멀어졌다. 이후 두 차례나 강등 고비를 넘겼다. 2018시즌에는 11위로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른 끝에 겨우 1부리그에 잔류했다. 사상 초유의 사태로 3명의 감독대행과 함께 보낸 지난 시즌에는 강등권 싸움을 벌이다 9위로 마감했다.
서울은 지난 몇 시즌과는 다른 분위기 속에 동계훈련을 시작했다. 박 감독은 K리그에서 가장 주가가 높은 지도자다. 2018년부터 광주FC를 이끌며 이듬해 K리그2(2부) 우승과 1부 승격을 일궜다. K리그1 도전에서도 첫 해에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파이널A에 진출하며, 팀을 역대 최고 성적인 6위에 올려놓아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여기에 한동안 전력 보강이 이뤄지지 않았던 서울이 이적시장에서 모처럼 활발하게 움직이며 기대감을 더 높였다. 서울은 득점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팔로세비치, 나성호, 박정빈 등을 영입했다. 또 중앙 수비수, 수비형 미드필더, 스트라이커 영입까지 준비하고 있다.
‘명가 재건’을 향한 선수들이 의지가 강한 점도 긍정적이다. 박 감독은 “사실 나는 우승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 선수들이 인터뷰에서 말을 하더라. 나한테 부담 주려는건가”라고 웃으며 “그만큼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당장 우승권을 경쟁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앞서 새해 첫 훈련에서도 박 감독은 “서울은 우승을 다투는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와 강력한 라이벌이 돼야 한다”며 2021시즌을 재도약의 첫 단추로 삼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박 감독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스로도 광주 때와는 또 다른 팬들과 미디어의 관심, 기대, 압박 등 달라진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는 “팀 성적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한 두단계 올라서는 것이 아니라 서울다운 성적을 내고 싶다. (성적에 대한)부담을 갖고 경기에 임하겠다”고 독한 다짐을 전했다. 경기력 뿐 아니라 그동안 구단의 아쉬운 점으로 지적돼왔던 팬, 미디어 소통에도 신경쓰겠다고 했다.
그라운드를 조용히 바라보는 박 감독의 눈도, 새 시즌 구상으로 가득한 박 감독의 머릿속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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