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스타터' 숀 롱의 뒷심에 현대모비스도 웃는다
[스포츠경향]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의 7연승을 이끌고 있는 주역은 누가 뭐래도 외국인 선수 숀 롱(28)이다.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으로 주목을 받은 롱은 이번 시즌 한국 농구의 문을 처음 두드렸지만 골밑을 지배한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큰 키(2m6)에도 빠른 발과 탄력이 넘치는 플레이로 시즌 초반의 불안감을 잠재웠다.
롱의 존재감은 갈 수록 상승곡선을 그리는 기록에서 잘 드러난다. 27일 현재 평균 20.7점으로 득점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는 그는 라운드마다 득점이 늘어나고 있다. 첫 라운드에선 경기당 15.6점으로 조금씩 코트의 분위기를 알아갔다면 2~4라운드(20.4점→21.7점→26.4점)에선 그야말로 맹폭 수준에 가깝다. 득점 뿐만 아니라 궂은 일의 상징인 리바운드에서도 평균 11.5개로 당당히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인 셈이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은 “롱이 골밑에서 버텨주고 있는 게 (7연승의) 커다란 힘”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다.
롱의 활약은 승부처에서 더욱 돋보인다. 경기 초반에는 좀처럼 몸이 풀리지 않는 ‘슬로 스타터’에 가까운 그는 후반전에 몰아치기에 가까운 득점쇼를 보인다. 지난 26일 KT전에선 34-40으로 끌려간 채 시작한 3쿼터에서만 20점을 쏟아내 단숨에 승부를 뒤집기도 했다. “롱에게 어느 정도 점수를 주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던 서동철 KT 감독이 “내 계산이 틀렸다. 줘도 너무 많이 줬다”고 고개를 저은 대목이다.
롱은 자신이 접전에서 강한 비결을 소통에서 찾는다. 먼저 점수 차이가 많이 나지 않을 때 외국인 선수로는 드물게 동료들에게 귀를 기울인다. 롱은 “우리 팀에는 어린 선수들이 많은 데 대화를 나누다보면 경기를 풀어갈 방법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라 클라크 코치와 버논 맥클린은 한국농구에 대한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라 내가 부족한 부분을 순간적으로 잡아내준다. 그들의 도움이 든든하다”고 덧붙였다.
롱의 겸허한 자세는 팀 동료들의 플레이에도 힘을 실어준다. 롱은 득점 능력에 자신을 갖고 있지만 동료들에게 생기는 찬스도 놓치지 않는다. KT전에서 승리에 쐐기를 박은 최진수의 3점슛도 롱의 어시스트에서 나왔다. 현대모비스가 연승을 내달린 7경기에서 3경기(전자랜드·KGC·오리온)나 1점차 승리를 가져간 비결일 수도 있다.
센터 장재석은 “롱처럼 골밑에서 압도적인 선수는 처음 봤다”면서도 “감독님이 강조하는 리바운드와 수비 같은 부분에서 모두가 집중력을 발휘하니 우리가 좋은 결과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팀으로 어우러진 현대모비스의 연승 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을 모은다. 현대모비스는 오는 27일 서울 SK전과 2월 4일 전주 KCC전까지 승리한다면 한 라운드를 통째로 승리하는 전승을 달성할 수 있다.
울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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