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인 줄 알았다" IM선교회 오판이 310명 확진 불렀다

김방현 입력 2021. 1. 27. 17:16 수정 2021. 1. 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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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회 발(發) 집단감염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대전에서 지난 24일 무더기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데 이어 강원도 홍천과 광주, 울산에서도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누적 확진자 수는 310명으로 불어났다. 확산 세가 심상치 않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27일 “다른 지역도 안심 못 한다”며 확산 차단을 주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27명 무더기로 발생해 초비상이 걸린 25일 오후 대전 중구 종교단체 소속 비인가 시설(IEM국제학교)에서 경찰들이 학생들을 충남 아산 생활치료센터 입소시키기위해 학교주변을 통제하고 있다.김성태 기자



선교회 “판단 착오에 변명 여지없어”
이날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IM선교회를 중심으로 발생한 코로나19 감염자는 310명에 달한다. 대전 176명, 광주 125명, 경기 안성 2명, 용인 7명 등이다. 선교회가 운영한 '기숙·합숙’형태 비인가 교육 시설에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온 만큼, 추가 확진자 발생 가능성도 크다.

IM(International Mission)선교회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이 선교회는 2010년 마이클 조 선교사가 설립했다. 마이클 조가 2016년 10월16일 방송된 'CBS TV'의 '새롭게 하소서'에 출연해 증언한 내용 등을 종합하면 그는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다. 꿈에서 영어를 배웠으며, 대전과 천안에서 시사영어학원을 운영하며 전도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대면 간증 집회에 참여해왔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 뉴욕에서 대뉴욕지구한인교회협의회가 주최하는 ‘2020 할렐루야 대뉴욕복음화 대회’에도 강사로 참여했다.

선교회는 집단감염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전국 총 26곳에 달하는 관련 교육기관 명단과 검사현황을 공개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검사 인원은 총 802명, 이 가운데 287명이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 선교회는 무더기 확진자가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 25일 선교회 대표 이름으로 홈페이지에 집단감염과 관련한 입장을 내놨다. “아이들 가운데 처음 발열이 발생했을 때 발열이 발생한 아이들의 공간을 분리하긴 했지만 감기일 수 있다는 생각에 초기 대응을 빠르게 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학교 측의 판단 착오에는 어떠한 변명도 없다”며 “신입생 입소 학생 중에 무증상 감염자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운영 시설에 대해선 “대전 IEM국제학교 내부 사람들은 1월간 외부와 접촉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함께 “전국 15개 국제학교와 교사양성 온라인 과정에 소속된 모든 사람에 대한 정보는 취합해 질병관리청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15곳에 국제학교, 선교사 등 양성

27일까지 109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광산구 TCS 국제학교 출입문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선교회는 안내문에서 운영하는 국제학교가 15곳이라고 밝혔지만, 공개한 기관은 전국 26곳에 달한다. 첫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전(IEM국제학교) 외에도 안성·여수·태안·파주·대구 등 곳곳에 교육기관이 있다. 관련 교육시설로는 TCS국제학교, MTS 청년훈련학교, CAS 기독방과후 학교가 있다. 교육선교사 양성을 비롯해 부모대안학교와 부모학교, 다양한 캠프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에 따르면 가장 먼저 확진자가 발생한 IEM국제학교는 매년 16~18세 청소년을 선발해 기독교 신앙과 중·고교 과정을 가르친다. 학생들은 24시간 기숙사 생활을 한다. 입학을 위해선 학교가 주최하는 국·영·수 캠프에 한차례 이상 참여해야 하며, 신입생은 입학 후 4주간 교리와 생활태도·영어·공동체성을 배운다고 한다. 비인가 교육시설로 고교 학력을 인정받기 위해선 검정고시를 봐야 하는데, 학교측은 10주간의 검정고시 캠프, 대입을 위한 프로그램과 유학 과정도 운영한다고 한다. 홍천에서 39명의 감염이 확인된 MTS 청년훈련학교는 20~50대를 중심으로 하는 선교프로그램이다.


"집단 합숙과 방역 수칙 무시가 감염 확산 불러"

27일까지 109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광산구 TCS 국제학교. 프리랜서 장정필

방역당국은 비인가 교육시설에서 합숙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가 퍼졌을 것으로 내다봤다. IM선교회 4개 건물 41개 지점에서 검체를 채취한 결과, 65%(26곳)에 달하는 지점에서 바이러스가 나왔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검출된 곳은 정수기와 화장실 문고리, 컴퓨터 키보드와 책상 등으로 널리 퍼져있었다.

대전시 역학조사에 따르면 IEM국제학교 학생 가운데 기침·가래·두통 증상이 발생한 것은 지난 12일이었다. 하지만 학교는 별도 검사를 하지 않았다. '감기 증상'으로 오판을 했다는 것이다. 역학조사 결과 학생들은 지난 4일부터 입소해 같은 건물 3~5층에 있는 방을 나눠 썼다. 한 방에 7명, 많게는 20명이 배정됐다고 한다. 식사는 지하에 있는 식당에서 해결했고, 샤워실과 화장실을 함께 사용하기도 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3밀(밀집·밀폐·밀접) 조건 속에서 많은 인원이 집단생활을 한 것이 최악의 사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선교회 측은 “일단 발생한 상황에 대해서는 숨김없이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관련된 기관에 모든 상황을 알리고 방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현예 기자,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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