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포트라이트' 실존인물,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 은퇴

장은교 기자 2021. 1. 2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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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마틴 배런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사진·66)이 오는 2월 28일(현지시간) 은퇴한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배런 국장은 8년동안 재임하며 종이신문업계의 하락과 재정난으로 위기에 빠졌던 워싱턴포스트의 입지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틴 배런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마틴 배런 국장이 동료들에게 e메일을 보내 은퇴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배런 국장은 “용기와 독립이라는 워싱턴포스트의 유산에 대한 존경심과 그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불가침의 의무를 느끼며 합류했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최고의 저널리즘을 전달한 동료들과 함께 일한 것을 영광으로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24시간, 365일 연결되어있어야 하는 일의 특성상 저는 많이 소진됐고,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결심했다”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언론인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1976년 마이애미 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그는 뉴욕타임스와 LA타임스에서 일했고, 마이애미헤럴드와 보스턴글로브에서 편집국장을 지냈다. 보스턴글로브에서 일하며 금기시됐던 가톨릭 사제들의 성추행사건 연속보도를 이끌며 2003년 퓰리쳐상을 수상했다. 이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어져 2015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배런 국장은 2012년 12월 31일부터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으로 일했다. 당시 신문업계 전반이 하락세를 겪고 있었고 재정적으로도 위기인 상황에서 배런은 여러 특종·기획보도로 차별화를 이끌었다. 2013년 8월 아마존이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뒤 든든한 재정지원을 받으면서도 편집독립권을 지키고 아마존과 긴장감을 유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민주주의는 어둠 속에서 죽는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모토는 배런 국장과 제프 베조스 회장이 함께 논의해 만들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속 아마존 택배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보도하기도 했다. 배런 국장은 편집국 규모를 크게 확장해 부임 당시 580명이던 기자 수는 현재 1000명 이상이 됐다.

배런 국장은 공익제보자 에드워드 스노든과 함께 국가안보국(NSA)의 도·감청 실태를 기획보도했고, 3년간의 법정다툼 끝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전에 개입한 것은 오판이라는 정부 기밀보고서 내용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를 “가짜뉴스” “국민의 적”이라고 공격하자, “우리는 전쟁을 하는게 아니라 우리의 일을 하는 것”이라고 대응했다. 그의 재임기간 동안 워싱턴포스트는 2020년 기후변화 관련 기획보도를 포함해 퓰리처상만 10번 수상했다. 배런 국장은 26일 뉴욕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언론이 마주한 가장 큰 적은 음모론”이라고 밝혔다.

배런 국장의 은퇴에 앞서 노먼 펄스타인 LA타임스 편집국장과 스테판 아들러 로이터 편집장도 얼마 전 은퇴를 발표했고, 2014년 첫 흑인 편집국장으로 기록된 뉴욕타임스의 딘 바케이 편집국장도 곧 은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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