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차세대 배터리·수소 원천기술 개발..'탈탄소' e케미컬 연구도 활발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입력 2021. 1. 27. 17:57 수정 2021. 1. 2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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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가 간다] 美 바이든 시대 '국내 그린뉴딜 현장'
<4> KIST 청정신기술연구소
민병권(뒤) KIST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장 등 연구팀이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 물을 분해해 생산한 고압 수소를 풍선에 넣어 날리고 있다.
[서울경제]

서울 성북구 홍릉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신기술연구소. 먼저 에너지저장연구단을 찾으니 전기차 등에 쓰이는 리튬 이온 전지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 연구가 한창이었다. 당장 상용화는 안 되지만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의 현장이다. 이 분야는 미국·일본·한국이 연구 측면에서 잘하고 중국은 많은 연구자를 바탕으로 추격하는 모양새다.

최근 미국 애플이 전기차 시장 진출 계획을 밝히고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피터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지명자가 전기차 시장 확대를 역설하면서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10년 내에 차세대 배터리로 흐름이 바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현재 리튬 이온 전지는 원료인 리튬·코발트가 비싸 수급에 애로가 있고 화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전고체 전지의 경우 불이 안 나 매우 안전하다. 전지 셀의 구성을 바꿀 수 있어 에너지 밀도가 높아 한 번 충전하면 오래 쓸 수 있다. 리튬 이온 전지 배터리(코나의 경우 500㎞ 주행)보다 2배가량 더 갈 수 있다. 하지만 상용화는 7~8년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토요타가 오는 2022년 시제품을 계획하고 있으나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트륨 이온 전지는 리튬 이온 전지와 구조가 동일하나 리튬 대신 나트륨을 써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나 모빌리티 기기에 적합하다. 가격이 리튬 이온 전지의 70~80%, 심지어 최대 절반까지 저렴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한참 먼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적합한 소재를 찾는 게 우선이다. KIST는 소금의 주요 성분인 염화나트륨에 특별한 전기화학 공정을 거쳐 전극 소재에 알맞은 구조를 찾기는 했으나 염화나트륨에 설탕을 코팅해 표면 전도도 제고 등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 KIST도 나트륨 이온 전지의 셀 구성이 가능해 전지를 만들 수는 있으나 상용화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중국은 이미 관련 공장도 세울 정도로 기술을 나름 축적했으나 실제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다.

다가 이온 전지는 이온이 하나 움직일 때 전자가 두 개 이상 움직여 에너지 밀도가 2배 높아지는데 자동차와 ESS에 모두 쓸 수 있다. 마그네슘·아연·알루미늄을 2가나 3가로 써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고 주행 거리도 2배 늘릴 수 있으나 아직은 원천 기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경윤 KIST 청정신기술연구소 에너지저장연구단장은 “차세대 배터리는 응용할 수 있는 원천 기술 단계이거나 아예 기초 단계”라며 “전고체 전지는 토요타 등 일본이 앞서고 후발 주자로 미국·한국이 따라가는 모양새다. 우리는 리튬 이온 셀 제조 기술이 좋은데 일본보다 부품·소재 기술은 뒤처져 있다. 미국은 원천 기술은 강하나 생산까지는 못 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먼저 원천 기술을 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이어받는 게 효과적인데 부처 간 역할 분담이 잘 안 된다”며 “원천 기술 투자도 오히려 줄어든 느낌이고 여전히 연구에서 유행을 탄다”고 지적했다.

전고체·나트륨이온전지 등 리튬 대체 물질 발굴 구슬땀

재생에너지 연계한 수소 생산·저장 등 全주기 연구 진행

물·태양광 기반으로 원료 만드는 '인공 광합성' 기술 주도

수소·연료전지연구단과 에너지소재연구단에서는 재생에너지와 연계된 수소 생산(수전해)→저장→연료전지 활용 연구를 하고 있었다. 수소 기술을 모든 주기에 걸쳐 연구하는 곳은 KIST가 국내에서 유일하다.

우선 수전해를 위해 다양한 귀금속 저감 기술과 함께 강한 염기 조건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하는 신규 고분자 재료를 합성해 수소를 대량으로 안전하게 생산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료전지 중 가장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해 수증기로부터 그린 수소를 만드는 고온 수전해 연구를 들 수 있다. 안전한 수소 저장을 위해 고효율 촉매와 반응기 모듈을 개발하고 최근에는 액상유기수소운반체와 암모니아를 활용한 수소 저장·방출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수소를 금속수소화물로 저장해 폭발 위험성을 크게 낮춘 고체 수소 저장 소재 연구도 활발하다. 앞서 현대차·일진복합소재·한온시스템·전북대 등과 함께 금속수소화물 소재를 이용한 고체 수소 저장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KIST의 김서영 박사는 극저온 액화 수소 기술로 수소 부피를 800분의 1로 줄여 트럭이나 에어택시에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창업(3년 겸직)하며 SK가스 등에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연료전지 측면에서는 고가의 백금 촉매를 대체하기 위해 저가의 코발트 촉매 표면에 그래핀을 코팅한 형태라든지 촉매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소 연료전지의 전해질막 소재를 혁신하기 위해 저렴하면서도 높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전해질 소재 합성 연구에도 나서고 있다. 물이 필요 없는 ‘자가 가습’ 이중교환막 연료전지도 연구 중인데 상용화 시 드론이나 무인 항공기, 휴대용 전기 생산 장치, 수소전기차 연료전지에 활용될 수 있다.

한종희 KIST 청정신기술연구소장은 “수소 연구는 원천 기술 개발 단계로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는 상용화 단계까지 가려면 험난한 길을 가야 한다”며 “수전해와 연료전지 교차 운전이 가능한 일체형 연료전지 고성능화 기술이라든지 전기화학적 암모니아 합성 기술 등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소 경제를 위해 집중 투자가 필요한데 부처 간 정보 공유가 잘 안 되고 고급 인력을 뽑으려고 해도 기업에서 선점해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KIST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에서는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물·태양에너지·이산화탄소 등으로 화학제품과 원료를 만드는 e케미컬(인공 광합성) 연구를 국내에서 선도하고 있었다. e는 전자(electron)의 약자로 KIST에서 이름을 붙였다.

페트병, 전자 제품, 페인트, 건자재, 비료 등 화학제품을 생산할 때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e케미칼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각종 제품을 만들며 일산화탄소·에틸렌·알코올 등 고부가가치 화학연료도 얻을 수 있다. KIST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포름산, 생분해 고분자, 플라스틱 생산을 위한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민병권 KIST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장은 “e케미칼 기술은 세계적으로 매우 초보적인 단계이나 일산화탄소의 경우 촉매 개발 등을 통해 실증 연구까지 했다”며 “KIST는 10여년 전부터 e케미컬 가능성을 연구해왔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어디서든 태양광으로 수소를 얻을 수 있는 ‘무전력 자기 구동 태양광 수소 발생 저장 장치’ 연구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 장치는 아직은 수소 자전거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수소를 생산하는데 도서·산간 지역 등에서 충전소로 활용하거나 크기가 작아 드론·자동차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식수에 미세 플라스틱이 있다면 알람이 울리는 기술도 3년 내 개발을 목표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건물 외벽과 창문에서 태양광발전을 하기 위한 차세대 태양전지를 부착하는 빌딩 발전소도 연구하고 있다. 다만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이며 값이 싸고 내구성이 우수하며 부착도 쉬울 뿐 아니라 심미성까지 갖추는 게 관건이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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