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트럼프의 욕망과 민주주의의 교훈

김충제 입력 2021. 1. 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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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라는 집을 둘러보면 어딘가 퀴퀴하게 자라는 '포퓰리즘'이라는 버섯을 볼 수 있다.

얼마 전 200여년 동안 쌓아왔던 민주주의라는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 일어났다.

물론 완벽한 대통령은 없지만, 이는 트럼프의 음과 양을 볼 수 있는 일반적 공화당 지지층을 넘어 음모론과 가짜뉴스에 끌리는 이들의 갈증을 충족시켰다.

포퓰리즘을 견제할 수 있는 건강한 민주주의에서 과연 '완벽한 리더'는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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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라는 집을 둘러보면 어딘가 퀴퀴하게 자라는 '포퓰리즘'이라는 버섯을 볼 수 있다. 어느 한 사전에서 '포퓰리즘'은 "대중의 견해와 바람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정치 형태"라고 설명한다. 정치인들은 너도나도 '국민'의 진정한 바람을 꿰뚫고 있다고, 본인만이 진정 국민을 대변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이야기다. 하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완벽한 정치적 지도자는 과연 존재할까.

얼마 전 200여년 동안 쌓아왔던 민주주의라는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 6일 수많은 인파가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을 시도했다. 이는 단순한 평화로운 시위를 넘어서 벽을 타고, 유리창을 박살 내 난입하고, 의원들 물건에 손대고 결국 네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폭동에 가담한 이들 중 뿔 달린 털모자를 쓴,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큐어넌'이라는 음모론 단체를 따르는 자들도 있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그들을 '극단주의자'로 규정했다. 당파적 견지를 떠나, 이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민주당뿐만이 아니라 일부 공화당의 지지를 받아 하원을 통과했다.

무엇이 이런 극단적 움직임을 야기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은 지금껏 우리가 알아 온 대통령의 모습과 달랐다. 전통적 소통방법 대신 하루에도 서른 번 넘게 본인의 감정, 분노, 기쁨, 화 등을 트위터로 알렸다. 팩트체크는 미미하고 본인의 감정에 기반을 둔 표현은 장대하게. 본인 지지자들은 '정의화'하고, 반대자들은 '악마화'하는 간단한 공식이다. 물론 완벽한 대통령은 없지만, 이는 트럼프의 음과 양을 볼 수 있는 일반적 공화당 지지층을 넘어 음모론과 가짜뉴스에 끌리는 이들의 갈증을 충족시켰다. 건설적인 비판 수용은 회피하며 그 자신이 '음모'의 희생양이라고 상기시켰다. 권리나 특권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분노에 빠지게 하고, 국민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대통령을 시궁창에서 구해내야 할 존재로 보게 한 것이다. 팬덤을 가장한 정치적 구원이다. 물론 대통령을 구원하는 방법은 그를 비판에서 지켜내는 것이 아니라, 비판을 수용할 기회를 주어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고찰케 하는 것이다. 하지만 SNS, 유튜브를 포함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이분화된 이들의 생각은 이미 '내가 생각하는 진실'이 '현실에 기반을 둔 진실'을 덮은 지 오래였다.

오늘날 인공지능 및 알고리즘은 우리가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확산하는 데 필요한 도구가 됐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알고리즘이 우리의 선호도를 미리 읽고 각자 입맛에 맞는 뉴스, 정보 및 취향의 생성과 고착화를 가속화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 정보를 볼 필요가 없는 세상에 익숙해진 것이다. 이렇게 생각의 다양성이 결여되어 선별된 데이터는 결국 본인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을 더 '정의화'하고, 본인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더 '악마화'하기 마련이다. 이런 방식은 '신성한 영웅'과 '악마 같은 적' 개념을 고착화했는데, 이는 민주주의에 매우 위험한 존재가 아닌지 고민해 본다. 포퓰리즘을 견제할 수 있는 건강한 민주주의에서 과연 '완벽한 리더'는 존재할까. 그런 리더가 존재한다면 아마 지도자의 모습은 건설적인 비판을 수용하고,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며,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하는 이가 아닐까.

로이 알록 꾸마르 부산외국어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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