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짜리 한 장이라도 더"..평생 모은 2억 기부한 노부부

오미란 기자 2021. 1. 2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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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의 고귀한 사랑 후배들이 잘 이어가겠습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부부는 "1000원 짜리 한 장이라도 더 기부하고 싶다"며 앞으로 추가로 기부할 뜻을 전하기도 했다.

부부가 이날 모교에 기부한 돈은 이들이 평생 농업 등에 종사하며 모은 전 재산이다.

이처럼 어렵게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기로 한 건 선친의 뜻을 이어받자던 15년 전 부부의 약속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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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대·채만금씨 부부, 모교 구좌중앙초에 전 재산 기부
할아버지·아버지 이어 3대째 이어 온 모교 사랑 '훈훈'
홍승대(81)·채만금씨(80) 부부가 27일 오후 제주시 구좌중앙초등학교 다목적강당에서 열린 장학금 2억원 기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2021.1.27 /뉴스1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선배님의 고귀한 사랑 후배들이 잘 이어가겠습니다.'

따뜻한 햇살이 내려앉은 27일 오후 2시 제주시 구좌중앙초등학교 다목적강당.

홍승대(81)·채만금씨(80) 부부가 천천히 단상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교직원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깊게 패인 이들의 주름 사이에도 순간 환한 웃음이 번졌다.

마이크를 잡고 선 부부는 "후배들이 우리의 미래를 이끄는 인재로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며 선뜻 2억원을 내놓았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부부는 "1000원 짜리 한 장이라도 더 기부하고 싶다"며 앞으로 추가로 기부할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박형숙 구좌중앙초 교장은 "부부의 지극한 학교 사랑에 감사를 넘어 경이로움을 느낀다"며 "학생들을 훌륭한 인재로 키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 숙여 감사인사를 전했다.

부부가 이날 모교에 기부한 돈은 이들이 평생 농업 등에 종사하며 모은 전 재산이다.

27일 오후 제주시 구좌중앙초등학교 다목적강당에서 열린 장학금 2억원 기탁식에서 홍승대(81)·채만금씨(80) 부부가 학교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2021.1.27/뉴스1

제주시 구좌읍 출신으로 동향인 부부는 1968년 부부의 연을 맺어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먹고 사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작은 밭 한 뙈기 없이 살다 보니 가까운 이웃에게 좁쌀을 동냥할 정도로 가난했다.

뒤늦게 1980년대 들어 우연히 지인의 농산물 유통일을 돕게 되면서 부부는 겨우 삶의 밑천을 마련할 수 있었다. 소규모 사업체였던 데다 수익의 극히 일부를 떼어 받는 정도였기 때문에 억척스럽게 돈을 모았다.

그렇게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최근에는 일에서 손을 뗐는 데도 부부는 쉬지 않았다. 2019년부터는 동네에서 쓰레기를 줍는 공공근로를 하며 생활비까지 한푼두푼 모아 온 이들이다.

이처럼 어렵게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기로 한 건 선친의 뜻을 이어받자던 15년 전 부부의 약속 때문이다.

실제 홍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인 고(故) 홍순중씨는 구좌중앙초 설립에 크게 기여한 공헌자고, 아버지인 고 홍완표씨 역시 거금의 건축기금을 기부하는 등 학교 발전에 힘써 왔다.

부부는 "온 가족이 교육계에 몸을 담아 많은 인재를 양성해 왔는데 우리는 미처 그러지 못해 정말 아쉬웠다"며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 왔던 일을 비로소 실천할 수 있게 돼 무한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기분이 정말 좋다"고 전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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