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하루 100명대 확진' 광주, 임시 선별검사소 북적

이수민 기자 2021. 1. 2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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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명령 받고 온 대안학교 학생부터 인근 교회 교인까지
일 평균 243명 찾던 검사소에 오전에만 '200명' 방문
27일 오후 광주시청 광장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전날 광주 TCS국제학교발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으로 폭증한 가운데 시청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은 이날 오전 200명을 넘었다. 2021.1.27/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100명 넘는 사람이 코로나19 확진이 됐다니 언제 어디서 저랑 부딪혔을지 모르는 일이죠."

광주 광산구 TCS국제학교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서면서 광주시청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는 시민들이 줄을 잇고 있다.

27일 오후 2시. 점심 방역소독 시간을 갓 넘긴 시간이지만 선별검사소 앞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어림잡아 50여명의 시민들은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의 검사 차례를 기다렸다. 시민들은 앞사람과 거리를 두고 길게 줄을 서 넓은 시청 광장 한쪽을 가득 메웠다.

검사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남녀노소 다양했다. 엄마의 허리까지 키가 닿는 유치원생 아이부터 마스크에 스카프, 선글라스까지 얼굴을 전부 가린 노인도 보였다.

평소보다 많은 시민들이 선별검사소를 찾으면서 의료진도 놀라는 모습이었다.

선별검사소를 찾는 시민들이 대거 늘어난 데는 전날 선교사 양성을 위해 운영하는 비인가 교육시설인 광주TCS국제학교에서 11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집단감염 우려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100명 이상의 무더기 확진자에 감염 우려가 들어 자발적으로 선별검사소에 방문한 시민도 있었다.

50대 남성 박모씨는 "확진자가 많이 나왔다니 무서워서 그런건지 어제부터 괜히 목 주변이 뻐근해서 검사 받으러 왔다"고 초조한 목소리로 털어놨다.

이어 "가족 중 한명씩 검사에 임하라는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니 다들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아 초장에 코로나19 집단감염을 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그의 아내 안모씨도 "1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던데 100명 중 한명이라도 나와 부딪혔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남편과 휴가를 내고 검사소에 왔다"고 덧붙였다.

10여명이 대규모로 검사소를 찾아 일반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단체도 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를 지켜 줄을 서긴 했지만 주차장서부터 함께 대화를 나누며 온 이들은 인근 한 교회의 교인들로 알려졌다.

이들은 줄을 서있다가도 아는 얼굴이 보이면 뒤를 돌아 손을 흔들거나 안부를 묻고 대화를 나눠 시민들에게 한 차례 "조용히 계시라"는 제지를 받기도 했다.

한 신도는 "지난 주일 1~3부 예배에 모두 참석했었는데 하필 우리 교회 1부 예배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말이 있어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종 행정명령으로 거의 한달 만에 교회를 찾았는데 또 다시 예배가 금지될까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있던 다른 신도는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예배를 봤으니 주님이 지켜주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신도의 지갑형 휴대폰 케이스에는 십자가 고리가 달려있기도 했다.

27일 오후 광주시청 광장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한 시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날 광주 TCS국제학교발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으로 폭증한 가운데 시청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은 이날 오전 200명을 넘었다. 2021.1.27/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이날 선별검사소를 찾은 한무리의 청소년들은 유난히 어두운 표정으로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인가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어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받고 왔다는 김모양(19)은 학교 동생 네명과 함께였다.

그는 "제가 다니는 학교는 종교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학교"라며 "방역수칙도 잘 지키고 우리 학교는 합숙도 없는데 검사를 무조건 받아야 한다니 억울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학교가 '대안학교'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까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광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시청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아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시민은 약 200명에 달한다.

이는 전날 오후 6시 검사를 받은 총 인원이 175명인 것과 비교해 대조적으로 많은 양이다.

지난해 12월27일 광주시청 임시 선별검사소가 개소한 이후 일 평균 243명이 검사를 받은 것과 비교해도 이날 오전 검사량이 다른 날의 하루 총량과 유사하다.

광주시 관계자는 "한꺼번에 많은 수의 확진자가 나와 시민들이 걱정과 우려로 선별검사소를 찾고있다"며 "코로나19 검사를 통해 확진자를 빨리 분류해 지역감염 확산을 차단하겠다"고 검사를 당부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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