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중 극단적 선택 암시 신청곡..기지 발휘, 청취자 목숨 구해..황금산 대전교통방송 PD '의로운 시민' 표창
[경향신문]
“‘마지막’이라는 글자가 눈에 밟혔습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내온 사람을 기지를 발휘해 살려낸 TBN 대전교통방송 소속 황금산 PD(57·사진). 그는 27일 허태정 대전시장으로부터 ‘의로운 시민’ 표창패를 받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음악방송 <낭만이 있는 곳에>를 연출하고 있는 그는 지난 8일 오후 10시10분쯤 “지금의 삶이 너무 힘들다. 마지막으로 록밴드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듣고 싶다”는 메시지를 받고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 ‘마지막’이라는 단어와 ‘홀리데이’라는 신청곡이 마음에 걸렸다”면서 “ ‘홀리데이’라는 곡은 1988년 인질극을 벌인 탈주범 지강헌 등이 들으며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곡이었다는 기억이 순간적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노래는 30분 후에 준비하겠다’는 답장을 보내 시간을 번 뒤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차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A씨를 발견, 병원으로 옮겼다. 덕분에 A씨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고, 이후 방송국에 “그릇된 생각을 했다. 바보 같은 생각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왔다.
황 PD는 “라디오 방송은 많은 사람들의 메시지로 운영된다”면서 “앞으로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관심 있게 살피면서 방송을 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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