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도시 뉴욕의 재정난..세금 '영끌'하는 쿠오모
[경향신문]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경기침체로 세금 수입이 급감하자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 세금을 걷는 방책을 고민하고 있다. 연방정부에 “재정 지원을 하지 않으면 대통령을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내놓은 한편, 대마초·온라인 스포츠도박 합법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숙박에 판매세 도입과 소득세율 인상도 고려 중이다.
쿠오모 주지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전날인 19일(현지시간) 회계연도 브리핑 자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공약한 3500억달러 경기부양 패키지에서 150억달러를 뉴욕주에 지원하지 않으면, 바이든을 고소하겠다”면서 “지원을 안하는 것은 뉴욕주 시민들을 해치는 행위다”며 강하게 의사를 전달했다. 150억달러는 뉴욕주가 추산한 2022 회계연도 적자 예상 금액이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 뉴욕시의 최고 소득세율을 미국 역대 최고율인 14.7%까지 높이자고도 제안했다.
마약류인 마리화나와 온라인 스포츠도박 합법화도 제안했다. 뉴욕 주지사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달 초 “막대한 규모의 암시장을 없애 세금수입을 늘리기 위해 뉴욕주도 이제는 기호용 마리화나 판매를 합법화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는 쿠오모 주지사의 성명이 올라왔다. 뉴욕주는 기호용 마리화나가 합법화되면 연간 3억달러 이상의 세금을 걷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날 그는 “도박산업의 가장 큰 시장인 온라인 스포츠도박을 허용하면 세금수입을 늘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뉴욕타임즈는 “뉴욕 주지사가 뉴욕시 중심부 맨해튼에서 카지노 영업을 허용하는 것도 고려중”이라고 보도했다.
쿠오모 주지사가 4월부터 공유숙박 이용에 4%의 판매세를 부과하는 방법도 생각 중이라고 지난 25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판매세는 물건·서비스 가격에 일정 비율 붙는 세금인 한국의 부가가치세와 비슷한 개념이다. 그동안 뉴욕주에서는 공유숙박에 판매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쿠오모 주지사가 이렇게까지 나오는 이유는 세수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미 세금 연구기관 ‘택스폴리시센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뉴욕주가 걷은 세금은 전년동기 대비 9.9% 감소했다. 특히 뉴욕주의 최대 도시 뉴욕시는 세수 절반을 호텔이나 사무실 대여 등 부동산세에서 벌어들이는데, 봉쇄령과 재택근무 여파로 부동산가치가 대폭 하락했다. 뉴욕시는 “2022년 시의 재산세 수입이 전년보다 25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세수 감소는 뉴욕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정부 대부분이 코로나19발 경기불황으로 허덕이고 있다. 택스폴리시센터는 지난해 4~9월 미국 전체 주 재정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미국 40개주에서 2020년 세금이 전년에 비해 덜 걷혔으며, 10개주에서는 세수 감소율이 두자릿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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