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태니컬 디자인 열풍-자연과 식물에서 안정을 찾다

2021. 1. 2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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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정원을 주제로 한 보태니컬(botanical) 디자인 열풍이 거세다. 레고, 벽지, 커튼 등 디자인의 적용 범위도 넓어졌다.

1. 할머니의 오두막 느낌을 주는 ‘그래니스 코티지granny’s cottage’ 인테리어 2. 레고의 보태니컬 컬렉션 중 ‘플라워 부케’ 3. 레고의 보태니컬 컬렉션 중 분재 디자인 4. 오티에이치콤마가 생산해 인기를 끌었던 자연을 담은 커튼 디자인
2021년 1월1일. 레고가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전 세계에 ‘보태니컬 컬렉션’이라는 신제품을 선보인 것. 이건 한마디로 집안 인테리어용으로 개발된 레고 꽃다발이라고 보면 된다. 18세 이상 성인용을 표방한 이 제품이 그간 건축물과 캐릭터 위주던 레고 블록 세상에 일으킨 파장은 매우 크다. 레고 월드에 새로운 세계관을 주입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레고는 인공적인 캐릭터 세상이 주였다. 슈퍼히어로를 포함한 미래 지향적인 우주관에 집중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이 위주의 콘텐츠라 성인을 공략할 요소는 정교한 건축물 시리즈 정도였다. 전체적으로 남성적인 콘텐츠였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번에 출시한 컬렉션은 ‘식물’을 테마로 한다. 자연과 힐링을 주제로 한 테마는 최초다. 이번 보태니컬 컬렉션 중 가장 주목받는 건 ‘플라워 부케’. 데이지, 장미, 과꽃, 금어초 등이 섞인 트렌디한 꽃다발 형태다. 여성을 공략하겠다는 의도가 명확히 읽히는 구성이다. 사실 ‘자연과 힐링’을 주제로 한 이 컬렉션은 팬데믹 시대의 부산물이라고 봐야 한다. 집 안에 갇혀 아이와 씨름하는 여성들의 고단한 심리 상태, 집의 중요성으로 인해 불어 닥친 인테리어 열풍, 점점 커져만 가는 자연에 대한 그리움. 이 모든 요소를 복합적으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레고그룹은 지난해 5, 6월 전 세계 18개국의 부모와 어린이 3만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로 무려 성인의 80% 이상이 놀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이 특수한 바이러스 시대를 살아가는 성인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제품을 기획하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이 보태니컬 시리즈다. 현대인의 심리 상태를 감안한 이 시리즈는 나오자마자 인기를 끌었음은 물론이다. 꽃다발 형태의 플라워 부케는 색감과 모양이 다채롭고 아름다워 인테리어 용도로 주목받았고 함께 출시된 분재 컬렉션도 마찬가지였다. 이 정도 인기라면 향후 인테리어용 보태니컬 컬렉션 종류가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신제품이란 소비자 욕구에 따라 진화하는 것이니 말이다.

보태니컬 디자인의 인기를 예감케 하는 움직임은 다양하다. 엘지하우시스는 2021년 인테리어 트렌드 중 ‘그래니스 코티지Granny’s cottage’를 제시했다. 이는 도시인들이 할머니의 오두막 같은 포근한 공간을 사랑하게 될 거란 내용이다. 이 트렌드는 전원 생활의 로망을 담는다. 들꽃, 열매, 버섯처럼 식물적인 요소들을 실내 인테리어에 끌어들여 감성적인 아름다움을 더하는 게 기본이다. 이는 팍팍한 아파트 일상에 서정을 더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최근 SNS상에서 주목을 끈 오티에이치콤마의 커튼도 이를 증명한다. 이 브랜드는 스위스의 산을 실사 그대로 프린트한 커튼을 선보였다. 과거 같으면 상상도 못했을 이 제품은 금세 솔드 아웃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역시 현대인의 결핍을 반영한 제품이다. 대자연을 그리워하는 심리, 특히 푸른 숲을 그리워하는 심리 말이다. 당장이라도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날아가 아름다운 숲속을 거닐며 식물에게 위로받고 싶지만 상황이 이 지경이니 어떻게 해서라도, 어떤 방법으로라도 식물을 곁에 두려는 것이다.

식물을 테마로 한 보태니컬 디자인은 결국 자연을 통해 안정을 누리고자 하는 현대인의 불안한 심리에 대한 결과물이다. 그러니 결국 2021년 내내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될 것이 틀림없다. 다행이기도 불행이기도 한 일이다.

[글 한희(문화평론가) 사진 언스플래시, 레고, 오티에이치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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