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트럼프의 거짓말 3만개와 '괴물'의 진실 / 전정윤

전정윤 2021. 1. 2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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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전정윤ㅣ국제부장

“(페이스북은) 진실의 결정권자가 돼서는 안 된다.”

지난해 6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의 말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에 대한 폭력을 조장하듯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해당 게시물을 가린 트위터와 달리 페이스북은 방치했고, 저커버그가 이를 ‘표현의 자유’로 포장한 셈이다.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셜미디어는, 트럼프의 거짓 선동이 세상을 마음껏 휘저을 수 있도록 연결했다. <워싱턴 포스트>가 24일 보도한 팩트 체크를 보면, 트럼프는 재임 중 거짓말 또는 사실 오도 주장을 3만573번 했다. 지난해 11월3일 대선 이후 근거 없는 “선거 조작” 주장도 76번 했다. 상당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과 없이 전파됐다. 지난 6일(현지시각) 트럼프 지지자들의 미 연방 의사당 난입 사태는 그 후과의 ‘일부’다. 다만 민주주의에서 미 의회가 상징하는 바가 크고, 생중계된 스펙터클이 워낙 압도적이었던 터라, 소셜미디어가 야기한 ‘최악의 참사’로 착각했을 뿐이다.

2016년 6월에도 영국과 유럽연합(EU), 지구촌은 브렉시트라는 예상 밖 결과로 어마어마한 충격에 휩싸였다. 영국 국민투표 개표 직후 <업저버>의 탐사보도 기자 캐럴 캐드월러더가 사우스웨일스 에부베일로 급파됐다. 좌파 거점 도시가 가장 높은 “탈퇴” 투표율(62%)을 보인 이유를 찾다가, 그는 페이스북과 마주했다.

그의 테드 강연을 보면, 황량한 광산지대였던 이곳에 번쩍번쩍한 대학 건물, 스포츠센터, 새 도로와 철도가 들어섰다. 새 시설마다 ‘유럽연합 기금’ 거대 광고판을 세웠지만, 사람들은 “유럽연합이 해준 게 아무것도 없다”며 진저리를 쳤다. 외국인이라곤 폴란드 여성 한명인 이 마을 주민들은 이민자와 난민에 신물이 났다며 “(유럽연합으로부터) 다시 통제를 되찾기 바란다”는 탈퇴 진영의 구호를 읊었다.

‘사람들이 어디서 그런 잘못된 정보를 얻었을까?’ 질문은 취재로 이어졌고 ‘괴물의 꼬리’가 잡혔다. 캐드월러더는 투표 전 페이스북에 살포됐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민 공포 조장 광고를 제보받았다. 이를 추적하다가 내부고발자 크리스토퍼 와일리와 함께 ‘괴물의 몸통’을 드러내는 특종을 했다. 정치자문 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페이스북 사용자 8700만명의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했고, 탈퇴 진영은 이 정보와 국적 불명의 돈으로 페이스북에 부동층을 타깃으로 한 거짓 광고를 했다. 이 회사는 2016년 미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에도 불법 수집 정보를 제공했다. 적어도 2018년부터는 이 거대한 검은 커넥션이 세상에 알려졌다. 저커버그는 미국과 유럽연합 의회에 불려 다니며 재발방지 조처를 약속했으나, 이후 개선책 중 상당수가 ‘사장’됐다는 사실도 지난해 5월 확인됐다.

2017년 8월에도 지구촌은 미얀마의 로힝야족 ‘인종청소’로 경악했다. 불교국 미얀마의 군부가 2019년까지 무슬림 로힝야족 정착지 200여곳을 파괴했고, 살인과 성폭행, 방화를 자행했다. 1만명 이상이 숨졌으리라 추정되고 75만명이 아직 난민이다.

이 핏빛 역사의 한가운데도 페이스북이 있었다. 미얀마는 2013년부터 아웅산 수치의 석방과 새 정권 수립을 거치며 인터넷 문호를 활짝 열었다. 인구 5천만명 중 페이스북 사용자가 1800만명으로 늘었다. 로힝야족을 개, 돼지, 강간범으로 묘사하는 혐오와 증오 게시물이 확산됐고, 2018년 3월 유엔도 “페이스북의 결정적 역할”을 인정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유엔 미얀마특별보고관이 1년 뒤 다시 페이스북의 증오 게시물을 비판할 만큼 방관했다.

미 의사당 난입 사태의 여파가 트럼프를 후려치고 있다. 트위터는 그의 계정을 영구 폐쇄했고, 페이스북은 외부 감독위원회에 영구 폐쇄 여부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이번 사태 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두 건의 세계사적 사건을 통해, 시민·의회·정부·국제사회의 심판을 받아야 할 피고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바로 지금이 조 바이든 행정부와 국제사회가 소셜미디어라는 ‘괴물’을 잡고 트럼프의 ‘뜻밖의 유산’으로 삼을 적기다. 자신들은 ‘진실의 결정권자’가 될 수 없다는 저커버그의 말은, 반어적으로 진실이다.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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