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기준 완화하니 행복주택도 '로또 경쟁률'

고성민 기자 입력 2021. 1. 27. 1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행복주택에 입주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전셋값 상승과 전세 물건 부족 현상이 이어지자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공공임대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커진 영향이다.

서울리츠 행복주택 청약경쟁률 현황. /자료=SH공사

27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공고한 ‘2020년 3차 서울리츠 행복주택’의 청약경쟁률은 86.8대 1로 집계됐다. 96가구 모집에 총 8335명이 신청했다. SH공사가 서울리츠로만 구성해 공급한 행복주택의 경쟁률 가운데 역대 최고다.

은평구 녹번e편한세상캐슬 전용 39㎡ 청년형의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15가구 모집에 2652명이 접수해 경쟁률 177대 1을 기록했다. 은평구 DMC롯데캐슬더퍼스트 전용 39㎡ 청년형은 9가구 모집에 1355명이 몰려 경쟁률 151대 1을 기록했고, 양천구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 전용 34㎡ 청년형은 경쟁률 75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5월과 9월 각각 공급된 2020년 1·2차 서울리츠 행복주택 경쟁률과 비교하면 대단히 높은 수준이다. 당시 경쟁률은 각각 6.4대 1과 15.7대 1에 불과했다.

다만 이때 공급된 행복주택은 소득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웠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3인 이하’ 가구로 통합해 계산하던 소득기준을 1인·2인·3인 등 가구원수별로 세분화했다. 1인 가구 청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월평균 432만원이던 소득기준이 212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2020년 1·2차 경쟁률이 낮았던 가장 큰 이유였다.

정부는 ‘소득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비판이 커지자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80% 상한을 100%로 확대했다. 이 규정이 적용된 이번 3차 서울리츠 행복주택의 1인 가구 월평균 소득기준은 265만으로 확대됐다. 1·2차보다 지원 가능한 대상이 확대됐기에 경쟁률이 높아진 것은 당연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유난히 소득기준이 낮았던 1·2차 공급을 제외하고 2019년과 비교해도 행복주택의 경쟁률 급등은 선명하게 나타난다. 2019년 1~3인 가구는 월평균 소득이 432만원 이하면 행복주택을 신청할 수 있어 지금보다 지원 가능 대상이 많았다. 경쟁률은 2019년 1회차가 16대 1, 2019년 2회차가 19.1대 1로 이번 청약 경쟁률과 비교해도 꽤 낮았다. 지원 가능 대상이 줄었는데도 경쟁률이 급등했다는 뜻이다.

지난 17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결국 전세난(亂)으로 시중에서 임대주택 물건을 구하기 어렵고, 전셋값도 급등해 일반 전월세 물건은 너무 비싸 공공임대주택에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SH공사의 국민임대주택(30년 이상) 입주자 모집에서도 경쟁률이 몇 달 사이 두 배가 됐다. 지난해 5월말 공고한 1차 국민임대 입주자 모집 때는 2405가구 모집에 1만1192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4.7대 1이었는데, 지난해 9월말 공고한 제2차 국민임대주택은 979가구 모집에 9800명이 지원해 1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매달 월세를 지불해야 해 일반 아파트 청약보다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공공지원 민간임대 청약에서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분양한 서울 구로구 고척 아이파크는 청년 특공 전용 79㎡A 경쟁률이 55.2 대 1에 달했고, 인천 중구 운서역 푸르지오 더스카이도 전용 84㎡E가 경쟁률 30.5대 1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7.32% 올라 2011년(15.38%) 이후 9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58% 올랐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입지 좋은 곳에 공급이 부족한 영향인데, 공급을 늘리는 데 더해 임대주택마저 도박판을 만들어 젊은 청년들을 도박판에 뛰어들게 하는 이런 청약 제도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심 교수는 "선진국에서 굉장히 좋은 제도로 평가받는 주택 바우처 제도의 적극적인 도입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예컨대 소득의 30% 이상을 월세로 내는 사람들에게 30% 이상에 해당하는 월세를 지원해주자는 것"이라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