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복주의 원칙 "김종철, 당대표라 가장 가혹한 처분 받아야 했다"
"권력형 성범죄 처리 전범 만들고 싶어"
"당 대표였기 때문에 가장 가혹한 처분을 받아야 한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을 맡고 있는 배복주 부대표는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을 조사하며 이런 원칙을 세웠다.
이달 18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최초 접수하고 사건 처리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배 부대표다. 22년간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한 인권운동가로서, '피해자 중심주의' '가해자 무관용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배 부대표는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불행한 사건이지만, 정확히 상황을 알리고 성실하게 풀어 나가는 게 책임지는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권력형 성범죄 처리 기준을 마련하고 싶다”고도 했다.
장 의원이 김 전 대표를 형사 고소하지 않은 것이 또 다른 표적이 되는 데 대해 배 부대표는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피해자의 의지를 존중해 달라”고 했다.
-가해자가 정의당 대표라는 점이 충격적이었다.
“성폭력 사건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김 전 대표도, 장 의원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더 긴장해야 하는데, 김 전 대표가 느슨해져서 자신의 성인지 감수성을 의심하지 않은 것 같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이용해 동의 없는 성적 접촉을 한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김 전 대표에 대한 당내 징계가 진행 중이다.
“중앙당기위원회에서 독립적으로 판단하겠지만, 당 대표였던 만큼 가장 높은 수준의 처분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당 대표였으니까 가장 가혹한 처분을 받아야 한다. 김 전 대표와는 평소 소통을 많이 했고, 젠더 이슈에 대한 지지도 많이 받았다. 권위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자신이 얼마나 무거운 책임과 권력을 가진 줄 몰랐던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권력을 남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건 내용을 처음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나.
“안타깝고 공포스러웠다. 무엇보다 국민께 죄송했다. 그렇다고 사건을 은폐하거나 묵인할 수는 없었다. 정확히 알리고 성실히 문제를 풀어가는 게 책임지는 일이라고 단단히 마음 먹었다.”
-이번 사건을 통과하며 어떤 의미와 교훈을 찾아야 하나.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저희가 하고 있는 일, 즉 성폭력 사건 처리다. 원칙적으로 처리해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다른 정당들이 정의당의 문제 해결 과정을 보고, 배우고, 깨달았으면 한다. 찔릴 만한 정치인들은 찔렸으면 좋겠다. “잘못하면 내 의원직 날아가겠네?”라고 각성했으면 한다. 국민 삶을 쥐고 있는 정치인들이 타인의 존엄을 함부로 해선 안 된다. 피해자들에겐 장 의원처럼 용기를 내도 괜찮다는 정확한 메시지를 주고 싶다.”
-장 의원에 대한 2차 가해가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성추행을 했나, 술은 먹었나, 왜 단 둘이 만났나' 같은 질문이 쏟아진다. 질문의 목적은 피해자의 행실을 탓하거나, 가해자가 그저 가벼운 실수를 한 것 아니냐고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성추행 사실 관계에 다툼은 없었다.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동을 제발 멈춰 달라.”
-장 의원이 김 전 대표 사법 처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엉뚱한 비판을 산다.
"형사 체계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열어두면 좋겠다. ‘우리는 경찰에 신고했으니 책임을 다했다’고 끝내는 건 너무 도식적이다. 장 의원은 주도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대충 넘어가려고 생각했다면, 오히려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다. 피해자가 주체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때 ‘피해자는 어떠해야 한다’는 피해자다움을 타파할 수 있다. 성폭력 문제에선 피해자의 의사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
-정의당과 달리 민주당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문제 등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
“민주당에도 여성단체 출신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의사 결정 주체가 50,60대 남성들이라는 게 문제다. 여성 의원들이 그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 남성들과 대적하면 민주당에서 받는 정치적 이익을 다 포기해야 한다는 위기 의식도 있었을 것이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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