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태on맨시티] 숨길 수 없는 칸셀루의 존재감, '메짤라'처럼 뛰는 풀백

유현태 기자 입력 2021. 1. 27. 14:30 수정 2021. 1. 27. 14:53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필 포든, 주앙 칸셀루(왼쪽부터, 맨체스터시티).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유현태 기자= 주앙 칸셀루가 맨체스터시티 전술의 키 플레이어로 떠오르고 있다. 측면 수비수지만 측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칸셀루는 2019년 여름 유벤투스를 떠나 다닐루와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카일 워커의 백업 혹은 경쟁자 정도로 볼 수 있었다. 합류 직후인 2019-2020시즌은 성공으로 보기 어려웠다. 33경기에 나서긴 했지만 1골과 1도움만 기록했다. 컵대회에서 출전이 많았고, 리그에선 13경기 선발 출전에 4번 교체 출전, 그리고 17경기는 벤치에서 대기하다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번 시즌엔 활약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시즌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벌써 24경기에 출전했고 2골과 3도움을 올리고 있다. 리그에서도 아스널과 5라운드에서 첫 선발 출전한 이후로 20라운드까지 14번 선발 출전했다. 확고한 주전으로 올라섰다고 할 수 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맨시티의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지난 시즌 칸셀루는 새 팀과 새로운 생각들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는 처음에 아주 혼란스러워했다"면서도 "이제 그는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필요한 것을 주고 있다"며 고 평가했다.


칸셀루의 웨스트브로미치전 히트맵. 맨체스터시티 트위터

칸셀루는 이번 시즌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각각 왼쪽 수비수로 8번, 오른쪽 수비수로 9번 나섰다. 아예 미드필더로 구분된 경기도 3번이나 있다. 본래 포지선은 라이트백이지만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주도권을 쥐고 상대를 공략하기 원한다. 이를 위해 공격적으론 좌우로 경기장을 넓게 쓴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노출하는 수비 뒤 공간은 전방 압박과 효율적인 선수 배치로 대비한다. 이를 위해 맨시티는 기본적인 4-1-4-1 포메이션에 변형을 주고 있다. 풀백 가운데 한 명이 중원에 가담할 경우 3-2-4-1, 더러 두 명 모두 가담하면 2-3-4-1 형태가 된다. 


경기 내 포지션 변화는 공수 양면에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선 빌드업과 패스 전개에서 선택지를 늘릴 수 있다. 맨시티는 측면에 라힘 스털링, 리야드 마레즈와 같은 드리블러들을 주로 배치한다. 드리블 공간 확보를 위해 측면으로 넓게 벌려서는데, 이때 풀백이 후방에 머무르면 공격에 크게 관여하지 못한다. 하지만 중원으로 가담할 경우, 측면 활용은 윙포워드에 맡기고 중원에서 더 많은 선택지를 줄 수 있다. 풀백 본인도 전진에 따라 침투, 패스 등 공격에서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칸셀루는 최근 공격 때 로드리의 옆에 나란히 서거나, 심지어 위로 전진할 때도 잦다. 공격수가 좌우로 배치되면서 상대적으로 넓어진 중원서 칸셀루가 움직인다. 이탈리아 축구 용어로 '메짤라(하프윙)'처럼 움직인다. 메짤라는 흔히 4-3-3 포메이션의 중원 조합 3명 가운데 오른쪽 혹은 왼쪽에 배치되는 선수를 의미한다. 중앙과 측면을 모두 오가며 공수 양면에 기여한다.


칸셀루는 원래 오른발잡이 수비수로 우측면에서 주로 움직인다. 왼쪽에 배치될 경우 직선적인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잘 하지 못한다. 하지만 칸셀루가 중원에 가담할 경우엔 왼쪽에 배치된 오른발잡이 수비수라는 약점이 그리 두드러지지 않는다.


일카이 귄도안은 27일 웨스트브로미치전(5-0 승)을 마친 뒤 "칸셀루는 공을 가졌을 땐 중앙에서 더 많이 움직이고 공을 많이 만진다"고 평가했다. 귄도안은 전반 6분 칸셀루가 중원에서 공간에 연결한 패스를 받아 기록한 득점 장면에 대해서도 "그는 이런 타입의 패스를해줄 능력이 있다"고 칭찬했다. 칸셀루에게 미드필더의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의미다.


칸셀루는 전반 20분에도 베르나르두 실바에게 로빙패스로 기회를 만들더니,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직접 골까지 마무리했다. 역시 풀백보단 미드필더에 가까웠다.


수비적으로도 이점은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 혼자 중원을 지킬 때와 달리 간격을 더 좁게 유지할 수 있다. 역습을 중원부터 차단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풀백의 전진 배치도 일리가 있다. 실제로 맨시티는 이번 시즌 19경기에서 단 13실점만 하고 있다. 최후방의 후벤 디아스와 존 스톤스 조합의 안정감도 좋지만, 수비형 미드필더 옆에 풀백이 서는 변형 전술도 연관이 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맨체스터시티).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번 시즌 칸셀루가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경기는 아스널과 EPL 5라운드, 리그컵 4강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이다. 풀백의 중앙 미드필더 출전이 자주 벌어지는 일은 아니지만, 칸셀루의 경우 풀백으로 출전해도 중앙 미드필더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녹아들었다.


칸셀루는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선수다. 워커와 함께 출전할 땐 왼쪽에서, 올렉산다르 진첸코가 출전할 땐 오른쪽에서 출전해 중원에 가담한다.


맨시티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맨시티는 27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웨스트브로미치 더호손스에서 열린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라운드에서 웨스트브로미치를 5-0으로 완파하고 승점 41점으로 선두에 올랐다. 이번 시즌 선두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특히 맨시티로서 고무적인 것은 답답하던 공격이 서서히 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5경기에서 맨시티는 무려 15골을 넣었다. 여전히 공격수들은 없지만, 공격 2선들의 활발한 스위칭 플레이와 풀백들의 중원 가담이 결과를 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맨체스터시티 트위터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