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대표 "IT기술 접목..10년 후 내다본 클래식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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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력만으로 관객들을 모으는 시대가 아닙니다. 코로나19 탓에 공연장이 문을 닫은 지금 상황에선 어떻게 청중에게 다가갈지를 고민해야죠."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최근 만난 박선희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의 말이다.
'음향 등 기술 문제'도 집중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혔다.
박 대표는 전에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 손열음, 선우예권, 김선욱 등을 발굴했던 노하우를 십분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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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박선희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
모든 공연 4K 초고화질 녹화
IT기업 손잡고 '대중 속으로'
"클래식계 전체 동반성장 필요"
“연주력만으로 관객들을 모으는 시대가 아닙니다. 코로나19 탓에 공연장이 문을 닫은 지금 상황에선 어떻게 청중에게 다가갈지를 고민해야죠.”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최근 만난 박선희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의 말이다. 공연만 좋으면 관객들이 알아서 찾아온다는 통념은 지금 같은 상황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것. 코리안심포니는 지난달 SK브로드밴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웨이브와 협업해 4K 초고화질 연주 영상을 선보였다. 유튜브나 네이버TV 등에서 생중계한 공연은 많았지만 고품질 연주 영상을 OTT에 올린 건 처음이다.
IT 적용해 클래식 저변 확대
지난해 코리안심포니도 다른 악단들처럼 온라인 공연을 펼쳤다. 지난해 3월부터 6회에 걸쳐 선보인 ‘내 손 안의 콘서트’의 조회 수는 지난달 31일까지 14만 회에 달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만족하지 못했다. 관객들이 1시간짜리 연주 영상을 끝까지 감상했다고 보장할 수 없어서다. 지난해 5월 조은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발표한 ‘온라인 공연감상 현황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채널을 통해 공연을 본 관객들의 집중 시간은 최대 20분에 그쳤다. ‘음향 등 기술 문제’도 집중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혔다.
변화가 필요했다. 정보기술(IT)을 적용해 영상 품질부터 높였다. SK브로드밴드, 웨이브와 손잡고 비대면 공연을 촬영하면서 최신 기술을 총동원했다.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 마이크 40개를 설치해 녹음했고, 4K 초고화질 카메라 11대로 녹화했다. 관객들이 콘서트홀의 전경은 물론 독주자, 지휘자 등 7개 시점을 골라 볼 수 있도록 영상을 제작했다. 전송 기술에도 5세대(5G) 이동통신을 적용했다. 끊김 없이 대용량 영상을 재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박 대표는 올해 여덟 차례 열리는 정기 연주회 영상도 이렇게 제작할 계획이다. 촬영비가 평소보다 30% 더 들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그는 강조했다. “최신 기술로 영상을 찍지 않으면 10년 뒤 이 영상을 봤을 때 형편없다고 여길 겁니다. 클래식 단체도 데이터 쌓는 일을 무시해선 안 됩니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신기술이 대중화됐을 때 활용할 영상 자료가 없게 되니까요.”
단원·지휘자·작곡가까지 신예 발굴
악단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장기 목표도 세웠다. 올해부터 연주자는 물론 지휘자, 작곡가 중에서도 재능 있는 신예를 발굴, 육성하는 건 그래서다. 박 대표는 전에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 손열음, 선우예권, 김선욱 등을 발굴했던 노하우를 십분 활용할 계획이다.
코리안심포니는 다음달부터 오케스트라 단원만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아카데미를 개설한다. 악단 단원들이 직접 연주자를 교육하는 베를린필하모닉의 ‘카라얀 아카데미’를 본떴다. 총 15명을 선발해 2년 동안 가르친다. 콩쿠르에 입상하려고 독주곡만 연습한 전공생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겠다는 의도다.
신예 지휘자도 발굴한다. 오는 11월 국내 최초로 국제 지휘 콩쿠르를 연다. 35세 미만의 젊은 지휘자를 뽑아 코리안심포니 정기연주회에 객원으로 내세운다. 신진 작곡가들도 키운다. 2014년부터 운영해 온 상주 작곡가 제도를 확장해 초대 상주 작곡가인 김택수가 2년 동안 신진 작곡가 5명을 육성한다.
박 대표는 “몇몇 연주자가 콩쿠르에서 우승한다고 한국 클래식 수준이 높아지는 건 아니므로 단원부터 지휘자, 작곡가까지 동반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리안심포니 대표직 임기는 올해 끝나지만 그의 눈은 10년 뒤를 내다보고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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