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4대강, 이렇게는 해결할 수 없다 / 김원

한겨레 2021. 1. 2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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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이 지난 18일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확정되었다.

처리 방안은 보 해체와 수문 개방에만 한정되었고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계획은 없다.

보 수문을 열고 모니터링해서 그 결과가 좋으면 보를 해체하고 좋지 않으면 더 오랫동안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는 거대한 4대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4대강 보는 타당하지 않음이 이미 감사원 결과에서 입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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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김원ㅣ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이 지난 18일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확정되었다. 환경부가 2019년 8월 국가물관리위원회에 보고한 지 17개월 만이다. 2017년 5월 대통령의 보 개방 지시 이후 3년8개월 만이다. 긴 시간이 소비되었다. 논의가 일단락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심의에 참여한 위원으로서 결과는 반쪽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처리 방안은 보 해체와 수문 개방에만 한정되었고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계획은 없다. 백제보와 승촌보의 상시개방은 의미가 모호하다. 수문을 열어둔다는 의미인데 수문을 열어 물을 가두지 않는 보는 아무런 기능이 없다. 콘크리트 기둥만 있는 것이다. 기능 없는 보를 왜 유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상시개방 이후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도 없다. 처리 시기에 대한 조건이 달려 있어 보 해체는 언제 실현될지 불분명하다. 지역 여건을 고려하고 각종 법적 절차를 거치는 데 몇년이 걸릴 것이고 보를 해체하는 데 또 몇년이 걸릴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결정된 것 같지만 앞으로도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뭘 한 것인가?

더 큰 문제는 한강과 낙동강이다. 아직 본격적인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는 한강과 낙동강의 11개 보에 비하면 규모가 훨씬 작다. 금강·영산강과 같은 절차를 거쳐 보 처리 방안이 결정되려면 앞으로 최소한 몇년이 걸려야 한다. 실행되기까지는 더 긴 시간이 걸린다. 이런 식이면 4대강 문제 해결에 앞으로도 10년, 20년이 걸릴 것이다. 그동안 강은 회복되지 못할 것이고 지금 모습으로 고착될 것이다. 4대강은 영영 원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기형의 모습으로 남을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4대강에 대한 지금과 같은 해결 방식은 근본적으로 틀렸다. 보 수문을 열고 모니터링해서 그 결과가 좋으면 보를 해체하고 좋지 않으면 더 오랫동안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는 거대한 4대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보는 강의 흐름을 차단하는 시설물이다. 강에 좋을 이유가 없다. 꼭 필요한 경우에 제한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4대강 보는 타당하지 않음이 이미 감사원 결과에서 입증되었다. 그럼에도 필요 없는 보의 수문을 열어 모니터링해보고 처리 방안을 결정하겠다는 비논리의 함정에 빠져 있다.

보에 대한 모니터링으로 4대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모니터링은 필요 없다. 보의 기능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하다. 애초 계획한 4대강의 목적이 유효한지가 중요하다. 그것을 확인하여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4대강 재자연화의 그림을 보여줘야 한다. 10년, 20년 뒤 4대강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이 있어야 한다. 보뿐만 아니라 엄청난 양의 준설로 인해 변화된 강을 어떻게 복원할지 그림이 있어야 한다. 낮아진 강바닥을 다시 복원해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생활에 필요한 용수를 공급할 수 있다. 취수장을 이전하고 보강하는 것은 임시방편이다. 4대강 사업으로 단절된 본류와 지류를 연결해야 강이 살아날 수 있다.

4대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금의 방법들은 공간적으로 지엽적이고 시간적으로 단편적이다. 보 수문 몇개 여는 것으로 4대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단기적 대책으로 불가능하다. 보여주기식 대책은 의미가 없다. 4대강 문제를 너무나 과소평가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만 과대평가하고 있다. 자연성 회복이라는 시대 가치에 맞으면서도 4대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림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다시 원래의 강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미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더 늦기 전에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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