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써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최보기의 책보기]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2021. 1. 2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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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서평을 써오면서 '김훈'의 책이나 글에 대한 이야기를 넘치도록 했기 때문에 글마다 중복이 심하다.

'글쓰기'를 처음 연마하는 사람이라면 김훈의 문장을 탐구해볼 것을 늘 권하는 이유다.

김훈의 책들을 읽다 보면 글쓰기의 핵심은 '관찰과 공부'임이 확연히 보인다.

이 책의 제 11장 '내 인생의 글쓰기'는 작가 김훈과 평론가 김주언의 대담인데 책 속에 들어있는 또 한 권의 책으로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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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을 읽는다》ㅣ김주언 지음ㅣ삼인 펴냄ㅣ368쪽ㅣ2만2000원

(시사저널=최보기 북칼럼니스트)

그동안 서평을 써오면서 '김훈'의 책이나 글에 대한 이야기를 넘치도록 했기 때문에 글마다 중복이 심하다. 그렇다고 한들 김훈에 대해서는 백만 번을 말해도 부족함이 없으므로 주저하지 않는다. 나의 글쓰기 공부 교재는 여전히 김훈의 문장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글을 수시로 필사(베껴 쓰기)하는 중이다. 내가 처음 반했던 김훈은 문장은 그의 산문집 《밥벌이의 지겨움》에 있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

'그러므로 이 세상의 근로감독관들아, 제발 인간을 향해서 열심히 일하라고 조져대지 말아달라. 이미 곤죽이 되도록 열심히 했다. 나는 밥벌이를 지겨워하는 모든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 친구들아, 밥벌이에는 아무 대책이 없다.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이걸 잊지 말고 또다시 각자 핸드폰을 차고 거리로 나가서 꾸역꾸역 밥을 벌자. 무슨 도리 있겠는가. 아무 도리 없다.'

위 문장에 점 하나라도 군더더기가 있는가? 긴 글의 마지막을 '무슨 도리 있겠는가. 아무 도리 없다.'로 끝내는 데서는 가벼운 전율마저 인다. '아무 도리 없다'는 얼마나 강단진 끝마침인가! 《칼의 노래》《흑산》《자전거 여행》《공터에서》《남한산성》《내 젊은 날의 숲》《개》《강산무진》《현의 노래》 등 김훈의 작품들은 저렇게 나비로 날다 벌처럼 쏘는 '김훈 문체'의 저수지다. '글쓰기'를 처음 연마하는 사람이라면 김훈의 문장을 탐구해볼 것을 늘 권하는 이유다. 다만, 나는 작가 김훈과 만나 차 한 잔도 나눈 인간관계가 아니므로 그의 문장이 아닌 인품을 논할 입장은 아님을 밝힌다.

김훈의 책들을 읽다 보면 글쓰기의 핵심은 '관찰과 공부'임이 확연히 보인다. 작가 김훈은 먼 곳과 세밀한 것의 관찰을 위해 망원경과 루뻬(확대경)를 가방에 넣어 다닌다. 그가 산문집 《자전거 여행》에서 수련(睡蓮)이 피는 과정을 묘사한 글에는 '숨 막히는 허송세월'이라는 어구가 나온다. 연못가에 앉아 수련이 천천히 피는 과정을 새벽부터 저녁까지 관찰하는 과정을 저렇게 표현한 것이다. 정확하면서도 멋드러진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세월호'를 말하는 신문 칼럼을 보면 글을 쓰기 전에 그가 배와 항해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는지 여실하게 드러난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로 시작하는 소설 《칼의 노래》 서문에서 김훈은 "'꽃은 피었다'와 '꽃이 피었다'를 놓고 오래 갈등하다 "결과를 암시하는 '은' 대신 '이'를 썼다"고 했다. 그의 글쓰기는 이토록 치밀하다.

문학평론가 김주언 교수(단국대)의 평론집 《김훈을 읽는다》는 그러한 김훈의 수많은 작품 속 문장들을 보다 가치 있게 관철하도록 돕는다. 김훈의 소설과 에세이를 읽는 데 등장인물이나 화자 김훈의 말들에 감정을 이입해 따라가는 것을 넘어 작품을, 문장 하나하나를 꿰뚫는 문학적, 철학적 인식의 틀을 확장시키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의 제 11장 '내 인생의 글쓰기'는 작가 김훈과 평론가 김주언의 대담인데 책 속에 들어있는 또 한 권의 책으로 부족함이 없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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