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플랜 돌입땐 '3자 회생계획안' 마련해야..불발땐 청산 가능성도

김능현 기자 nhkimchn@sedaily.com 입력 2021. 1. 27. 17:38 수정 2021. 1. 2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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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마지막 카드 'P플랜'
감자·채무조정·자금지원 규모 결정
勞 파업중단·채권단 동의 '걸림돌'
[서울경제]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마힌드라와 인수 후보자인 미국 자동차 유통 업체 HAAH오토모티브의 쌍용차 매각 협상이 결렬되면서 결국 쌍용차는 법정 관리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HAAH가 여전히 쌍용차 인수에 대한 의지가 남아 있어 쌍용차는 법정 관리 개시 전 ‘P플랜(Pre-packaged Plan·사전 회생 계획 제도)’를 신청해 마지막 회생 가능성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손 털고 나간 마힌드라···매각 협상 결렬=27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HAAH 측은 자신들이 정한 협상 시한인 지난 22일까지 협상에 진전이 없자 결렬을 선언했다. 하지만 쌍용차 측의 요구로 협상 시한을 이달 말까지 연장하고 한국에 잔류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매각 주체인 마힌드라가 사실상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결렬의 원인은 쌍용차 채무에 대한 지급보증 때문이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지분 75% 전체를 매각하기 원했지만 HAAH와 산은은 마힌드라에 20% 이상의 지분을 유지해줄 것을 요구했다.

쌍용차가 외국계 은행에서 빌린 채무 1,400억 원에 대한 지급보증을 위해 일정 지분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HAAH 측의 주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마힌드라는 지급보증 5년 연장만 동의할 수 있으며 이후에는 쌍용차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버티면서 협상이 깨졌다.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자 마힌드라는 쌍용차가 빌린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대출금 300억 원만 대신 상환하고 협상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했다.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쏟아부은 자금은 인수 자금과 유상증자 대금을 합해 7,000억 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마힌드라가 어떻게든 쌍용차 매각을 성사시켜 투자금의 일부라도 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마힌드라는 손해를 감수하고 쌍용차에서 손을 떼기로 한 것이다.

◇쌍용차 29일 이전에 P플랜 신청할 듯=쌍용차에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쌍용차는 HAAH와 마힌드라 간 매각 협상을 29일까지 완료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매각 합의 후 자금 투입과 각종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법정 관리 유예기간 만료일(2월 말) 한 달 전에는 협상이 완료돼야 하기 때문이다. 29일에는 쌍용차가 협력 업체에 발행한 어음(1,800억~2,000억 원)의 만기도 도래한다. 다음 달 말까지 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면 쌍용차는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가 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마힌드라의 협상 결렬 선언으로 결국 쌍용차는 P플랜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선택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남은 절차는=P플랜에 돌입하면 쌍용차, 채권자, 인수 후보자(HAAH)가 법원의 조정 하에 회생계획안을 마련한다. 이 과정에서 마힌드라 지분에 대한 감자 및 채무 조정, 인수 후보자와 채권자의 자금 투입 규모 등을 결정한다. 이후 회생 절차에 들어가 회생계획안을 이행한 뒤 인수 후보자에 회사를 매각하는 절차를 밟는다.

난관은 적지 않다. 우선 산은은 쌍용차 노조에 흑자 전환 시까지 파업 중단과 3년 단위 단협 등을 자금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노조의 대승적 결단 없이는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HAAH도 자금 조달력에 대한 채권단의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 HAAH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240억 원에 불과하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P플랜은 매각을 통한 회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다만 P플랜이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아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했다. 회생계획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쌍용차의 생존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계획안 없이 법정 관리에 들어갈 경우 법원은 쌍용차의 청산 가치와 계속기업 가치를 따지고 청산 가치가 높다는 결론이 나오면 ‘청산’을 결정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회생계획안 없이 법정 관리에 돌입하면 기존 채무가 동결되면서 협력 업체들도 연쇄 도산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능현·서종갑 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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