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의 '신세계'가 열린다..롯데에 선포한 그라운드의 '마트 전쟁'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2021. 1. 2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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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세계그룹 제공


신세계가 KBO리그에 깜짝 등장하면서 차원이 다른 역대 최대 라이벌전을 예고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와 역대 가장 뜨거운 모그룹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SK 와이번스 구단을 인수하기로 한 신세계 그룹은 국내 유통업계 ‘1위’를 놓고 롯데와 다투는 재계 최고 라이벌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아웃렛으로 오랜 시간 유통업계 양대산맥으로 경쟁하고 있다. 백화점과 마트 매출액에 있어 매년 서로 1위를 주장하며 치열하게 신경전을 펼쳐왔다. 반드시 되갚고 싶은 사연도 있다. 2013년,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위치해있던 인천터미널 부지와 건물을 롯데가 모두 인천시로부터 사들이면서 소송전까지 치렀다. 신세계가 제기한 소송은 ‘5년 전쟁’으로 불렸고 2017년 대법원이 롯데의 손을 들어주면서 막을 내렸다. 현재 해당 부지의 백화점은 롯데 인천터미널점이 돼있다.

롯데는 프로야구 출범부터 함께 한 원년멤버다. 1984년과 1992년 우승 이후 한때는 기나긴 암흑기를 겪으며 순위표에서는 약 30년 동안 방황하고 있지만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최고 인기 구단이다. 롯데가 성적 고민은 매년 겪더라도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은 프로야구에 이제 신세계가 입성한다.

신세계가 인수한 SK 와이번스 선수단은 롯데가 하위권에서 헤매던 2000년대 후반 3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로 불렸던 팀이다. 에이스 김광현이 해외 진출하면서 급격히 전력이 약화된 지난해에는 최하위권에 머물렀지만 불과 3년 전인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저력의 팀이다.

양 선수단 사이에도 ‘울컥’ 했던 사연이 있다. 2010년 SK를 지휘하던 김성근 감독이 한 대학 강연에서 롯데를 ‘모래알’에 비유해 파문이 일었다. 당시 롯데전 상황을 예로 들며 뒤지고 있더라도 뒤집기 위해 경기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야구관을 이야기하다 나온 발언에 롯데 선수단과 팬들의 분노가 폭발했고 김성근 감독은 사과했다. 이후 리그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이었던 제리 로이스터 당시 롯데 감독과 김성근 감독을 중심으로 양 팀 선수단과 팬들 사이에서 신경전은 한동안 이어졌다. 이제는 그 롯데와 재계 최대 라이벌인 신세계가 선수단을 인수하면서 다시 과거의 라이벌 관계가 재현될 전망이다.

KBO리그에는 그동안 여러 ‘라이벌’들이 있었다. 잠실구장을 같이 쓰는 ‘한지붕 라이벌’ LG와 두산은 늘 경쟁하며 상대전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LG와 SK의 통신업계 라이벌 구도에는 2015년부터 KT가 합류해 삼각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열성팬을 보유한 인기 구단이지만 암흑기를 겪은 공통점으로 묶인 LG, 롯데, KIA는 ‘엘롯기’라는 프로야구의 고유명사로 불리기도 한다. 잠실 라이벌과 엘롯기는 상징적 의미가 강하지만, 통신사 라이벌처럼 모기업의 분야가 같아 묶인 경쟁 구도는 그룹의 경쟁이 그라운드로 옮겨지기도 한다.

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KBO리그에 뛰어들었다. 그룹 ‘오너’의 열정과 투지가 그라운드에 직접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야구판’ 신세계-롯데전은 지금껏 화제가 됐던 그 어떤 라이벌전보다 뜨거운 열기를 예고하고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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