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라 나이틀리 "男 감독과 베드신 촬영 안 할 것"..영화계에 파장 줄까
지난 25일(현지 시간)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키이라 나이틀리는 이날 샤넬 커넥츠 팟캐스트에 출연해 남성 감독이 연출하는 베드신은 촬영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그는 “누드 장면 촬영을 완전히 반대하는 건 아니다”라며 “다만 일부는 무의미하기도 하고 또한 (누드 촬영이) 남성의 시선으로 이뤄진다”고 해당 발언의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2015년 출산한 이후부턴 영화 계약서에 ‘나체 금지’ 조항을 추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여성의 인생 경험을 조명한 영화를 찍게 된다면 여성 감독과 일하고 싶다고도 밝혔다.
그는 “만약 모성애와 자기 몸 긍정을 다루는 이야기를 만든다면, 죄송하지만 그 영화는 여성 제작자와 함께해야 할 것 같다”며 “영화가 모성애라든가, 신체가 얼마나 특별한지에 관한 거라면, 즉 자신의 몸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고, 엄마가 되기도 전에 자신이 알기 어려운 방식으로 변화하는 이야기 등에 관한 거라면, 이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여성과 함께 탐구하고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남성의 시선으로 다뤄진 성관계 장면을 연기하는 고충도 털어놨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남성들의 시선을 옮기는 일은 정말 불편하다”며 “이따금 나는 ‘그래, 이 섹스가 이 영화에서 아주 멋져야 하고 그 장면을 위해 단지 섹시해 보이는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곤 한다”고 고백했다.
특정 영화에서 누드 촬영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봤지만, 성관계 정면 촬영이 정말 필요한 부분은 장면을 섹시하게 표현하기 위해 대역을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제안했다.
그는 “나는 몸에 오일을 잔뜩 묻히고 모두가 이상한 소리를 내는 그런 끔찍한 장면은 찍고 싶지 않다. 거기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벌거벗은 남자들 앞에 서 있지 않는 편이 나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에 임현주 MBC 아나운서 역시 SNS로 공감과 지지를 표현하기도 했다. 임현주 아나운서는 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성에 대해 문화적으로나 교육적으로 많은 부분 남성의 경험이나 시선을 체득하고 따라가는 것에 문제의식이 생겨나고 있기에 이 배우의 선언 같은 인터뷰 자체가 일으키는 영향력이 인상 깊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상화 된 경험이 있는 누군가에겐 맞아! 하는 공감을 줄 테고,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누군가에겐 그러고보니! 하는 환기를 줄 것이다. 또 누군가에겐 자신의 익숙한 시선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할 것이다. 아직 그만큼의 선택권을 이야기 하지 못하는 다른 배우들에게는 더 나은 촬영 환경과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용기와 배경이 되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용기있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임 아나운서는 “몇 년 전엔 개념 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2차 가해, 피해자다움에 대한 부조리함을 하나하나 깨 오며 힘겹지만 유의미하게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목소리를 내는 목소리를 응원한다”고 전했다.
한편 키이라 나이틀리는 나이틀리는 ‘슈팅 라이크 베컴’, ‘어톤먼트’, ‘캐리비안의 해적’ 등의 영화에 출연해 스타덤에 오른 뒤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국내 대중에게도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에는 1970년대 런던 여성해방운동을 다룬 영화 ‘미스비헤이비어’에서 주연을 맡았다.
그는 작품 속, 작품 밖 여성과 남성의 고정된 성역할에 문제를 제기하며 목소리를 내 주목을 받아왔다.
전세계 미투 열풍이 불던 지난 2018년에는 자신의 에세이를 통해 남성 감독들과의 갈등에 관해 밝히며 “그들은 여성으로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말한다. 친절하라, 헌신하라, 예쁘지만 너무 예쁘진 마라, 날씬하지만 너무 날씬하진 마라, 섹시하지만 너무 섹시하진 마라, 성공했지만 너무 성공하진 마라 등등. 그러나 나는 누군가를 유혹하고 싶지 않고 그들의 어머니가 되고 싶지도 않다. 유혹하거나 어머니 되거나, 둘 중 하나다. 나는 그냥 일하고 싶다. 그거면 되지 않나? 남성 자아여, 내 일을 방해하지 마라”고 일침을 날렸다.
자신의 딸에게 ‘신데렐라’나 ‘인어공주’ 등 디즈니 만화영화 작품 속 일부 여성 등장인물들이 남성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등 고루한 성역할을 심어줄 수 있다는 이유로 ‘시청 제한령’을 내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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