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021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SK 와이번스 아티 르위키
[스포탈코리아] SK 와이번스는 지난해 9위를 기록하며 창단 이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주요 패인으로는 WAR -0.54를 합작하며 역대 최악의 실적을 남긴 외국인 투수들이 꼽혔다. 이에 SK는 시즌이 끝남과 동시에 새로운 외국인 투수 영입을 발표하며 절치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SK가 새로운 2선발로 영입한 투수는 아티 르위키다.
배경
유망주 시절 르위키는 그리 주목받지 못한 선수였다. 유망주 전문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매년 선정하는 구단별 유망주 TOP 30에 들어간 경력이 전무하며, 또 다른 유망주 전문 매체 ‘MLB 파이프라인’에서도 2015~2016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유망주 15위, 24위에 선정한 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르위키는 마이너리그에서 매년 준수한 성적으로 점진적인 승격을 이뤄냈고, 2017년 메이저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르위키가 걸어온 발자취를 따라가보자.
르위키는 버지니아 대학 시절 졸업 시즌에 주장을 맡아 대학 야구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이끌었으며, 본인도 68.2이닝 ERA 1.31로 활약했다. 졸업 이후에는 2014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지명(8라운드 250순위)을 받아 프로에 입단했다.
*20-80 스케일: 유망주 스카우트들이 선수를 평가할 때 자주 사용하는 스케일. 50이 평균이고, 숫자가 높을수록 강점으로 볼 수 있다.
입단 2년 차인 2015년, MLB 파이프라인은 르위키가 하위 선발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무기인 포심과 슬라이더는 평균 이상이라며 제법 괜찮은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체인지업의 구위가 다소 떨어진다고 평했고, 2012년 토미 존 수술과 2015년 가슴 근육 부상 경력(2달 결장)을 지적하며 내구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2019년은 토미 존 수술(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로 시즌 아웃
스카우트들의 박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르위키는 마이너리그에서 제법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 매년 연이은 승격에 이어 메이저리그 데뷔까지 이뤄냈고, 2018년에는 메이저리그에서 38.2이닝 ERA 4.89로 활약했다. 그러나 2018년 8월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중단했고, 이후 토미 존 수술을 받으며 2019년을 통째로 날렸다. 2020년 복귀해 잠깐 얼굴을 비췄으나, 시즌 이후 소속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이에 2017년부터 르위키를 지켜봐온 SK가 르위키에게 접근해 계약을 이뤄냈다.
스카우팅 리포트
포피치 투수
*wOBA: 안타, 볼넷, 홈런 등 각 이벤트의 득점 가치를 매겨 타자의 생산력을 평가하는 지표. xwOBA는 타구 속도, 발사각 등 타구의 질을 통해 계산한 wOBA다.
르위키는 네 가지 구종을 비교적 골고루 던진다. 메이저리그 등판이 대부분 불펜임을 고려하면, 선발일 때는 3,4번째 구종인 커브와 체인지업 구사율을 더 높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네 구종의 완성도는 의문이다. 위 표의 기록이 메이저리그 기록임을 감안해도, 네 구종의 성적은 모두 최하위권 수준이었다.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메이저리그 통산 148.7km/h이다. 표본은 3.1이닝으로 적지만, 부상에서 복귀한 지난 시즌에도 150.3km/h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등판이 대부분 불펜임을 고려하면, 선발로 나왔을 때 140 중후반대 구속은 무난히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심의 수직 무브먼트는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으로 준수했다(2018시즌 기준). 다만 로케이션이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로 다소 몰렸다.
슬라이더는 르위키가 고교 시절부터 주무기로 활용한 구종이다. 우선 우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낮고 날카롭게 형성되는 커맨드*가 뛰어나다. 평균 구속은 메이저리그 통산 138km/h였는데, 이는 KBO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이다. 횡무브먼트도 메이저리그 상위 20% 수준(2018시즌 기준)으로 좋다.
*컨트롤: 공을 스트라이크 존 안에 넣는 능력 / 커맨드: 공을 원하는 곳에 넣는 능력
커브는 종무브먼트가 상위 30% 수준으로 떨어지는 각이 컸지만 로케이션이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에서 형성됐다. 체인지업은 무브먼트가 하위 10% 수준으로 작고 커맨드도 그리 날카롭지 않다.
최고 수준의 FIP, 그저 괜찮은 ERA(?)
르위키는 준수한 탈삼진과 피홈런 억제 능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볼넷 억제도 매우 좋다. 덕분에 KBO와 가장 비슷한 수준으로 여겨지는 AA~AAA에서 르위키의 FIP*는 최상위 수준이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상위 30% 수준이다. 만약 ERA가 FIP와 비슷했다면 르위키가 KBO에 올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르위키의 선수 경력 대부분에서 ERA는 FIP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다. 일반적으로 ERA는 경기 수가 쌓일수록 FIP에 수렴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르위키는 그렇지 않았다.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 탈삼진, 사사구, 피홈런으로 계산한 평균자책점
ERA와 FIP의 격차에서 추론할 수 있듯이, 르위키는 인플레이 상황에서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다. 인플레이 타구의 타율은 일관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나, 르위키는 꾸준히 그 성적이 좋지 않았다. 단순히 운이 없었다고 치부하기엔 표본이 적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르위키가 허용한 타구의 질은 어땠을까. 마이너리그에서의 정보는 알 수 없으나, 메이저리그에서는 최하위권 수준이었다.
불안한 내구성
단락을 정리하면, 르위키는 인플레이가 아닌 상황(=삼진, 볼넷, 홈런)에서 매우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인플레이 타구의 비율이 높았고, 인플레이 상황에서의 성적은 매우 나빴다. KBO에서의 인플레이 타구 성적은 예측할 수 없지만, 르위키의 성패 여부가 여기에 달린 것만은 분명하다.
높은 평가를 받은 투구 동작
르위키의 최고 장점 가운데 하나는 뛰어난 투구 동작이다. 2015년 ‘Detroit news’는 르위키가 일정한 투구 동작을 갖고 있으며, 여기에 팔 동작이 간결하고 빠르다고 평했다. SK 조웅천 투수코치는 르위키의 주요 장점으로 디셉션을 꼽았다. 디셉션은 투구 숨김 동작을 의미하는데, 르위키는 공을 최대한 몸 쪽으로 숨겨 팔 동작이 나온다고 한다. 추가로 경기 운영 능력도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Detroit news’는 르위키의 주자 견제 능력을 높게 평가했고, 또 다른 언론 매체 ‘SB nation minor league baseball’은 르위키의 투수로서의 배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불안한 내구성
닉 킹엄에게 데인 SK 팬들이 외국인 투수에게 최우선으로 원하는 것은 ‘건강’일 것이다. 그런데 르위키의 내구성은 불안한 구석이 있다. 우선 3번의 팔꿈치 수술 경력이 있다. 2008년 팔꿈치 뼈 제거 수술을 받았고, 2012년과 2018년 두 번의 토미 존 수술을 경험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가슴 근육 부상으로 각각 2달 정도 자리를 비웠다. 특히 토미 존으로 2019년을 통째로 날린 이후 2020년 복귀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마이너리그 취소로 인해 공식 경기 등판 기록이 메이저리그에서의 3.1이닝이 전부다. SK는 이 부분에 대해 르위키가 구단 자체 연습경기에서 80이닝 정도 소화한 것을 꾸준히 지켜봤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과거의 부상 경력과 미래의 부상 발생 가능성 간의 상관관계는 알 수 없다. 부상 경력이 많아 불안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고, 2018년 토미 존으로 부상 부위를 청소했으니 부상 위험이 줄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어쨌든 과거 르위키의 내구성이 그리 좋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전망
SK는 2선발감으로 르위키를 영입했다. 지난해 KBO 리그 외국인 2선발 상위 8명이 기록한 평균 성적은 WAR 2.2승, 136이닝, ERA+ 116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봤을 때 SK가 르위키에게 기대하는 최소 수준은 규정 이닝 소화에 리그 평균 정도의 실점 억제력일 것이다.
*ERA+(조정 평균자책점): 해당 선수의 ERA를 리그 평균과 파크 팩터로 조정해 수치화한 것. 100이 평균이다. ERA+가 120이면, 리그 평균보다 20% 더 뛰어난 ERA를 기록한 것이다.
그렇다면 르위키는 이 정도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투수일까. 르위키의 FIP는 수준급이다. 투수의 온전한 영역이라 여겨지는 부분에서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인플레이 상황에서의 성적만 좋다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그러지 못했고, 그렇게 르위키는 KBO에 오게 됐다. 만약 KBO에서 르위키의 인플레이 성적이 좋다면, SK는 1선발급 2선발을 보유하는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다. 설령 인플레이 성적이 좋지 않아도, KBO와 비슷한 수준으로 여겨지는 AA~AAA에서의 실점 억제력은 무난했다. 부상이 없다는 전제하에, SK의 선택은 그리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르위키의 인플레이 성적을 위해서는 SK 수비진의 도움도 중요하다. 그런데 사실 최근 SK의 수비는 리그 중하위권 수준으로 그리 좋지 않았다. 르위키뿐만 아니라 SK 야수진 전체의 분전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SK의 몇 안 되는 장점은 국내 선발진이다. 3~4선발 문승원과 박종훈은 양현종과 함께 지난 4년 모두 규정 이닝을 채운 국내 투수다. 외국인 투수 2명만 제 몫을 해준다면 SK의 선발진은 리그 평균 이상이다. 불펜과 타선이 그리 좋지 않은 SK 사정을 고려하면, SK의 가을야구 복귀를 위해서 르위키의 활약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과연 르위키는 SK에게 가을야구 티켓을 선물할 수 있을까.
야구공작소
당주원 칼럼니스트 / 에디터=야구공작소 서주오, 나상인
기록 출처=STATIZ, Baseball savant, Fangraphs, Baseball-Reference, Baseball America, MLB Pipe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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