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life 제764호 (21.01.27) BOOK
▶실리콘밸리는 어떻게 미래를 창조했나 『원스어폰어타임인 실리콘밸리』
너드 문화의 발상지인 실리콘밸리에서 태어나 지금도 살고 있는 애덤 피셔야말로 이 책의 저자로 적임자다. 아타리 게임을 하며 자랐고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으며 현재는 『와이어드』, 『뉴욕타임즈』 등에 기술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는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와이어드에서 일하던 시절 뉴욕에서 주류 매체들이 실리콘밸리를 다루는 관점에 그는 의문을 품었다. 요즘 누가 잘나가고 못 나가는지, 누가 억만장자가 됐는지 사업과 돈 이야기뿐이었다. 하지만 고향의 현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저항과 활약과 투쟁과 속임수에 가까웠다. 마치 용을 무찌르는 모험처럼. 그가 영웅들의 이야기로 이 책을 묶어낸 이유다.
태초에 스탠퍼드대가 있었다. 사업에 대해 개방적인 정책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나가서 사업을 하라고 독려하는 학교. 반면 아이비리그는 콧대가 너무 높아 기술과 사업에는 무관심하고 지식과 연구만 이야기했다. 윌리엄 쇼클리는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뒤 고향 팔로알토로 돌아와 연구소를 세웠다. 이 우연이 실리콘밸리 태동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벤쳐캐피털리스트들은 사업이 망해도 신경 쓰지 않고, 사업이 크게 성장하면 더 많은 돈을 부어넣는 실패를 모두 보상받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덕분에 아이디어와 재능만 있으면 누구나 도전에 나설 수 있었다. 불꽃이 튀고, 불길이 타오르면서 인적 네트워크는 점점 커졌다. 사람들은 실리콘밸리에 혁신가, 똑똑한 엔지니어, 상품을 기획하는 사람, 마케터, 세일즈 담당자와 같이 일하고 싶어 몰려들기 시작했다. 구글과 야후의 초창기에는 기업 설립을 위해 차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냥 오토바이만 타도 누구나 만날 수 있었다.
난상토론을 옆에서 지켜보다보면 인터넷혁명의 중심에 있던 기업들도 초라하게 시작했으며, 끝없는 내외부 갈등을 겪으며 성장하거나 도태됐음을 알게 된다. 넘어지지 않았던 신데렐라는 없었다는 사실. 성공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온몸에 진흙을 묻히고 마라톤을 하는 것과 같았다.
▶러셀의 대표작을 다시 만난다 『러셀 서양철학사』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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