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주식으로 1,000만원 번 초등학생

박일근 2021. 1. 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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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주식 유튜버, 66만원 투자교실
저금리시대 금융교육 투자 중요해도 
돈보다 소중한 가치와 인성 교육 먼저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증시가 뜨거워지면서 일부 초등학생까지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다. 19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한 시민이 주식 관련 서적을 읽고 있다. 뉴스1

“학교 공부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살면서 반드시 필요한 돈, 돈 공부도 해야 합니다.”

13세 초등학생이 주식 투자로 1,000만원을 벌어 화제가 된 영상의 내용이다. 학생은 지난해 4월 엄마와 TV를 보다 ‘지금은 주식 바겐세일 기간이니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전문가의 말을 듣고 엄마를 설득해 주식 투자에 나섰다. 용돈 적금 통장을 깨 종잣돈 2,000만원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대형 우량주를 샀는데 주가가 급등해 수익률이 50% 안팎 치솟았다. 그는 영상에서 “10대부터 재테크를 시작해야 20,30대에 하는 것보다 더 빨리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설파한다. 반전도 있다. “여러분의 구독과 좋아요는 저에게 정말 꿈이 됩니다. 구독자 5,000명 돌파 감사 이벤트로 제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스마트 스토어 ◇◇◇◇몰에서 제주 흑돼지를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증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투자 광풍이 불면서 초등학생 어린이들까지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5대 증권사의 지난해 미성년 신규 주식 계좌 개설 건수는 전년의 10배인 26만개에 달했다. 증여나 절세 목적으로 부모가 자녀 명의의 계좌를 만든 경우도 있겠지만 주식 투자에 나선 10대 청소년이 실제로 많다는 얘기다. 주식투자 인터넷 동호회엔 인증샷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주식투자 특강 교실도 인기다. 수백억 원대의 자산을 일군 것으로 알려진 전문 투자가가 진행하는 12강짜리 주식투자 인터넷 강의 수강료는 66만원이다. 그는 영상에서 “입시만큼 중요한 게 금융 교육”이라며 “진정한 금수저는 금융 교육을 해줄 수 있는 부모를 둔 자녀”라고 역설했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이제 금융 교육은 필수다.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 문맹은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다. 금융 위기나 대형 금융 사고마다 극단적 선택이 증가한 사실을 떠올리면 금융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금감원과 한국은행, 금융위 등도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도 금융 교육과 함께 모의 주식투자 대회 등을 연다. 미성년 주식투자를 마냥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주식을 사는 건 회사의 주인이자 사업의 동업자가 되는 것인 만큼 어렸을 때부터 감각을 익히는 걸 비난할 것도 아니다. 주식 투자를 한다고 돈밖에 모르는 황금 만능주의에 빠질 것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다. 정상적으로는 저축을 해 집을 사는 게 불가능해진 세대들이 주식이라도 자녀에게 물려줘 훗날을 기약하겠다는 모습에선 비장함도 느껴진다.

그러나 청소년 시절은 인성과 가치관이 형성되는 때다. 사실상 어떤 ‘사람’이 될지 결정되는 시기다. 특히 초등학생에겐 돈을 잘 굴리는 교육보단 올바른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인성 교육이 더 중요하고 급하다고 본다. 어린 시절은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시간은 억만금으로도 살 수 없다. 가족 친구들과 어울리며 평생 빛나는 추억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사람’이 돼야 할 시기에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건 씁쓸하다. 세상엔 돈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많다. 무조건 청빈한 무소유의 삶을 강요할 순 없지만 가질수록 집착하게 되고 행복에선 멀어질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생명 자유 사랑 행복 효도 우애 신뢰 배려 헌신 공동체 등의 가치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300년 가까이 세계 최대 금융제국을 유지해온 유대인 로스차일드 가문에선 돈보다는 인간관계가 더 중요하다며 신뢰를 강조하는 자녀 경제 교육을 시킨다고 한다. 자녀가 부자로 풍족하고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은 모든 부모가 같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가 달라져도 부자이기 전에 사람이 되는 게 먼저라는 걸 가르치는 게 우리의 몫이 아닐까.

[기자사진] 박일근

박일근 논설위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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