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말하는 법 (1) "그건 오해라개!"

2021. 1. 2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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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가 나를 빤히 보며 뭔가 요구하는 듯할 때가 있다. 응? 나가자고? 아냐? 간식? 놀자고? 도대체 어쩌라고? 난감하고 미안하다가 마침내 답답해져 외친다. “말을 하라고, 말을!” 사실 수리는 말을 하고 있다. 내가 못 알아들을 뿐. 그나마 못 알아들으면 답답할 뿐이지만, 잘못 알아들을 때는 문제가 좀 커질 수도 있다.

퀴즈. 길에서 개를 만났다. 개가 나를 보더니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고 눈을 부릅뜬다. 꼬리 흔들기를 멈추고 귀도 바짝 세웠다. 지금 개는 어떤 상태일까? ①나를 공격할 태세다 ②뭔가 긴장되고 불안하다 ③흥미로운 것에 끌리는 중이다 ④편안하고 만족스럽다. 정답은 뭘까? 수리를 키우기 전의 나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①을 골랐을 테지만, 반려인 4년 차인 지금은 고민 없이 ③이라 말할 수 있다. 대개 사람들은 개가 꼬리를 치면 반갑다고 인사하는 것이고, 이빨을 드러내면 위협하고 공격하려는 것으로 판단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벽히 오류다. 하긴,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끼리도 서로를 곡해하는 일이 다반산데, 개와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이니 말해 뭐 할까. 어쨌든 이 하나는 분명하다. 개가 하는 말과 행동에는 거짓이나 꾸밈이 없다. 사람이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뿐. 오늘은 ‘오해하기 쉬운 개 언어’를 몇 가지 알아보자.

먼저 이빨을 드러내는 행동이다. 개가 이빨을 드러내는 것이 미소라면 믿을 수 있을까. 실제로 개는 복종을 표현하고 상대의 기분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웃는 표정’을 짓는데, 활짝 웃다 보니 날카로운 이빨이 훤히 드러나는 것. 물론 이빨을 보인다고 다 미소는 아니다. 코와 이마에 짙은 주름이 잡히면서 잇몸이 다 보일 정도라면 공격에 나서겠다는 신호고, 몸을 낮추고 귀를 뒤로 젖히면서 이빨 일부를 보이는 건 겁을 먹고 자신을 방어하려는 행동이다. 그러니 단순히 이빨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다른 신체 언어들, 말하자면 등줄기에 털이 곤두섰다든가(공격 준비) 꼬리를 다리 사이에 감아 넣었다든가(방어 행동) 하는 것들을 함께 봐야 한다.

또 오해하기 쉬운 것이 방뇨 복수다. 여기, 한 부부가 개를 키운다. 위생에 민감하고 복종을 중요시하는 남편이 개가 배뇨 실수를 할 때마다 무섭게 혼을 내고 집 밖으로 내쫓았다. 그러자 어느 날부턴가 남편이 보이기만 하면 또 남편과 눈이 마주치면 그 앞에서 ‘보란 듯이’ 바닥에 오줌을 갈기기 시작했다. 남편은 그것을 자신을 향한 분풀이 혹은 반항으로 여겼다. 하지만 이것도 대단한 오해다. 개는 남편을 몹시 두려워했고 남편이 보이면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혀 본능처럼 배뇨 실수를 하는 데 지나지 않았다. 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두려움의 감정을 꾸준히 전달하고 있었다. 문제는 개가 아니라 실수를 거친 방식으로 교정하려 들고 두려움의 표현을 말썽으로 해석한 남편에게 있었다.

자, 그러면 개가 앞발을 내 무릎 위에 턱 하고 올려놓는 건 뭘까? 나는 ‘애정 표현’ 운운했고, 친구는 ‘놀자거나 뭘 달라거나 하는 요구’라 했고, 다른 이는 ‘예뻐해 달라는 응석’이라 했다. 모두 정답을 비껴갔다. 비슷한 질문 하나 더. 개가 소파로 뛰어 올라와 틈을 비집고 앉아 내게 몸을 기대는 건? 그 풍경을 상상만 해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데, 뜻밖에도 그건 ‘내가 너보다 위야’라는 의미란다. 앞발도 마찬가지다. 이리는 자신이 우위임을 표현할 때 상대 이리의 어깨에 앞발이나 머리를 얹는데, 개가 사람 무릎에 앞발을 얹는 것 역시 지배의 표현일 경우가 많다는 거다.

막연히 혹은 무의식적으로 해석해 온 이런 ‘오해의 언어들’은 생각보다 많다. 이들이 쌓이고 굳으면 멀쩡한 개를 ‘문제견’, ‘악마견’으로 둔갑시킨다. 개의 언어를 제대로 알면 우리도 정확한 신호를 보낼 수 있게 된다. 그 말은 개도 사람도 세상도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맘) 사진 언스플래시 참고 및 인용 『개는 어떻게 말하는가』(스탠리 코렌 지음 / 박영철 옮김 / 보누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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