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life 제764호 (21.01.27) BOOK

2021. 1. 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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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는 어떻게 미래를 창조했나 『원스어폰어타임인 실리콘밸리』

애덤 피셔 지음/ 김소희 외 옮김/ 워터베어프레스 펴냄
실리콘밸리는 오래전에는 목가적이며 심심하기만 교외지역에 불과했다. 이곳이 어떻게 ‘미래’라는 단어의 동의어가 됐을까. 애덤 피셔는 이 지역이 다양성을 포용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전통과 문화가 만들어진 것에서 이유를 찾는다. 이곳에선 거의 모든 이들이 어린 시절, 컴퓨터나 게임을 접하고, 해킹이나 컴퓨터에 푹 빠져 컴퓨터과학이나 전자공학을 공부한다. 무엇보다 미래지향적이고 진취적으로 생각하며, 기술을 중시하고 데이터에 따라 의사결정을 한다. 현실의 문제점을 고민하면서도 이상적인 꿈은 놓지 않는다. 그것도 아주 똑똑하고 유쾌하게. 한마디로 너드(Nerd) 문화다. 제목이 뜻하는 그대로 이 책은 실리콘밸리에서 신화를 쓴 기업들의 창세기로 빼곡히 채워졌다. 1968년 더글러스 엥겔바트가 새로운 컴퓨터 시스템을 선보인 데모(demo)로 부터 시작해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차고에서 애플을 세운 일, 그리고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과 잭 도시의 트위터가 성공하기까지의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을 복원해낸다.

너드 문화의 발상지인 실리콘밸리에서 태어나 지금도 살고 있는 애덤 피셔야말로 이 책의 저자로 적임자다. 아타리 게임을 하며 자랐고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으며 현재는 『와이어드』, 『뉴욕타임즈』 등에 기술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는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와이어드에서 일하던 시절 뉴욕에서 주류 매체들이 실리콘밸리를 다루는 관점에 그는 의문을 품었다. 요즘 누가 잘나가고 못 나가는지, 누가 억만장자가 됐는지 사업과 돈 이야기뿐이었다. 하지만 고향의 현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저항과 활약과 투쟁과 속임수에 가까웠다. 마치 용을 무찌르는 모험처럼. 그가 영웅들의 이야기로 이 책을 묶어낸 이유다.

태초에 스탠퍼드대가 있었다. 사업에 대해 개방적인 정책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나가서 사업을 하라고 독려하는 학교. 반면 아이비리그는 콧대가 너무 높아 기술과 사업에는 무관심하고 지식과 연구만 이야기했다. 윌리엄 쇼클리는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뒤 고향 팔로알토로 돌아와 연구소를 세웠다. 이 우연이 실리콘밸리 태동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벤쳐캐피털리스트들은 사업이 망해도 신경 쓰지 않고, 사업이 크게 성장하면 더 많은 돈을 부어넣는 실패를 모두 보상받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덕분에 아이디어와 재능만 있으면 누구나 도전에 나설 수 있었다. 불꽃이 튀고, 불길이 타오르면서 인적 네트워크는 점점 커졌다. 사람들은 실리콘밸리에 혁신가, 똑똑한 엔지니어, 상품을 기획하는 사람, 마케터, 세일즈 담당자와 같이 일하고 싶어 몰려들기 시작했다. 구글과 야후의 초창기에는 기업 설립을 위해 차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냥 오토바이만 타도 누구나 만날 수 있었다.

난상토론을 옆에서 지켜보다보면 인터넷혁명의 중심에 있던 기업들도 초라하게 시작했으며, 끝없는 내외부 갈등을 겪으며 성장하거나 도태됐음을 알게 된다. 넘어지지 않았던 신데렐라는 없었다는 사실. 성공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온몸에 진흙을 묻히고 마라톤을 하는 것과 같았다.

▶러셀의 대표작을 다시 만난다 『러셀 서양철학사』

버트런드 러셀 지음/ 서상복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20세기 대표 지성 버트런드 러셀의 『서양철학사』 개정판이 나왔다. 서양 철학계의 고전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인 버트런드 러셀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 책은 철학이 사회 공동체의 삶을 통합하는 역할을 하며, 철학자가 사회·문화적 환경의 산물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러셀은 철학과 정치, 사회 환경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했는지를 조망하면서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재치와 유머를 가미해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의 단조로운 철학서와 달리 읽기 쉬우면서도, 날카로운 비판력과 통찰력을 보여 주고 있다. 러셀은 이 책에서 2500년 동안 발전해 온 서양 철학에서 일관된 철학적 주제를 하나하나 찾아내 흥미진진하게 논의한다. 그러나 어떤 철학자도 단순히 숭배하지 않고 분석적 방법을 적용하여 신랄하게 비판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명료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러셀에게 철학은 분석적 방법을 통해 확실한 지식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었다. 저자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문제는 세밀히 조사하면서 동시에 기초 원리를 끈질기게 검토하며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이 과정에서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철학 논조가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되는 것은 러셀의 탁월한 문장력 덕분이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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