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 생태계 망치지마"..AWS·엘라스틱 '네 탓 공방'

임유경 기자 2021. 1. 2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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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업체와 오픈소스 기업 사이 5년 묵은 갈등 대폭발

(지디넷코리아=임유경 기자)인기 오픈소스 검색엔진 '엘라스틱서치'을 놓고 개발사인 엘라스틱과 글로벌 퍼블릭 클라우드 1위 업체 아마존웹서비스(AWS)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갈등의 시작은 AWS가 엘라스틱서치 코드를 가져다 상용 매니지드(관리형) 서비스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엘라스틱은 AWS의 이런 행위가 "올바르지 않다"며 소송을 포함해 여러 방식으로 제동을 걸었는데,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최근 라이선스 변경이라는 극약처방을 꺼내들었다. 더이상 엘라스틱서치에 오픈소스 라이선스를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오픈소스 생태계를 황폐화 시키는 것은 AWS일까 엘라스틱일까?

AWS는 엘라스틱을 향해 "오픈소스를 유지할 것이란 약속을 어겼다"고 비판하며, 엘라스틱서치를 포크(코드를 복사해 다른 버전의 배포판을 만드는 행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제부터 AWS판 엘라스틱서치를 만들고 키우겠다는 선전포고다.

이전에도 오픈소스 개발사와 사용업체 간 '무임승차 시비'가 존재했지만, 그 주체가 대형 클라우드 업체가 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AWS와 엘라스틱, 이미 2018년~2019년에 1차전

AWS는 2015년부터 오픈소스인 엘라스틱서치 코드를 활용해 자체 매니지드 서비스 'AWS 엘라스틱 서비스'을 개발하고, 유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제공하고 있다.

엘라스틱은 AWS가 원 개발사인 자사와 협의 없이 이런 상용 서비스를 만들어 파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왔다. 건전하게 오픈소스 생태계가 발전하려면 오픈소스 제품에 대한 '기여'가 중요한데, AWS는 기여 없이 오픈소스에 숟가락만 얹고 있다는 게 엘라스틱의 입장이다.

엘라스틱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2018년 6월부터 새롭게 '엘라스틱 라이선스'를 도입해, AWS의 엘라스틱서치 비즈니스에 제동을 걸었다. 이 라이선스를 적용한 제품은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소스코드도 공개돼 있지만, 라이선스가 엘라스틱에 귀속돼 있기 때문에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비즈니스에 이용하려면 엘라스틱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2015년 AWS 엘라스틱서치 서비스를 공개했다. 버너 보겔스 아마존CTO는 이 사실을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는데, 향후 엘라스틱은 사전 협의 없이 서비스를 개발해 놓고 마치 협업한 것처럼 써 놓은 이 트위터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엘라스틱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버전(아파치2 라이선스)도 계속 제공하긴 했는데, 기능 업데이트 등의 개선은 엘라스틱 라이선스가 도입된 제품 위주로 진행했다. 오픈소스 정신은 이어가면서, 클라우드 사업자의 손발은 묶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볼 수 있다.

AWS도 맞대응에 나섰다. 2019년 3월 엘라스틱이 제공하고 있는 유로 기능까지 포함한 '오픈 디스트로 포 엘라스틱서치' 배포판을 오픈소스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오픈 디스트로 포 엘라스틱서치는 암호화, 인증, 모니터링, 알림 등이 포함돼 있다.

AWS는 당시 배포판 개발 이유를 설명하며 엘라스틱 라이선스 정책 변화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냈다. "엘라스틱서치가 널리 채택될 수 있었던 이유는 소프트웨어 활용에 제한이 없었기 때문인데 (라이선스 변경으로) 어떤 것이 오픈소스인지 명확히 알기 어려워졌다"며 "엘라스틱서치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만큼 우리는 새로운 오픈소스 배포판 개발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분노한 엘라스틱은 같은해 상표권 침해를 이유로 AWS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분노 폭발한 엘라스틱 "오픈소스 버전 없애겠다"...2차전 발발

엘라스틱과 AWS 사이 갈등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점점 심화되는 중이다.

엘라스틱은 지난 15일 오픈소스 라이선스 철회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엘라스틱은 블로그를 통해 엘라스틱서치에 더이상 아파치2.0 라이선스를 적용하지 않겠고, 이제 '엘라스틱 라이선스'와 '서버사이드 퍼블릭 라이선스(SSPL)'로 듀얼 라이선스 정책을 펼치겠다고 했다.

SSPL라이선스는 프로그램이 SaaS 형태로 제공될 경우, 그 프로그램과 연동돼 실행되는 모든 소프트웨어도 공개돼야 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소스코드 재공개 원칙만 지키면 무료로 무제한 사용·수정을 허용하고 있다.

라이선스 변경은 정확히 AWS를 겨냥한 조치다. SSPL 라이선스가 적용된 엘라스틱서치를 사용하려면, AWS도 AWS 엘라스틱서치의 소스코드를 공개하라는 요구다.

엘라스틱도 이 같은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엘라스틱은 블로그를 통해 SSPL 도입 배경에 대해 "SSPL은 오픈소스 제품을 (상용) 서비스로 제공하면서 기여는 하지않는 퍼블릭 클라우드 공급자에 대한 보호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셰이 배논 엘라스틱 최고경영자(CEO)는 20일 또 다시 블로그를 통해 왜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아마존의 행동은 오픈소스 생태계에서 특히 중요한 규범과 가치에 벗어나 있다"고 꼬집으며, "우리의 라이선스 변경은 AWS가 우리와 협력하지 않고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내려진 조치다. 우리는 소송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시도했지만 AWS는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 소송이 아닌 제품 구축과 혁신에 집중하기 위해 라이선스 변경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가 생각하기에 AWS는 2015년부터 옳지 않은 행동을 해왔고, 점점 더 악화되고 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우리가 나서서 이 문제에 맞서, 향후 다른 사람들이 같은 문제에 직면하지 않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역공 나선 AWS "엘라스틱 서치 포크해서 오픈소스로 더 잘 키울 것"

AWS는 이에 오픈소스가 적용된 버전의 소스코드를 복사해 새로운 버전(포크 버전)을 만드는 방식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AWS는 엘라스틱의 라이선스 변경으로 더 이상 엘라스틱서치와 키바나가 오픈소스가 아니게 됐다며, 포크 결정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엘라스틱 라이선스는 코드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한하고 있고, SSPL은 오픈소스커뮤니티에서 오픈소스 라이선스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AWS는 아파치2.0 라이선스가 적용된 최신 버전인 엘라스틱서치와 키바나 7.10버전을 기반으로 포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으로 몇 주 안에 소스코드 저장소 깃허브에 리포지토리를 생성할 계획이다. 향후 오픈 디스트로 배포판에 두 포크를 합칠 계획도 공개했다.

엘라스틱에 대한 비판과 경고도 숨기지 않았다. AWS는 블로그를 통해 "엘라스틱은 라이선스를 제한해 다른 기업이 관리형 엘라스틱서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면 엘라스틱 비즈니스가 더 성장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엘라스틱은 자사의 라이선스를 변경할 권리가 있지만, 또한 자사의 결정에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AWS는 엘라스틱 보란듯이 포크 버전을 기반으로 오픈소스 생태계를 키워나가겠다는 입장이다.

"AWS는 이미 엘라스틱서치와 핵심 검색 라이브러리인 아파치 루센에 코드 기여를 업스트림했고, 이런 코드베이스를 기반으로 수 년간 작업한 경험이 있다"며 "필요한 경우 AWS 직원들이 직접 유지관리할 수 있도록 업무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AWS 엘라스틱서치 서비스도 새로운 포크로 구동될 예정이며, 고객들에게 새로운 기능·수정·개선 사항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엘라스틱-AWS 누구 잘못이 더 큰가?...IT 업계에서도 의견 분분

엘라스틱과 AWS 사이 갈등은 누구 편을 명확히 들어주기 애매한 사건이다.

AWS가 아파치2.0 라이선스가 적용된 엘라스틱서치 소스코드를 이용해 SaaS 서비스를 만든 것 자체는 문제 삼기 어렵다. 아파치2.0 라이선스는 누구든 자유롭게 소프트웨어를 개인적인 목적 혹은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배포 시 수정한 소스코드를 포함시킬 의무도 없다.

그렇다고 AWS가 건전한 오픈소스 생태계 조성을 위해 바람직하게 행동했다고 볼 순 없다. 라이선스 위반은 아니지만, 자기 이익만 챙긴 '체리피커' 같은 행동이라는 비난까지 면하긴 어렵다.

국내 한 오픈소스 기업 창업가는 이번 사건에 대해 "다들 과실 따먹기에만 급급하면 장기적으로 누가 힘들게 과수원을 가꾸겠냐"며 "작은 기업이면 이런 이기적인 행태를 해도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아마존 같은 규모의 기업이 이러는 것은 오픈소스 전반에 대한 회의를 들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처음부터 AWS가 엘라스틱과 협의하며 수익을 공유할 방안을 찾았다면 갈등이 이렇게 심화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는 "AWS가 오픈소스를 사용해 상용 서비스를 만든 것이 문제라기보다 같이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오픈소스 기업들이 이런 상황을 어느정도 감안하고 시작했더라도 이렇게 밥줄을 자르는 수준이 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오픈소스 라이선스를 없앤 엘라스틱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사용에 대한 기업들의 퍼드(FUD:공포·불확실성·의심)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이다.

로그분석 솔루션 업체 로그자이오의 토머 레비 CEO는 지디넷닷컴과 인터뷰에서 "이 문제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아니다"며 '엘라스틱이 오픈소스에 대해 많은 FUD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엘라스틱서치와 키바나가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엘라스틱도 상당한 혜택을 받았다. 커뮤니티가 시장의 씨를 뿌렸고, 채택을 이끌어 15억 달러 규모의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제와서 다른 기업의 소스코드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기회주의적인 행태다"고 지적했다.

오픈소스라이선싱 전문가이자 개발자 중심의 분석 업체 레드몽크의 스테판 오그래디는 "법적으로 엘라스틱에 라이선스를 변경할 권리가 있는 것은 맞지만, 라이선스가 비즈니스 모델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오픈소스 생태계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곳은 AWS일까 엘라스틱일까? 업계에서는 이 문제에 아직 중립 기어를 놓고 지켜보는 사람이 더 많다. 다만, IT환경이 클라우드로 급격히 옮겨가면서, 이 같은 문제가 앞으로 더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임유경 기자(lyk@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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